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writingnovel/105807323
침잠한 세계의 고요 속에서 소년은 눈앞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그 나무는 하염없이 자라 소년이 살던 마을을 뒤덮었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속에서, 소년은 마당뜰의 풀밭에 누운 채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순간은, 언제쯤 찾아오는거야?"
쏴아아.
소년의 물음에 대답하듯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저 큰 나무가 가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있지, 더 이상은 힘들어."
바람에 휩쓸린 초록빛의 나뭇잎 한장이 살랑이듯 소년의 머리에 툭하고 떨어졌다.
"너무...조용해."
"..."
마치 대답을 기다리듯 물끄러미 나무를 흘겨봤지만, 나무는 침묵을 지켰다.
어느 순간부터 나무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작디 작은 그 나무인형이 처음 나무가 된 순간부터였을까. 소년은 인형 또한 침묵할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걸지도 몰랐다. 자기 주변에 무성한 그 수많은 나무들처럼, 인형도 한 그루 나무가 되었을 때, 결말이 정해졌을지도.
환한 햇살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소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가슴을 옥죄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화창하고 아름다운 세상은 소년과 유리된 채 있었다.
한참을 누운 채 있던 소년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나무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갔다.
'커졌다.'
나무는 더욱 자라나 구름을 향해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소년이 처음 나무를 묻어주었을 때, 소년은 나무의 곁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왜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세상은 넓어. 너무 넓어서 두 팔을 쭉 벌려도 담아내지 못할 정도야! 세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저 있을 뿐이야. 세상은 바뀌어도 세상이고. 바뀐건 말이지, 세상이 아니야.'
'침묵은 민감해. 단 하나의 소리라도 들려오면 침묵은 깨져. 나의 어린 주인, 꼭 기억해. 그 작은 소리가 침묵을 깨는 순간이 올거야. 그 순간을 기다려.'
그러다 나무가 드리운 그늘 속이서 무심코 잠에 들고 두 눈을 떴을 땐, 나무는 이미 그의 집보다 커졌다.
'야.'
'...'
'야.'
'...'
'...'
그리고 나무 또한 침묵했다.
나무는 커갈 수록 소년에게서 멀어졌다. 보이지 않는 그 육중한 뿌리가 대지 깊숙히 자리 잡고, 굳건한 기둥이 창공을 향해 솟고, 가지들이 온누리를 덮을 듯 자라날 수록, 나무는 소년에게서 더욱 멀어져만 갈 뿐이었다.
지금 소년은 멀어져 가는 나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고요한 세상 속에서 들리는 건 소년의 걸음소리 뿐. 내딛는 발자국마다 소년은 세계에 자신을 새겨넣었다.
그것은 일종의 충동이었다. 소년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해 못할 한 순간 마음의 동함이었다.
소년의 숨소리는 가장 우렁찬 돌풍보다도, 심장박동은 대지를 찢는 지진만큼이나 컸다. 고요 속의 소리였다.
침묵. 침묵만큼이나 소년을 잘 표현해내는 단어가 또 있을까. 그런 소년이 지금의 세상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존재라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소년이 내는 소리는 폭풍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폭풍의 눈이 세계수의 지척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구독자 3295명
알림수신 44명
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이벤트
릴레이/나무) 2화
추천
3
비추천
0
댓글
3
조회수
112
작성일
수정일
댓글
[3]
글쓰기
마법케익_티라미수
Kalpa
블루링
최근
최근 방문 채널
최근 방문 채널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공지
아카라이브 모바일 앱 이용 안내(iOS/Android)
30790875
공지
[필독] 창작문학 채널 사용 규칙 (2024. 06. 06 ver)
1736
공지
창작문학 채널 가이드 (2023. 06. 19 ver)
2443
공지
2024 산문 총정리
1362
공지
[필독]창작문학 채널 공지 모음
3874
공지
☆☆☆2024년 1분기 이분기의 문학 수상작 발표☆☆☆
1080
공지
☆☆☆2023년 올해의 문학 최종 수상작!!!☆☆☆
1340
공지
아카 대회 모음+우리 동네 이벤트 모음
6737
숨겨진 공지 펼치기(3개)
508
🏆이벤트
릴레이/보석 재개
42
0
507
🏆이벤트
릴레이/나무 종료
[6]
94
0
506
🏆이벤트
릴레이/나무) 3화
[2]
66
3
505
🏆이벤트
릴레이/나무) 2화
[3]
113
3
504
🏆이벤트
릴레이/나무) 1화
[2]
110
2
503
🏆이벤트
릴레이/나무) 0화
[2]
250
8
502
🏆이벤트
신규 릴레이: 릴레이/나무) 시작! + 릴레이 규칙
[5]
1004
1
501
🏆이벤트
릴레이/보석 중단
91
0
500
🏆이벤트
☆☆☆2024년 1분기 이분기의 문학 수상작 발표☆☆☆
[4]
1080
9
499
🏆이벤트
2024년 1분기 이분기의 문학 투표 최종
[11]
426
6
498
🏆이벤트
릴레이/보석) 7화 - 쓰러진 자는…
[7]
202
5
497
🏆이벤트
2024년 1분기 이분기의 문학 투표 1차
[6]
291
3
496
🏆이벤트
곧 2024년 1분기의 문학 투표가 시작됩니다.
[1]
76
3
495
🏆이벤트
릴레이/보석) 6화-생각해 줘요
[4]
221
6
494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최종 수상작!!!☆☆☆
[7]
1340
3
493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4차 투표장!!(선착)(최종투표장)☆☆☆
[10]
120
0
492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3차투표 결과
67
0
491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4차 투표장!!!☆☆☆
[5]
123
0
490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3차투표장 결과!
51
0
489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3차 투표장!!!☆☆☆
[4]
105
1
488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2차투표 결과
41
0
487
🏆이벤트
릴레이/보석) 5화 - 우리들의 아포칼립스
[7]
243
7
486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2차투표장!!!☆☆☆
[5]
107
0
485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1차투표 결과(집계중)
80
1
484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1차투표장!!!!
[5]
261
1
483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후보작 리스트
[3]
295
5
482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최종수상작!!☆☆☆
[10]
634
10
481
🏆이벤트
2023년 올해의 문학 후보 추천컷 공개
[9]
140
0
480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3차투표 승부차기!!! (선착)
[5]
94
0
479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3차투표 결과
54
0
478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3차투표장!!!☆☆☆
[6]
144
0
477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2차투표 결과
62
0
476
🏆이벤트
☆☆☆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2차투표장!!! ☆☆☆
[10]
210
3
475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1차투표장 승부차기!!(선착)
[7]
104
1
474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1차투표 결과
[1]
94
2
473
🏆이벤트
릴레이/보석 모음집
237
1
472
🏆이벤트
릴레이/보석) 4화 - 이현수
[7]
225
6
471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1차투표장!!!
[14]
231
1
470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후보작 리스트
[2]
102
0
469
🏆이벤트
2023년 4분기 이분기의 문학 추천컷 발표
70
0
468
🏆이벤트
릴레이/보석) 3화 - 부활
[8]
178
7
467
🏆이벤트
☆☆☆2023년 3분기 이분기의 문학 최종 결과!!☆☆☆
[12]
482
7
466
🏆이벤트
2023년 3분기 이분기의 문학 3차 투표장 승부차기
[20]
221
1
465
🏆이벤트
2023년 3분기 이분기의 문학 3차투표장 결과
59
0
464
🏆이벤트
릴레이/보석) 2화 - 경양식 집에서 생긴 일
[11]
219
7
사용하고 계신 브라우저가 시간대 설정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GMT 시간대가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