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싫었다


더 이상 내 마음을 해집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이 끝을 시작으로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며

아이들에게 가상의 육체가 썰려도 의안삼아 나란 존재는 참아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한 일일까? 모양만 신인 내가 정말로?

.....

나는 그럴 수 없다는걸 이미 알고 있다


내 의식이 있는건 시간이 유한했단 것. 아무리 과거의 자신이 이럴 줄 예상했어도

지금의 내 자아는 그렇다 생각하지 않고 쭉 한걸 보면..

지금 나에게서 과거를 탓하기엔 너무 늦었다. 기억이 없어지면 죄가 용서되나?


아니다, 그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이니깐

이런 상황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거겠지


같잖은 내 인생. 나를 원망하고 하소연해도 아무도 받아 줄 이성이 없고

눈 앞은 내가 했던 방식을 따라하기 위해 대기하는 아이들


그 이외엔 없는..

'잉여쓰레기'



....

그나저나 나를 저 멀리 지켜보는 아이는

대체 뭐야?


그의 눈은 회색

검정도 하얀색도 빨간색도 아닌 그것은



중립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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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육체가 없다고 자각했을 땐

나만의 세상을 창조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럴 기회가 있다면 이 난광을 없었던 때로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내 본래 자아의 행방도 모르면서 그것은 말이 되는 바램이라고 생각 되지 않았다

만약 이렇게 될 거란걸 알고 있었으면 가상의 육체를 지닐 당시

나 자신이 알고 있던 이상대로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

결국엔 지금에서까지도 내가 하는 행위가

말이 안 되는걸 더욱이 자각하지 못 했을터


그렇다하면 그에 상당한 죄값을 받을 나 자신의 영원한 시간을 받들이는 과거의 나에게 말도 못 해

현세에서 돌이킬 수 없음을 받아들어야 하는 것, 이제 기회를 찾을 희망따윈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를 시간을 죄로 단명해야 한다는건 너무나 억울한 대가일 거다


돌아가고 싶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진심으로 나를 속여서라도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럴 방법을 모른다. 영원히 이렇게 고립 될 운명인 것이다

그럴 운명인..




"죽여"



".....?"


"저 새끼들을 죽여"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지켜보았던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조차 버린 나를


"..안 돼.. 그건 안 돼. 그러면 또 다시 이런 일이.."

"너야말로 왜 그러지? 평소대로 하지 않고?

너가 말했던 '맘에 안드는 생명체가 나온다 해도 죽이다보면

아름다운 생명만이 가득할 것이다'

....이게 너가 원했던 이상이 아니었나?"

"...뭐라고? 그럴리가. 나는 그런 말 한 기억 없어"

"기억이 안 나는 것, 그 말은 너 스스로를 거짓으로 돌리는 변명일 뿐이야

...

..설마 너의 무의식은 너가 지니고 있는 본능을 다

내 책임으로 돌리고 싶었던 거였나?"

아이는 빨간 천장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비슷하구나. 우리한테 위선떠는 그 때처럼"

"그런거 아냐! 이건.. 이건 정말

내 스스로 지은 죄를 인정 할 수 없어서 그러는거야"


"가식떨지마"

"...!?"

"그럼 왜 지금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지?

그것은 자신의 죄값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

"그, 그건.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너무나도.."

"그럼 이곳에 왔을 때부터 평소처럼 똑.같.이 행동해

아니면 그냥 묵묵히 인정하든가. 너는 한 때 신이었으니까

내 말이 틀리나?"

"받아들일 수 있겠어?"

"뭐를?"

"이런 운명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너의 방식대로, 너의 본능대로 바꾸면 되는 거잖아"

"본능.. 대로라고?"

"그래 맞아, 너의 그 잔인한 본능을 의지 삼아

다시 돌아가는거야. 그럼 되잖아"

"..그래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되는건가

......


근데 나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


"너는 대체 어디서 온거냐..?"



그는 한숨을 더욱 크게 내쉬었다


"아직도 신의 존재를 믿고 있는거냐?"

"...뭐라고?"

몸이 부들부들 떠린다. 저 생물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신을 가르친 적이 없는데


그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느리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추월하였다

감정이라 하기도 미묘한 그 표정. 아직도 그 표정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채


"니 같으면 이딴 세상에 있는 너를 구하고 싶겠냐?

엉? 구해주고 싶겠냐고. 너 같이 이리 비정상적인 세상을, 그리고 너 자신도

이런 세상이 비상식이란걸 알고 있으면서 그동안 계속 반복해왔던 거잖아"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시끄럽다는 뜻이야. 그러니 닥치고 내 말을 들어"

"??..."

"신이 있다는 거 자기고 판단 할거 없이 너가 독립된 개체로 이 공간에 있는 것 같냐?

설마 너만 이 곳에 있는 거라 생각해서? 생명체를 불량품이라며 죽여서 잊혀진 존재보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니 생이 신에게 돋보이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누가 그러는데? 니가 만들고 죽인 사실로 자만해도 되는건 누구한테 배웠는데?

니가 주장하는 신이 그렇게 하라 가르쳤냐? 신이 생을 죽여도 된단 권리가 있다?"

"아니.."

