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분화로부터 어언 반년이 지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뉴스에서 천년분화를 다루는 비중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 세계 단위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천년분화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백두산 분화의 피해는 감히 전부 다 쓰기 어려울 정도였다. 20억톤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두만강, 압록강, 쑹화강 일대를 휩쓸었다. 이 물은 다시 비구름이 되어 시간당 800mm의 비를 쏟아내고 그 비기 화산재와 합쳐져 라하르가 되어 다시 한 번 그 일대를 지도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화산재는 편서풍을 타고 청진과 연해주를 거쳐 동해 너머로 이동했다. 울릉도와 독도를 쓸고 홋카이도 전역과 혼슈 북부에 상륙했다. 이 때 화산재가 무려 5cm나 쌓였다고 했다. 화산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린란드까지 날아가며 지구의 기온을 상당히 낮추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당연히 백두산 분화을 예언한 리와인더에 관심이 쏠렸다. 여기까지는 리와인더의 계획대로였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습격과 차원이동기의 파손이라는 변수에 의해 리와인더는 기존의 계획을 필연적으로 변경해야만 했다. 리와인더는 샤카넬 아산공장에 꽁꽁 숨어 나오지를 않았다.
리와인더가 린장에서 아산으로 오기까지 이동거리가 길었지만 린장 쪽에는 해커 천 슈어와 세르게이가 있고 한국에는 미야자키 츠바사가 있었기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리와인더는 지금까지 그 존재가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다.

한편 북한은 지하조직 '신세계결사'가 만포시에서 김정은을 암살하고 대표인 함경록을 국가원수로 세웠다. 함경록은 자리에 오르자마자 온갖 개혁작업과 남북통일을 추진하여 북한 인민의 민심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천 슈어와 세르게이의 가치관 싸움은 막을 내렸다. 김정은 암살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장 천 슈어가 예상했던 대로 세르게이는 오히려 좋아했다. 아니, 그 수준이 아니라 빠가 된 듯 했다. 아무튼 결괴적으로 잘 된 일이었다.


*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샤카넬 아산본사


"자, 그럼 이제 여기서 매도."
컴퓨터 주식화면에 빨간 선과 파란 선이 어지럽게 나열되어있었다. 두일이가 리와인더가 알려준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에 주식을 팔았다.
"근데 진짜 여기 주식이 떡상할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여기가 떡상할 수 있어요?"
두일이가 회전형 의자를 옆에 앉아있는 세르게이 아시모프 쪽으로 돌리며 그에게 물었다. 둘 다 이미 미래기술로 만든 동시통역기를 달고 있어서 한국말로 해도 러시아어로 자동번역이 되었다. 

세르게이가 그런 강두일의 흥미를 시덥잖게 여겼는지 컴퓨터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하도 두일이가 두 눈을 반짝반짝거리며 빤히 바라보자 세르게이가 부담을 느낀 듯 했다. 세르게이가 턱을 한 손에 받치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이 세계 경제를 알까보냐."
그리고는 세르게이는 보던 인터넷 기사나 마저 보았다. 내용은 민주당 게이트였다. 세르게이는 인터넷 기사로 평소에 세계 정세를 둘러보았는데, 그러다가 신세계결사 덕질로 들어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런 거에 뭔가 동경 같은 게 있나 싶었다.

두일이가 관심없다고 온 몸으로 티를 내는 세르게이를 뒤로 하고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두일이가 뭔가 떠올랐는지 말했다.
"그러고보니 밑에서 무기 만들고 있다며? 어떻게 됐어?"
"총은 다 만들었어. 화학탄이랑 접착탄이랑 이제 연습만 몇 번 하고 서울로 가려고."
"그게 뭔데?"
"화학탄은 안드로이드의 회로를 녹이거나 인공피부나 철을 녹여서 내부회로까지 흘러내리게 해 마비시키는 거고, 접착탄은 끈끈한 거 날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센서 가리는 역할이래. 구조는 일반 총이랑 같고 탄환만 다르지."
"그것 말고 슈트도 있잖아. 그건 뭐야?"
"아이언맨 슈트 비슷한 거지. 뒤에 붙은 책가방같은 걸로 하늘을 단기간 날 수 있고 헬멧으로 교신하고 그러는 거지."
"그럼 손에서 막 뭐 나오고 그래?"
"아니. 슈트는 사실상 총알 막아주는 전신갑주 역할이 끝. 미래 신소재로 만들어서 가볍고 얇은 금속이라나 뭐라나."
"아쉽네. 현실판 아이언맨하면 재밌을 텐데."
"야,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 어떻게 되는 지 몰라? 아이언맨 결국 마지막에 ㅈ..."
"아 스포 금지! 스포 금지! 내 말은 지금 공장이 미래기술로 중무장했길래 그냥 던져본 말이지. 솔직히 지금 공장 바깥도 안드로이드 감지 레이더로 감시 중인데다 여기에 연동으로 총 달린 드론까지 대기타는 마당에 아이언맨 슈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하긴 그렇지. 안드로이드도 만들고 평행세계로 이동까지 하는 판에 아이언맨 슈트가 없는 게 이상하긴 하지."
"그래서 내일..."

