이따금, 그럴 때가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럴 때가.
평소 별 일이 없을 때도 조용히 양주 한 두잔 정도 기울이며 얕게 올라오는 취기의 알딸딸함을 즐기는 나이기에 '술을 마셔야만 하는' 날과 '술을 마시고픈' 날의 구분이 모호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따금씩 그것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날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그런 날은 언젠가의 과거에도 몇 번 있었고, 그 날은 또한 오늘이기도 하다.
술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음은 안다. 운동, 독서, 낮잠, 산책. 밝고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긍정 예찬에 빠진 에세이에서나 나올법한 뻔하고 정석적인 해결책.
그러나 그런 선택지를 배제하고서 나는 술을 마신다. 우선으론 나는 그렇게 밝게 살기 위해선 적잖은 품을 들여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요, 다음으론 오늘의 내가 그러기 싫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 날이다. 부러 더 나쁜 것을 고르고, 그걸 누구에게 향하는 건지 모를 반항 삼는 헛된 날.
그러나 그렇다고 또 진탕 퍼마시진 않는다. 그토록이나 취한 내가 추해 보일까봐. 다른 누구보다도 내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 버릴까봐. 진탕 취해서 현실마저 잃고 비틀거리다 잠에 들어버리면, 혹시나 잠에 들기 전 실없는 소리를 지껄이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누군가와 다를게 무엇인가 싶어서.
그냥 그런 날이다. 취하고는 싶은데 또 너무 취하고 싶지는 않고, 반항을 하고는 싶은데 누구에게 반항할지조차 몰라 그저 몸에 나쁜 걸 걸치는.
모르겠다. 이것도 모르겠고 저것도 모르겠다. 어느 누군가의 어버이라는 것과, 어느 어버이의 자식이라는 개념이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그런 날이다. 머릿속에 모르는 것들이 넘쳐흘러, 술을 마셔야만 할것 같은 날.
아무 일도 없는데 원해서 마신 날과 취한 정도는 전혀 다르지 않은데, 그 별 것 아닌 취기가 더 기껍게 다가오는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내 속을 덥히는 술이, 속이 좋지 않음에도 나는 썩 기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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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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