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지금을 신냉전시기라고 부른다.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으로, 하지만 핵무기의 존재 때문에 서로를 멸망시키려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두쪽 다 멸망하게 되는 상황이 냉전이라는 이전에 유례가 없던 상태를 만들었다. 이 냉전에서는 두 국가는 서로 싫어했지만, 국민들 마저 그런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곡물이 소련으로 수출되었고, 소련의 게임인 테트리스는 미국에서 플레이되었다. 인류의 과학 발전은 냉전때 가장 빛났다. 지구상에 있는 누구에게도 물건이 가지 않는 산업인 우주산업은 냉전이 아니었으면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달에 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냉전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시간이 되어서야 달에 가서 인류의 깃발을 꽂았을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적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미국과 소련의 관계처럼 그 어떤 면에서도 지지 않으려했다. 처음은 미국이 예전에 썼던 노하우가 있었기에 미국의 우세로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십몇년 후, 달에 도착했다. 달에 꽂혀있는 깃발이 성조기만 있는 것이 아닌 오성홍기도 같이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은 국내의 각종 문제로 우주산업에 쉽게 돈을 부어넣을 수 없었다. 중국은 처음 달에 간 이후로 달에서 5일간 지내는 캠프를 건설하는 등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온갖 우주개발을 해댔다. 미국은 이 상황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자신의 이념적 패배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12년 전인 2049년, 화성에는 처음으로 사람의 발자국이 찍히게 되었다. 물론, 꽂힌 깃발은 성조기였다. 같이 협력한 나라들의 국기가 있는 패치도 화성에 남을 수 있었다. 방송국은 처음으로 달에 가던 1969년의 일을 기억하는 80대의 할아버지를 취재했다. 할아버지는 아직 10살도 되지 않았던 시절의 암스트롱을 떠올리며 화성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을 방송으로 지켜봤다. 물론, 그 방송은 10분에서 20분이 되는 딜레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2061년 9월 3일. 날씨 우주선.

 오늘의 일기는 화성에 며칠 내로 착륙할 것이니 이정도로 뭔가를 쓰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늘, 곧 있으면 화성 궤도에 들어가는데, 다같이 창문방으로 가지 않을래?"

 "굳이 그러겠다고? 우리가 처음 화성에 가는 사람도 아니잖아."

 "그래도 너는 적어도 19번째로 화성에 가는 사람이 될거라고."

 "24번째겠지. 내가 맨 마지막에 내리는건 알고 있어."

 "뭐 그러셔. 전쟁의 신을 보고싶어진다면 창문방으로 와. 나머지 4명도 거기 있을테니까."


 "존. 하늘은 계속 중국 글자로 일기 쓰느라 언젠가는 올거야."

 "칼, 하늘에게 중국 글자 쓴다고 하면 화낼걸."

 "알게 뭐람. 걔도 어짜피 미국인이니까 상관없지 않아?"

 "존, 루이랑 헤수스도 곧 온대."

 "고마워 엠마."


 화성에서의 임무는 크게 특별하지 않다. 이미 3번의 탐사선이 왔다갔고, 퍼갈 흙은 그 사람들이 다 퍼갔으며, 웬만한 실험들은 그 사람들이 다 처리했다. 아폴로처럼 우리부터 로버를 가지고 있고 그런 것도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이미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우리는 완전 특별하다고 할만한 임무가 주어져있지 않았다. 그저 안전히 착륙해서,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 붉은 사막 관광을 한 다음, 안전히 이륙해서 지구로 돌아오면 끝인 그저 그런 임무였다.

 착륙하는것도 이미 3번이나 실전에 사용된 우주선을 만든 사람들이 만든 우주선이라 별 문제 없이 착륙했다. 존이 조종을 제대로 못했는지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착륙했지만, 우주선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우리는 이 붉은 사막에서 15박 16일의 체험활동 후에 다시 지구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면 될 뿐이었다. 흙을 몇개 담고, 기계를 몇개 조립하고, 여기저기 셔틀버스를 타고 다른 바위의 물건도 캐오고.

