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천체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있다. 그것은 광원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바래였지만 깜깜한 밤하늘에 은은히 명암을 부여하기엔 충분했다. 그래서 더욱 더 신비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달을 똑바로 쳐다보지 마라. 쳐다보았다면 반드시 수초간 눈을 질끔 감고 자기 자신을 인지하라.'


이제는 세간에서 상식이라고 여겨질만한 통설이다. 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조수의 차이를 일으키는 물리력뿐만이 아니였다. 고고하고도 창백한 은빛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미치게 하는 마력을 품고 있는 것이다. 


달빛에 이끌려 오는 사람들을 통틀어 루나틱(lunatic)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각자 다른 행동패턴을 반복한다. 단순히 일정한 구역을 배회하거나 꺼진 휴대폰을 귀에 갖다대고 중얼거린다던지 그런 사소한 행동부터 각종 사건이나 사고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킬 정도로 미쳐 날뛰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 일련의 차이점의 원인을 알수 없었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어리석은 인간을 비웃는것처럼 달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리고 루나틱의 심각성에 발맞추어 국가적으로 보름달이 뜨면 외출 자제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한낱 인간이며, 밤거리를 온갖 휘황찬란한 인공광으로 메운들 저 기묘하고 신비로운 천체에서 해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밤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의 절반정도는 루나틱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어디서 오는지도 모를 밤의 쌀쌀함은 기분좋은 빛을 머금은 서늘함으로 바뀌었다. 몸을 한껏 풍만하게 채운 그 천체는 끝없이 자애로운 빛으로 피부를 감싸 안는다.


나는 저기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저것에 닿기를 원한다. 더 높이 더 높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하여 손을 뻗는다면 저기에 닿을수 있을까? 


도착한 고층 빌딩의 옥상은 몸을 관통하는 듯한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아직도 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에 대한 강렬한 갈망. 갈망은 초조함을 부르고 초조함으로 이성이 마비되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저기에 갈거야...


결론을 내리자마자 발 밑이 붕뜨는 듯한 부유감이 느껴졌다. 바닥이 없음에도 자세는 유지가 된다. 이거라면 할수있을지도 몰라. 나는 기쁨에 잠겨 한걸음 한걸음 발를 떼고 나아갔다. 


하지만 몇걸음도 가지못해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몸에 가해지는 부하로 인해 몽롱한 의식은 단숨에 깨어나게 되었지만 이미 달은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향해 여전히 담담하게 빛을 자아내고 있다. 


그것이 악취미적인 조롱처럼 느껴지는게 한순간이었고, 뒤이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할 겨를도 없이 의식은 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