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도시의 아침,  

지하철역엔 피곤에 찌든 얼굴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방향으로  

밀려드는 인파 속에서  

나도 그들의 한 조각이 된다.  


출근길에 들리는 커피숍,  

어제와 똑같은 메뉴를 주문하며  

잠시나마 달콤함을 기대한다.  

그러나 쓴맛이 감도는 커피처럼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일상의 씁쓸함을 삼킨다.  


사무실에서 울리는 전화벨,  

쌓여가는 메일함의 숫자,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더미가  

나를 한숨짓게 한다.  

오늘도 똑같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화면 속 숫자에  

마음을 매어둔다.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 앉아  

어제의 뉴스와 피로한 농담을 나눈다.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잠시나마 웃음이 피어오르지만,  

그 웃음도 곧 식은 밥처럼  

차갑게 식어 버린다.  


퇴근길엔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창밖의 어둠은  

도시의 불빛에 가려지고,  

반복되는 하루는  

내일을 향해 이어진다.  


언젠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희망과 회의 사이에서  

고개를 숙인 채  

지하철 칸 안에  

또 하나의 고독한 얼굴이 된다.  


회색빛 건물 사이로  

숨 막히게 이어지는 길,  

인파는 물처럼 흘러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지만,  

그 발걸음엔 피로와 무기력만이  

짙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진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텅 빈 채로  

의미 없이 스크린만 바라본다.  

어제의 보고서와 오늘의 메모가  

뒤섞여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하루를 쌓아 올린다.  


그러나 퇴근 후의 짜디짠 자유조차  

회색빛 네온사인 아래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곧 다시 눈앞에 닥쳐올  

반복되는 내일을 향해  

기계처럼 걸음을 옮긴다.  


꿈을 꾸던 날들은  

언젠가 먼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오늘도 회색 도시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