 16일간의 체험활동은 큰 문제 없이 끝나게 되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건들을 다 점검한 다음 타게 되었다. 조금 오래 걸리는 버스로 갈아타는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행성 간 우주에서 생겼다.


 "어... 지구에 전한다. 지금 지구에서 나오는 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다. 통신장비 이상일 수 있으니 잠시 응답하지 않더라도 기다려보고 다시 전하겠다."

 "루이, 무슨 문제야? 뭐 통신이라도 안되는거야?"

 "지금 발신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수신되던 전파가 끊겼어."

 "아 그럼 내가 우주로 나가봐야하는거야?"

 "그렇지. 그게 내가 너보고 와보라고 한 이유야."

 "후. 확인 해보고 올게. 만약 내가 우주 공간 속으로 흩어져 찾을 수 없게 된다면..."

 "내 컴퓨터를 포맷하고 포탈 3이 발매된다면 무덤에 놓아줘."

 "그래, 정답이야! 역시 내 친구라고."

 "칼. 항상 같은 멘트잖아."

 "아무튼 다녀올게!"


 "루이 큰일인데."

 "완전 망가져서 못고치는 수준인거야?"

 "아니. 완전 멀쩡해."


 이 우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마법의 해적선의 선장과 선원 5명이 모두 모이는 일은 드물었는데, 보통은 누군가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거나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이다. 나는 감자튀김을 데우던 중에 모이라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감자튀김이 모두 데워지기까지는 30초가 남았고, 이 30초를 기다리면 나는 따뜻하고 짭짤한 감자튀김을 들고 그 곳에 모일 수 있었다. 이 따뜻하고 짭짤함을 포기하고 그곳에 갈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30초의 영원한 기다림을 지나 나는 감자튀김을 들고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감자튀김을 먹으며 루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감자튀김을 집는것도 잊게 되었다.


 "모두 잘 들어. 수신기는 정상이야. 발신기도 정상이고. 시스템에서 꼬인 부분도 없고, 칼이 직접 확인했는데도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지구에서 수신되던 전파가 끊겼어."
 "그냥 지구의 발신기 고장 아냐, 루이?"
 "라디오 채널도 TV 채널도 모두 끊긴 것 같아."

 "태양풍이 불어서 전파가 끊긴 것 아냐?"
 "태양풍이 감지되지는 않았어."
 이 곳에 모인 6명은 이 일이 도대체 어떤 일로 인해 일어난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6명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이 일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설명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전파는 계속 끊겨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감자튀김은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어떤 정답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모두가 알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지구의 모든 전파 발생원이 사라진거야."

 "그게 가능한 소리라고 생각해, 헤수스?"

 헤수스는 계속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엠마는 그렇게 묻긴 했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듯이 말했다. 나도 그런 마음이었다. 나머지 3명도 그런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소련이라는 나라와 미국은 적대관계였고, 둘을 멸망시킬만한 위기가 수없이 왔었어.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헤수스도, 말을 들은 5명도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고싶어하지 않았다. 그러자 존이 한가지 좋은 생각을 내었다.

 "지금. 지구의 어느 부분이 보일거야. 지구가 우리와 완전 반대편이 아니니까 밤인 부분도 있을거라고. 시간이 맞으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밝은 지역이 있을테니, 그 지역을 보자고."

 모두는 그 말에 동의하고 하루를 늘 보내던 것처럼 보냈다. 나는 식은 감자튀김을 다시 데우고 감자튀김을 먹으며 영화를 한 편 보며 쉬었다. 운동하는 헤수스가 뛰면서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바람에 음량을 조금 올렸다. 칼은 게임하러 자기 방에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뉴욕도, 샌프란시스코도, 심지어는 파리, 런던, 도쿄, 모스크바, 서울, 리우도 불빛이 대도시답지 않게 깜깜했다. 베이징도, 상하이도 깜깜했다. 지구로 돌아가서 화성 여행을 떠난 동안 밀린 영화를 보려던 내 계획은 모두 흐트러졌다.

 우리의 고향은 잠시 객지에 다녀오는 동안 사라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