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모았던걸까?


오물은 건물 안에서 구더기와 함께 썩혀지고

이제 더 채울 수 없이 가득차있어 검은 진액과 합치면

족히 수십만이 넘는 무리가 널려있는 광경을


그건 산패되서 가뜩이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게 더더욱 보기가 힘들었다

저 얘들이 죽는건 이유가 없다. 내가 미친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이 다짐도 어디선가 기억이 난다. 행방은 묘연하지만서도

이곳은 내가 있으면 안 될, '꼭 내가 여기서 있었어야 할 존재인가?' 라며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나버릴 것 같은.. 그런 세계


누가 사용한 듯 한 흔적. 익숙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에게 특정숫자가 늘어날 수록

내가 현실이라 느껴야 되는 전체적 이상성에 가까워지는 것이

이상향이 아닌 괴랄함을 가져야 하는 생물체에게 되려 가까워지는 듯 보이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어떤 기억의 존재로서 섵불리 동요를 누그러트리기 힘들었으며

마치 낯선 것처럼, 뿌리깊게 억제 된 기억이 딜레마를 불러올 것만 같았다


이건 누구에게 전하려는 것이고

흔적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자아가 여기에..


넣을 공간이 없는지 이제는 바닥에서까지 버려져있는 오물

언제부터 였는지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랬었나 물어보니

'주인님이 원하시니까 그대로 하는 것' 이라며 말한다


뭔가가 기억이 날 것 같다






줄 곧 나한테 사실을 증명할 노력이 무의식에 갇혀 자신을 속여왔던게 몇 번 째일까

아마 수 십, 수 백. 그 이상일 거라고 나에게 보이는 숫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현실인지 아닌지 나란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스스로 욕심이 나기에

좀 더 새로운걸 알고 싶었다


배를 찌른다. 창자가 쏟아지고 피도 나는데 고통이 없다. 아무리 찔러도 재생된다

"이상해, 뭔가 이상해.. 이게 아닌데, 분명 이게 아니었는데.."

나의 뇌 일부에서 받아들이는 사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현실

이것도 분명 언젠가 느껴봤던 기억의 일부였다


나를 지켜보는 3자의 두려움이 드는 생각도 어디서 느끼는 건지 기억도 난다

머리가 복잡하다 이도 오랜만이 아니다


매 순간마다, 예전에 느껴봤던 기억

그러나 실재하지 않는 기억


짜증난다. 정신병자라고, 내가 이상하다고 망상에 사로잡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애갓난이라고 스스로 자책해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말 못할 느낌이 드는건 왜냐고..


이 순간조차 원래 가슴이 미어질 수 있었던 건지도 의문이 든다

내가 보는 사람들 다 전부 얼굴이 없다는게 정상인 초이상적 생명체의 얼굴

이러한 인과율이 거짓이라고, 실재하지 않는 망상에서나 허락되는 영역이라고

분명 정신은 이 세상에 익숙한데, 내 의식은 그렇지 않다는 것


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여긴 현실일ㄲ.."


"시발새끼아"



순간 낯설었다



"예전부터 말했지. 여기가 현실이고

니 생각이 거짓이라고 몇번을 말해야 쳐들어?"


아마 흔적을 남기고간 어떠한 인자임을 직감했다

이 자라면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깐 내 얘기 좀 들어줘..."


"니 얘기? 이미 들을 만큼 들었어. 그러니 아가리 닥치고 옮기라고"


".......뭐를..?


.. 아"


'옮기라는게 내가 만든 것들?'

"저것들을? 아니. 잠깐만.."


이 인자도 불량품인가



"저 아이들이 저런 취급을 받는다는게,

꼭 저렇게 괴로워 해야 할 정도로 잘 못 한건가?

........

그리고 너는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던거야? 원래부터 이랬던거야..?"