두일이가 모니터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을 멈추었다. 두일이가 나에게 화면을 봐보라고 손짓했다. 손짓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내가 가서 모니터를 봐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아."
짧게 한 마디 감탄사만 내뱉고 다시 제자리로 원상복귀했다. 이쯤되면 일상이었다.
"츠바사! 왜 자꾸 내 컴퓨터를 해킹하는데?"
두일이가 무척 억울하다는 듯 미야자키를 응시했다. 이번에도 미야자키 츠바사는 언제나처럼 순수하게 맞받아칠 뿐이었다.

우리들은 미야자키와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안 후로 서로 말을 놓았다. 또한 우리들은 그녀를 성이 아니라 이름인 츠바사로 부르기로 했다. 시즈오카 히카리와 한혜림도 똑같이 말을 놓기로 했고 시즈오카도 히카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때 내가 워낙 동안이라 히카리가 지금까지 자기보다 어린 줄 알았다며 그 주제로 1시간 동안 일방적인 수다를 떨었던 적이 있었다.
"여기는 새로운 것들이 많아서 전부 다 한번씩은 해보고 싶달까. 윈도우는 이미 다 해봐서 재미 없고 여기서 애플 꺼 쓰는 사람 너밖에 없잖아."
츠바사가 순수하게 재미있다는 투로 말했다. 반 년 동안 아산공장에서 만나며 이런 츠바사의 천연스러운 행적을 보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러냐? 그럼 이번에는 뭔데?"
"칼리리눅스로 Mac OS(애플의 컴퓨터 브랜드인 Mac의 운영체제) 해킹하기. 옛날 거 가지고 노는 것도 신기해."
두일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걸 보고 내가 위로 아닌 위로를 던져주었다.
"그래도 너는 나보다 나아. 너는 회사에서만 털리지만 나는 집에서도 털린다고. 스마트폰까지 탈탈 털렸어."
"1위나 2위나 털리는 건 똑같잖아. 나 좀 불쌍히 여겨주라."
"알았어, 알았어."


