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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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튕겨져 나가는 오토바이 뒤로 아이언 메이든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도망쳐 봐라…! 도망쳐라! 저 언덕까지!!”


유야는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면서 손목의 애플 워치에다 대고 소리쳤다.


“히가시카타 죠스케에게 전화 걸어!”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유야는 생각을 정리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언 메이든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제발 받아라… 죠스케! 이제 ‘시간’이 없어!”


마침내, 죠스케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일이야, 유야?”


“죠스케, 내 말 잘 들어.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어쩌면 다시는 해주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말이야! ‘녹음기’ 키고 확실하게 들어!”


죠스케는 재빨리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먼저 료코 씨와 그 남편을 비밀리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놈들은 료코 씨를 쫓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결론부터 말하지. ‘아이언 메이든’의 유저, ‘빅 브라더’는 중의원 테라다 미키다! 너, ‘테라다 히로시’라고 기억하냐?”


“그래, 어렴풋이. 우리 어렸을 때 중의원이었잖아.”


“그래, 1962년부터 1988년까지 7번이나 모리오초가 있던 미야기 5구에서 당선된 중진 의원… 그 자신도 모리오초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모리오초에 애정이 남달랐고, 모리오초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지. 하지만 그는 7번째 중의원을 재임하던 중 사임하고 말았어. 이유는… 당시 대학생이던 그의 외동딸 테라다 사토미 때문이야.”


유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오토바이는 이미 몇 번이나 과속카메라에 찍혔을 것이고, 신호위반도 수차례 어긴 채 도시 외곽으로 빠지고 있었다.


“이건 스피드왜건 재단까지 합세해서 알아낸 거야. 사토미는 도쿄대학교를 졸업한 1988년 1월경 2주 동안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어. 여행은 평범했지. 이집트의 문화유산을 보고 올 뿐이었으니까. 당시 남아 있던 그녀의 입국 기록에… 특별한 것은 여행지에서 산 옷과 기념품, 그리고 ‘낡고 거대한 돌화살’ 뿐이라고 적혀 있어.”


“‘돌화살’? 설마!!”


“그래, ‘화살’. 우리가 아는 그거야. 사토미는 일본으로 돌아온 지 1개월 뒤,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됐어. 아이의 아버지는 ‘이집트에서 만난 한 사내’라고 답했지. 유력 정치인의 딸이 정체도 모를 외국인과 통해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졌다… 히로시에게는 크나큰 정치적 타격이었지. 그래도 히로시는 딸과 뱃속의 아이를 거둬들였어. 그는 사토미를 정말 아꼈거든. 그렇게 그해 11월, 테라다 사토미는 건강한 딸을 낳았고 이름을… ‘테라다 미키’라고 지었어.”


“테라다 미키… 그런 출생의 비밀이 있을 줄이야.”


“놀라지 마, 진짜는 지금부터니까. 테라다 미키의 출생 기록을 재단이 입수했어. 말해줄 게.”


유야는 다시 주변을 살폈다. 이미 주변은 논밭뿐이었다.


“테라다 미키, 11월 1일 17시 35분 출생. 신장 50.1cm 체중 3.5kg 우량아. 건강 문제없음, 장애 없음, 특이 사항: 왼쪽 뒷목에 별 모양 반점.”


유야의 입에서 나온 말에 죠스케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별 모양 반점이라고?!”


죠스케는 자신이 이미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테라다 미키의 아버지는…!! 아버지는!”


“모든 결론은 단 하나로 모아져. 테라다 미키는… DIO의 딸이야!”


DIO, 죠스케는 그자와 단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행적은 스승 쿠죠 죠타로에게, 스승의 친구 카쿄인 노리아키에게, 아버지 죠셉 죠스타에게 끝없이 들어와 알고 있었다. 그자가 얼마나 사악했는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죠스케는 그 자의 다른 혈육을 알게 되었다.


“테라다 미키가 언제부터 이걸 알고 어떻게 암약했는지는 알 수 없어. 학창시절에 이렇다 할 건 15세에 칼로 자신의 별 모양 반점을 찌른 ‘자해’ 기록 뿐이고, 대학을 졸업해 일을 하다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이렇다 할 행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료코 씨가 말하길 지난 10년 동안 재단이 감시하던 ‘DIO의 자식들’ 대부분이 ‘급사’했어. 재단이 파악하고 있는 생존자는 이제 단 둘뿐이지. 아무튼, 이 죽은 DIO의 자식들의 사망 추정 시각과… 미키의 출장 시간 및 장소는 완전히 일치해. 또한 그녀가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2017년에는… 그녀의 어머니 테라다 사토미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지. 범인은 잡지 못했어.”


“그렇다면 테라다 미키는 자신의 어머니를?”


“아마도.”


그 순간, 스산한 기운이 유야의 주변을 감싸더니 갑자기 아이언 메이든이 나타났다.


“뭣이?!”


“유야? 왜 그래, 유야!”


“아이언 메이든!”