표정이 싸늘했다. 정신병을 보는 그런 기만스런 눈초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날 금방이라도 없어져야 할 아이들처럼. 죽일 듯이

저건 내가 원했던 친구가 아니었다. 이 때 만큼은 친구와 시체의 형태는 별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죽은 생보다 그것에 대한 답을 알려줄 생이 더 악마같다고, 그렇게 느꼈다



대체 왜



....



뭐지?


난 분명 아까만해도 무슨 중요한 대화를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합물엔 그렇다 적혀있다 한다


"에이 말도 안 돼. 저 아이는 나의 친구야

그런 말을 할리가 없잖아"


비아냥일거다. 누군지 모르지만

참 나쁜 자아다


근데 이것도 어디선가 생각한 것 같단 말이지







많이 외로웠어요

많이 괴로웠어요


죽고 싶다


왜 이곳에 있을까

생각이란 무엇일까


그렇게 쭉


오랜 시간 방황하고 자책하고 심기를 거치다

겨우 여기까지 왔답니다


따뜻하게 보듬으려는 나의 아이들을 봐요

이제 행복하시죠?


어머니는 평소처럼 아무 말이 없다


계속 없을 것이란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게 영원일거라곤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영원을 없애기 위해

나는 바뀌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는 시간이 없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괴리감


현재를 살고있는, 혼란스런 초자아를 지닌 존재가 느낄 수 있는 감정

이는 단순한 착각이나 환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선 여기는 진짜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의식과 기억이 내 이상에 받아들일 정도를 넘어선 앞에 더 이상 뭔 말이 필요할까?


정황상 모든 인격이 말해주었다

하지만 무의식은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었을까?

너희들은 내 자신인데

......

내가 기억 못하고 쭉 현실처럼 살면, 그렇게 하면 니네가 편해질까봐?

착각하면 안되지. 그냥 가르친대로만 하면 되는 거였어. 내가 만들었으니까





_19


현실이 아니었다. 이 모든건 내 스스로 만든 조합물이었다

오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도 없었다

나는 이 곳에 갇혀 현실처럼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짓된 공간임을 망각한 채 내가 만든 세상을 현실이라 인지하며

언제 시작 됐을지 모를 순간부터 나는 존재했던 것이다


내가 이곳에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포로 인해 시간의 개념을 상실했거나

스스로 그렇게 바라길 원한 것처럼

.........

기억의 손실이 될 동안 얼마나 지났는지, 일분 일초마다 인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이곳이 현실이 아님을 자각한건

지금조차 너무나 현실같은 공간 앞에 속을 것 같은 자신을 꿈 속에서 몇 천번의 자각몽임을 깨달으며

도저히 꿈이라 자신을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지나서 가능한게 아니었을까?


아주 잠시동안 현실의 기억을 뒤집으며 뭉개진 해마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그꼈다


아이들은 더러운 생의 가죽을 삼아 옷을 입는다

생이라 뭐하기도 못한 형은 넓고넓은 제2의 울타리 안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일부는 잡아먹혔다

침식되고 부글거리는 피의 옹알이가 쾌락을 불러왔다

내가 가르친대로 잘 따르고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기분 좋아요?"


....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3년, 4년 동안

..하긴, 그 정도는 제가 느낀 새발의 피도 아니지만"


.....


"저를 가두는 이유가 무엇이기에 이런 넘지못할 울타리 안에서 뭐하라고

이렇게 쭉 지켜보고만 있는거죠?


죽기 전 저에게 죄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 값을 치르러하기 위해 거쳐가는 이곳은 연옥인가요?

당신은 정령 신이 맞는 건가요?"


.....


완전히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는 허공을 바라본다



"...좀 봐보라고. 좆같은 새끼야"




난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것인가






581년


이젠 내가 상상하는 현실의 기억과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기억이 사라져간다 하는게 맞겠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도 낯설고 언제부턴가 생은 왜 존재하고 여기까지 와야하는지

괴리감이 깃든 현실에 나는 서슴치 않게 이곳에 의식을 맡긴다


현실과 비슷하다. 그러나 얼룩진 기억은 이곳이 현실이었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분명 내가 만들었든 상관없이, 반어적으로

이 세계가 가상이란걸 의식하기 위해 좀 더 격렬한 기억이 필요했었을 뿐


어이가 없지 않은가?