그 때 문을 열고 최은준이 들어왔다. 최은준은 부전군 출신이어서  함경도 사투리를 썼다. 여기에 호탕함까지 더해져 목소리가 은근히 인상적이었다.
"하 이사 동무, 이리 와보라우."
"최 교수님, 다 됐어요?"
최은준은 리와인더가 온 세계에서 평양의 컴퓨터괴학과 교수라고 했다.
"다 만들었다우."
"드디어 다 됐군요!"
드디어 다 된 건가 생각했다. 나는 본질적으로는 공장이지만 현재는 사실상 공업소나 연구소 비슷하게 되어버린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두일아 갔다올게."
"어."
두일이가 츠바사가 이번에는 또 어떤 해킹을 하려나 걱정하며 세르게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는 그것을 뒤로 하고 밑으로 내려갔다. 가보니 크리스도 그곳에 있었다.
"이게 그 슈트에요?"
"그래, 이게 그 슈트다우. 한 번 입어보라우."
최은준의 말에 한 번 입어보기로 했다. 입어보니 살짝 무거웠다. 금속으로 만들었다보니 이런 점이 확실히 불편하긴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주 가벼워서 놀랐다.
슈트 안에 헬멧이 있어 앞을 볼 수 있었다. 헬멧은 오토바이 헬멧처럼 생겼는데 강화유리로 되어있어 총에 안전하다고 했다. 또한 방열이 가능해 레이저건의 영향이 거의 없으며 우리의 무기가 될 화학총의 성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왼쪽 손목의 뚜껑을 열면 안쪽에 단추가 나올 거야. 그 중에 전원단추를 누르면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는 거지비."
최은준의 말에 왼쪽 손목의 케이스 뚜껑을 열었다. 흡사 리모컨의 건전지 뚜껑이었다.
전원 모양이 그려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슈트가 몸에 압축되면서 최적화를 시작했다. 점점 슈트가 가볍게 느껴졌다.
"이걸 하면 안전할 거라우. 이게 바로 혜림 동무가 준 정보를 토대로 크리스 동무와 같이 만든 걸작일세."
최은준이 호탕하게 말했다. 유혜림은 저쪽 세계에서 원래 국방연구소에서 일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트라우마가 도져 시즈오카 히카리가 안정을 취하는 걸 도와주고 있기에 소프트웨어 제작은 최은준이 하고 조립은 크리스 이스트우드가 거의 다 했다. 나도 명색이 로봇 기업 대표이사인지라 조립에 거들었다.
크리스는 나이가 많지만 정이 들었으니 크리스라고 불러도 좋다고 했다. 미국에는 한국같은 존대어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크리스는 본애 버지니아 주의 경찰관인데,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무기 제조를 거의 취미로 삼다시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가방도 메보라우. 이게 비행용이니깐."
최은준이 바닥에 있던 책가방 비슷한 것 하나를 주며 말했다. 끈 길이를 조절해 몸에 딱 맞게 조절할 수 있었다.
"우와, 신기하네요. 근데 이 버튼들은 어떻게 쓰는 거에요?"
"맨 왼쪽이 전원 단추이고, 그 옆에가 통신 모드, 그 옆에가 비행 모드, 그 옆이 낙하산, 그 옆이 통신 모드 조작용 방향키. 통신 모드를 하면 그 단체 통화방으로 들어가지고 방법은 똑같아. 웬만해선 음성 인식으로 다 되지만 거기 있는 방향키 눌러서 조작해도 된다우."
그래서 시점 삼아 통신 버튼을 눌러보았다. 버튼을 누르자 헬멧의 유리 부분에 화면이 떴다. 이것도 미래 기술인가 하고 신기해했다. 둘러보니 진짜로 츠바사가 설치해준 그 메신저가 있었다. 메신저 이름은 간단하게 '패러렐라인'이라고 정했다고 한다. 듣자하니 평행세계에서 쓸 통화선이라고 패러렐라인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비행 모드도 시험삼아 해봐도 되요?"
"해봐도 되지비."
그 말에 비행 버튼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책가방 비슷한 것에서 추진력이 나오며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발버둥치며 비행버튼을 껐다. 순간 갑자기 뚝 떨어지려나 생각했으나, 드론이 배터리가 다하면 천천히 내려오듯 다행히 책가방 비슷한 것에서도 추진력이 천천히 나오며 조금씩 내려올 수 있었다.
"안전하게 그것도 달아놨으니까 참고하고. 만약에 고장났으면 낙하산 버튼 누르라우."
신기했다. 이런 미래 기술을 지금 체험해볼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럼 잘 써보라우."
"네!"

