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여기에 앞으로

눈이 내릴 거야

명랑한 말을 맡기고 싹은

내리막길에 텄다 도로변에


가로수가 높이 떴다 구름이

작은 초록에 박혀 

울창한 하늘

어린 싹 감싼 손은 화창한

회색—또 푸른 한해살이

교차로 위로 맡아진

너의 오랜 냄새, 오랜 냄새


갈림길이 자랐다 발이 조금 멎었다

아직 여기 눈구름은 없어—

겨울까진 파릇해 줄 거지?

황색등의 문법이 이상했다 그러니까

막 가라고, 밟고 가라고

헛도는 타이어는 무섭지도 않아서

우두커니 선 꽃이 있었다


말마따나 눈이 오면

나는 죽을 거야 잎이 져버릴 거야

너를 두고 가는 거야 그치만

우리가 신호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

4월도 시들 수 있는 계절


더위 먹은 새의 사고사가 있었다

스러진 단풍을 차는 발이 있었다

덜 자란 뿌리에 악마처럼 치는

소낙 눈의 사잇소리

—일어나 멍청아 빨리 움직이라고

얇은 어깨에 눈을 덮고

풀은 옅게 웃었다


어떤 도로는 하양의 시절

초록 불이 켜지고 초록 잎이 꺼지고

정말로 잿빛 눈이 내릴 때

있지 여기에 앞으로

뿌리 내릴 거야

—모질게 말을 맡기고

거칠게 풀은, 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