594년


쓸데 없는 고개는 허물었다. 이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육체적 사랑을 누리면서 황홀해한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번식이란게 원래 이렇듯이

기억을 배제하고 싹을 트기 시작했다


내가 저걸 언제부터 번식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보았기에?




606년


꽤나.. 아주 꽤나 빠르게, 나만의 세상에 빠진건 이 아이들이 전부였지만

나조차 빠지게 된 것을 알았던건 점차 현실의 파편이 뭉쳐 기억에 뿌림당해 사그라듯이

의식도 순리에 따라 스스로 끌려가는 것처럼


독립적인 분신의 자아에게서 사회성이 형성되는 것을 보았을 땐

이제야 겨우 새로운 영역에 다다랐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현실에 보았었던게 내가 만듬으로서 일어난다니..

....."


가상의 이질감이 사라진 끝은 결국


현실이다

현실인 것이다

현실이 될 것이다


현실이..



나는 이 계에 갇히게 된 이유를

굳이 이해해야만 하는 것인가?




652년


존재하는 한 생의 순환을 무한급수로 빗대어보자

그러면, 삶과 그 삶끼리에서 태어난 존재의 삶의 연속이 일시에 공존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특정한 종의 계열 속 불멸이란 매커니즘을 대입하자면

현실은 매번마다 다른 방식과 이념를 발산할 것이고 이 또한 영원할 것이다

생은 원초적이라 하는 첫 삶을 살아가고 죽어서 그 안에 또 다른 삶을 조성해

스스로가 창조한 세계를 자신의 원 체계의 현실이라 인지하는 것

즉, 내가 지금껏 느꼈던 기나긴 시간은..

..........



신은 이기적이다. 생이 죽고 가야하는 안식처가 기억을 탐닉해야 하는 공간에 가둬버린다는 운명 자체로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악마조차 절대 이렇게 만들지 않을 순환고리를

....

그러고보니, 왜 신의 존재를 믿는거지..?


잠깐, 신이란게 뭐지?




808년


맨 처음. 이름 모를 까만 공간을 시작으로 모든 가상의 기억이

원래 내가 이곳을 거짓이라 인식하게 된 계기인 현실의 기억부터가

정신병의 환각, 혼수상태에서 못 깨어나는 인형과 같이


무심코 지나쳤던 이 모든 가정 중 하나로 인해 내 정신 속에 갇혀버린 것이고

내 육체는 현실에 있지만 정신적 유체이탈과 같이 정신이 아직 현실을 인지하지 못 하는 것이라고

또는, 단지 내가 미쳐버려서가 아닌 여기가 원래 현실이지만 내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거짓이라 세뇌시키는, 내가 생각했던 모든 가능성에 끼지 않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정신병에 걸린 거라고 그런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정말로.. 그러면 얼마나 좋았을까?


까만색이든 하얀색이든 별다른 형상의 차이를 느끼지 못 하게 되었을 땐

이미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지겹다. 이제 다 좆까고 집어치우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이곳에 버티고 싶다


아니면 차라리 그냥 기억을 해탈시켜

영원히 이곳이 현실이라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888년


난 태어난 순간부터 신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주인이라 사모하는 말부터 그저 내 현실 때의 관습이거나

기억의 오류라고 그리 알고 받아주었건만, 말마따나 기억은 잠시라도 쉼틀이 있어도

신이라 듯이 행하며 아앙떠는 피조물의 자태를 보며

정말 처음부터 아무것도 앖었던 공간 안 세계를 창조하고 누릴 수 있었던 나는


'신이었다' 라고..