그렇게 나는 그 옷을 입고 다시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그 때 마지막으로 연습 한 번 하고 가려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곳은 사격 연습장 및 폭탄 실험장으로 개조된 곳이었다. 그래서 일명 연습장이라고 불렸다.
연습장에는 이미 팡 씬이와 멜리사 푸르니에가 있었다. 푸르니에가 소총을 들고 연습하는 중이었다.
"그 자세가 아니에요. 조금 더 위쪽으로 해주세요."
"아니, 사격 되게 어렵다고. 반동이 왜 이렇게 센 건데. 참 이걸 어떻게 맞추라는 건지."
"잘 할 수 있다니까요? 이걸 이렇게 올리면 돼요."
"신경질 나서 못 해먹겠네. 그러게 왜 굳이 평행세계로 가자고 해가지고 차원이동기를 부서먹냐고.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또 뭔데? 귀찮은데 따라왔더니 더 귀찮아졌어."
푸르니에가 총을 배우다 말고 툴툴거렸다.
"그래도 살려면 해야 되요. 어, 하현일 왔냐? 슈트 입었네? 마침 이 분 못 알아먹는데 시범 좀 보여줘라."
"그러지 뭐. 어차피 해보려고 하기도 했고."
그 말에 나는 소총을 집었다. 접착총이었다. 나는 바로 총 쏘는 자세를 잡았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여러 번 잡아봐서 익숙했다. 그리고 목표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정확히 과녁 정중앙에 맞았다.
"역시 징병제라 그런지 사격 솜씨도 만점이네. 푸르니에 씨, 그러니까 저렇게 좀 해보세요."
팡 씬이가 매우 짜릿해하면서 말했다. 사실 내가 기계 다음으로 잘 하는 게 사격이었다. 예비군 내내 1등일 정도로 예비군 때도 국가대표급니 특공대급이니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래서 화력덕후인 팡 씬이가 내가 사격하는 걸 처음 봤을 때 순간 열성팬 급으로 엄청 짜릿해했던 기억이 있었다.
"저런 교과서 같은 사격 난 못 해. 못 한다고."
"그러지 말고요. 그러다 죽으실 수도 있다고요."
"죽으면 죽지 뭐."
"푸르니에 씨! 그래도 하셔야 되요. 안 그래도 오늘 기차로 출발인데."
"나는 뒤에서 치료나 할란다."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도 관심없어 하면서 금방 배웠잖아요. 아줌마도 할 수 있다고요."
세르게이의 본명은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아시모프인데, 팡 씬이가 세르게이에게도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니 친하게 지내자고 하자 세르게이가 그냥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로만 여겨달라고 이렇게 부르라고 했다.(러시아에서 친하지 않은 사람은 이름+부칭 혹은 직위+성씨로 부른다. 친하면 애칭으로 부른다. 세르게이의 경우에는 세료자.)
"아줌마? 아 귀찮아진다. 안 해. 안 할 거야. 난 기차역 갈 준비나 해야겠어."
"아니..."
"나 간다."
그렇게 멜리사 푸르니에는 총을 놔두고 떠나갔다. 팡 씬이가 한 숨을 쉬었다.
"저 귀차니스트 아줌마를 어떻게 해야되냐."
"글쎄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너도 모르겠다. 천 선생이 알아서 하겠지."
(중국에서는 성인 남성을 부를 때 성씨+선생으로 부른다.)
"그보다도 서울에 가면 안드로이드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굳이 이런 무기를 써서 한바탕 싸울 일 없었으면 좋겠어. 나 가끔 양아치처럼 보이지만 실은 싸움 싫어하거든."
그렇게 시덥잖은 잡담이나 했다. 이렇게 잡담할 수 있는 이유는 둘 다 사격을 마스터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들 중 원래 사격이 가능했던 사람은 나, 경찰관인 크리스 이스트우드, 국방연구원 유혜림, 그리고 의사이지만 옛날에 집안사정으로 사격을 배웠다는 팡 씬이까지 4명이었다. 이 중 유혜림은 린장 습격 이후로 PTSD가 발동해 사실상 행동불능이기 때문에 사실상 원래부터 마스터했던 사람은 3명이었다.
"그래서 너는 진짜로 갈 거야? 올 필요 없는데."
"갈거야. 나도 위험하잖아. 무슨 회의에 넘기겠다니 그랬으니 나도 어찌될 지는 장담 못 하지."


그렇게 기차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나는 짐을 챙기러 슈트를 벗고 위로 올라갔다. 가보니 두일이가 아직도 츠바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고 다른 사무실에서 온 보현이가 열심히 츠바사를 설득 중이었으나 성과가없어보였다.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아시모프는 뉴스를 둘러보며 열심히 방관중이었다.
그곳에 내가 가자 강두일이 긴급히 구호를 요청했다.
"나 좀 살려주라. 얘가 날 갖고 놀아."
맞다. 잊고 있었다. 나는 그 때 묘안이 떠올라 츠바사에게 말했다.
"곧 기차역 가야되니까 준비해."
"알았어. 조금만 더 하고."
그렇게 츠바사가 5분 정도 더 즐거운 해킹 시간을 갖다가 짐을 챙겼다. 츠바사의 짐은 의외로 가볍고 심플했다. 생각보다 작은 메는 가방 하나와 노트북 가방이 끝이었다. 가방에는 1주일치 옷과 세면도구 등이 들어있었다. 덤으로 공유기도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걸 보니 같은 걸 며칠동안 입을 건지 아니면 성실히 빨아서 쓸 건지 의문이 들었다.
아시모프도 내가 츠바사에게 한 말을 듣고 눈치껏 챙겼다. 아시모프의 짐도 심플했으나 가면서 읽을 건지 국제정세를 담은 자료들이 많았다.
"준비 다 된 거죠?"
"가는 거야?"
이보현이 말했다.
"응. 가는 거야."
"조심히 다녀와.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이보현과 강두일이 말했다. 샤카넬 리액션 부자 탑2가 동시에 표정으로 잘 갔다오라는 글자를 쓰는 듯 했다.
"알았어. 다녀올게."
그렇게 나는 사무실 문을 나섰다. 뒤이어 츠바사와 세르게이도 따라나왔다. 이제 리와인더랑 내가 다같이 천안아산역으로 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