아이언 메이든이 길고 날카로운 손가락을 허공에 휘두르자 유야는 당황하다 균형을 잃고 말았다. 오토바이는 그대로 엎어졌고, 자연스럽게 유야의 몸도 오토바이에서 튀어나와 콘크리트 바닥을 굴렀다. 콘크리트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유야는 물 한 방울 없는 배수로에 빠졌고, 같은 방향으로 구르던 오토바이가 그대로 유야의 하반신을 짓눌러버렸다. 아이언 메이든은 그런 유야를 바라보았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로구나. 진작 ‘나카지마 료코’의 위치를 가르쳐주고 나의 ‘사도’가 되었다면 무사했을 것인데…”


유야는 피를 토했다.


‘이건… 치명상이다… 늑골과 대퇴골은 물론이고… 골반도 척추도 산산조각 났어… 분명 장기도 망가졌겠지. 끝이구나…’


아이언 메이든은 오토바이에서 기름이 새는 것을 보았다.


“네놈은 나에 대한 정보를 히가시카타 죠스케에게 알린 것으로 네 승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하지만 틀렸어. 세상을 돌리는 것은 ‘권력’이다. 일개 도시의 경찰관의 말과 유력 정치인의 말… 둘 중 어느 것을 사람들이 신뢰할 까?”


“믿어? 믿어 주리라곤… 생각치도 않는다… 그저… 망할 DIO인지 뭔지 하는 놈의 딸이라는 너를… 막을 뿐이지!”


“우매한 것, 아버지 DIO께 못하는 말이 없구나.”


아이언 메이든이 아닌 다른 곳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유야는 경악했다. 아직 죠스케와 통화가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유야, 지금 어디야? 어디 있어!!”


자신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이 예상치 못한 등장에 대한 경악인지, 어쩌면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붙잡으려는 발악인지 그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언 메이든 옆에 나타난 그녀는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며 태양을 등지고 유야를 내려다보았다.


“여기까지… 직접 올 줄이야! 테라다 미키!!”


미키는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였다.


“안쓰럽구나, 훈가미 유야. 자동차에 치인 비둘기 같은 꼴이 되어 죽어가는 모습이라니…”


유야는 한번 더 피를 토했다.


“대체… 원하는 게… 뭐지?!”


“세계의 ’정점’에 서는 것. 그리고 아버지 DIO의 재림, 다시 말해, ‘천국’이다.”


“터무니없는 소릴…!”


그리고, 미키는 다시 라이터를 키더니 그대로 유야에게 던졌다. 이미 유야 주변 배수로는 오토바이 기름으로 잔뜩 젖어 있었기에, 유야는 경악하고 말았다. 다급히 하이웨이 스타를 꺼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유야의 몸 상태에서 나온 하이웨이 스타는 오토바이조차 들지 못했다.


“믿지 않는 자는 천국을 볼 자격이 없다. 기름에 잠겨 죽어라.”


끝내 라이터 불이 기름에 옮겨붙었고, 순식간에 유야를 삼켰다.


“우오아아아아아!! 레이코… 아케미! 요시에…! 지켜야 해…! 아이들을… 죗값을 치르게… 해… 이 도시에… 저런 더러운 놈이… 놈이! 있어선 안 돼…!!”


유야는 애플 워치를 찬 손을 최대한 높이 뻗었다. 좀 그슬리고 살짝 녹아내렸으나, 통화는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젠장, 유야! 지금 가고있어! 기다려…!”


그러나, 화염은 유야를 삼키며 아직도 기름이 가득 담긴, 그리고 스파크가 튀는 오토바이를 향하고 있었다.


“죠스케에에에에에에!!”


마지막 단발마와 함께, 오토바이는 굉음을 울리며 폭발했다. 미키는 그때 그 남자가 열어 준 자동차에 탔다.


“돌아가자, 히로무. 그리고 암스트롱에게 연락해라.”


“연락은 하겠지만, 슬슬 ‘사도’가 부족합니다. 당신이 가진 ‘기운’에 이끌려 옛 ‘선지자’ 몇이 찾아오려고 하지만서도…”


“상관없다. 이제 ‘천국’이 눈 앞이니까.”


죠스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나도 늦은 상황이었다. 다음날 유야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죠스케는 그의 빈소 앞에 주저 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시즈카가 곁에 다가오자, 죠스케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료코 씨 부부는 재단이 비밀리에 피신시켰어. 위치는 나도 모르고. 그리고… 제기랄. 유야까지 이렇게 허무하게…! 이미 동료를 셋이나 적에게 잃었어. 그날 ‘지진’으로 여길 떠난 녀석들까지 합치면 더 많고. 대체 얼마나… 더 잃어야 하는 거냐고…!”


죠스케는 애꿎은 다다미 장판을 손으로 쥐어뜯어버렸다가 이내 수복했다. 시즈카는 눈물이 마를 틈이 없는 유야의 부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죠스케를 위로했다.


“죠스케 오빠… 슬퍼하지 마. 분명 유야 씨의 원수를 갚을 날이 올 거니까.”


죠스케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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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