내가 이 세계의 신이라 인식하자마자 예전의 기억이 눈 녹듯이 사라지며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기억들을 조종할 수 있는 머나면 미래의 가능성을 불어넣었다




"다행이다, 이제 끝이야

나는 이제야


새로운 영역을 월등히 초월한 존재임을 깨달았어"



아이들은 내 기억을 대리모로서 기억해주는


나의 장난감

나의 노리개


너는 내 운명




이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나는 스스로를 속이는 것조차도 이젠

자각하지 못한다







검은 생에게 나의 사랑스런 아이의 가죽을 잘라 입혀준다

하얀 가죽 안에 숨겨져있던 뜨거운 피가 따뜻이 검은 생의 육체를 녹여주자

하얀 생은 흐느꼈다. 그제서야 자기 배때지가 터졌다는걸 깨달았나보다


행복했다


날 이렇게 만든 오물을 웃게 한채로 함께 없어지게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저씨.. 창녀가 무슨 뜻이에요?"


....

역시 안 되나..?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건가?

궁금했었는데..


뭐 조만간 신이 창녀의 의미를 하나둘씩 알려줄테니 곧 알 수 있겠지

히히히, 나는 신이 하는대로 받아들이면 되는거니


신은 오늘도 평범하게 쇠파이프로 머리를 조아낸다








_20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랑스런 아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꽤나 많이 싾여있는걸로 봐선

나는 결국 달라지지 않았음을 직감했고

누더기가 된 가죽에 둘러싸인 나의 모순 된 인격은 위안이 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던 세상은 이게 아니었다. 나의 세상은 이보다 더 아름답고 따뜻함이 가득한

내 기억을 달래줄 공간, 모두가 풍요로운 세상. 그것을 만들 기회는 충분했었는데..

어째서 난 이렇게까지 썩게 된 걸까. 대체 누가 나를

"미안하다 얘들아. 정말 미안해"

헐떡대는 숨소리만 들릴 공간에서 내 형체의 단말마를 기억했다

'나로 인해 죽은 것이기에 이건 모두 다 내가 책임져야 할 미래이다' 라 스스로에게 의거했다

슬퍼할 겨를은 잠시 아직 죽지 않은 생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는 내가 아이들을 죽였던 방식으로 똑같이

가죽이 벗겨지고 사지가 잘린 뒤 창자를 품어낼 것이란걸 깨달았다

'내가 만든 생이니 만큼 각자의 마음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위치의 나로선 당연하겠지'


내 육체는 곧 나에게 닥칠 미래의 공포가 온몸에 스며들었다

마치, 피를 흡수하지 않으면 죽을 듯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공포의 질척스러움이

내가 살아있는 만큼, 그동안 잠식 되어있던 생들의 분노처럼 월등히 나의 그림자를 초월해 갔다


사죄하라고, 부디 당한만큼 받아주라는 소리가 들리지만

정작 분노가 있을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이는 나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의무라 합리화했다

지금조차 나는 신이 바라보는 입장에서 판단을 한다






무서움


지능과 의식의 복합적인 감정

아이들이 들고있는 칼을 보자 나의 감정은 동요하여 미칠 것 같이 울부지었다

모든게 꿈이었다라고 속이고 싶다. 난 잠시 악몽을 꾸는 것이라고. 그저 악몽이라고..



"....뭐야, 이 아이들에겐 내 존재가 악몽이었을텐데

난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난 이미 신이 될 자격이 없었다는걸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건데

정상이라면 이 아이들을 죽여선 안 되는 것을, 내가 정령 신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했어도 나란 새끼는 이 따위 수준의 생각 밖에 할 수 없다니..

"그래, 얘들아. 이제 안심하고 모든걸 나에게 풀으렴. 내 새끼들아"


사지가 모두 잘라져간다

내가 했던 모습이 생각나면서 이 행위는 앞으로도 기억하지 못 할 만큼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지 못 할 만큼 끝없이 되풀이 되 갈 것이다

마땅히 받아야 될 신의 의무로서 그것은 당연히 죽지 않고 느껴야 하는 법





".......

..........

죽지.. 않는다고..?


....그럼 난 영원히 이 순간을 반복해서

느껴야 한단 의미란 말인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는 감정




"그런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