"그지? 넌 그 정도의 잠재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생존권을 보유한 생의 의지를 존중해주지도 않고

맘대로 죽여서는 오히려 신에게 필멸자를 처단하지 말라는 무의식에 집착되어 있어

그럼 의식으로라도 알고 느끼는 니가 스스로 깨닫고

필멸자의 삶도 존중하는 법을 만들었어야 하는거 아니었냐?

여기 너만 있다고 하지 않았지. 너가 만든 신이나, 생명이나, 인격이나

오로지 너의 가치관을 비롯하여 생겨난 것을. 이러한 인과율이 곧 너만의 공동체

그 공동체를 잊고 한낱 보이지 않는 신을 추앙한다?

그럼 처음부터 이상향인 '무의식' 을 추앙했었어야지"

"그럼 대체 뭘 어쩌라고? 내가 만든 인격이라면 스스로도 이게 한계란걸 알고 있잖아"

"뭐가 한계란건데? 넌 아직도 이리 건실히 몸체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니 몸이 망가져있지 않는걸 보면 너가 자신의 발산체임을 알 수는 있을거 아냐?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고도 원래 자아가 뭔지를 아는 방법조차 모르는거야? 그런 것도 모르냐!?"

"그래서 신을 믿고 싶은 거잖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훨신 벗어난 현상이 보여지고 있으니까!"

"왜 너가 신이 입장을 대변하는 주제에 성을 내는 거야?

신이 뭐? 그 의미가 그리도 중요한거야?"


"이 공간에서 나가고 싶다고"


"...

그니까 니가 이 지랄을 왜 하고 있냐고

니가 생각해도 타인으로서 난장판인 이 공간이 단순한 관종의 파라다이스라 인식해

눈요기 거리만 관광하다 지나갈 수 있는 일일 거아냐

그 때 내가 한 말 생각해봐. 그 때 내가 가상현실라 했으면, 인터넷 선이 끊어져 미아가 되어버린 너를

서핑 목적만 바라본 채 지나가는 너를 본다면

구조 신호도 없는 세상을 웃어넘기고 이내 질려 다른 곳으로 떠나겠지"

"내가 미쳐버렸다는 신호도 구조 신호일 수도 있는거잖아"

"그건 구조가 아냐! 더미 데이터일 뿐이야

저 시체들은 사실 너가 느끼고 있는 데이터 중 하나

그리고 만에 하나 여기가 진짜 가상세계가 아니더라도 저것들을 망각하면 되잖아"

사방에 퍼져있는 핏덩이를 보았다

"너가 원하던 세상이나 잘 만들어야지

니 생명도 너를 신이라 받들고 또 인공의식으로 전환되어도

그 무의식이 너의 이념대로 이상향을 추구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 내 기억은 그동안 내가 탄생한 시간만큼이나 질긴데

아무리 기억을 지우려해도 한번 만들어진 흔적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니가 탄생했던 기억이 어째서 니가 태어나 시간이었다고 느끼는 건데?

존재했단걸 깨닫기까지 이 공간이 이리 변형되었다는 것이 너가 자각하는 시간은

단순히 임의로 정해진 특정인자로 밖에는 결론 날 수 없을텐데

자아로 배제 된 새로웠던 공간의 기억을 합하면 1,000년.. 10,000년 아니

1억 년이 지났을 수도 있을 걸"

숨이 거칠어진다. 이상한 생각.. 그것들이 자꾸만 내 머리 속을 용솓을 친다

"싫어.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나의 상상대로 새로운 걸 만들어봤자 그건 내가 이미 한번은 만들었고 구상해봤을 법한

모든 것 중 하나여서 결국 또 질려버릴텐데.."


두 눈 사이는 '2cm'


"이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자아를 만들어도 다시 그것들은 흔적을 조성하지 못하고

끝끝내 내가 죽여논 시체꾸러미 속에 파뭍혀 사이사이마다 녹아드는 불활성 쓰레기로 전략할 텐데

난 그것을 소름끼치게 잘 알고 있고 너조차 안달복달하며 보채고만 앉아있고

원래부터 알고있던 이상향과는 멀어져가는 이런 세상에 구원을 얻기까지 수많은 해석을 요하는 한편

어째서 신이란 영역을 갈망하는 건지는 스스로 생각하고는 있을 거 아냐

..나도 들어보고 싶다. 너가 말하는 그 특정인자를 벗어난 초월적 영역까지 도달하는 흔적이란게

신이란 가상의 자아를 이용하여 자아의지를 실현할 좋은 기회를 대신화 할

또 다른 기원으로서 뭐가 있는지 스스로가 아니더라도 명쾌히 증명할 방법이 있어?

최소한 지금 현재 너에게 남겨줄 깨끗한 영역이란게 나에게는 존재하냐고?"


"너가 만든게 뭔지를 스스로가 알고 행동해야지"


이제 생각하기 고통스럽다. 단지 여생이 형상되는 공포심만이 아니다

더욱 깊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내면의 공포가 신격화해 소리지르는

난청임에도 알 수 있음을 자각하는 몇 안되는 기분


공황감


꽤나 오랫동안 쳐다보는 자아였음에도

이내 자신이 측은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친구야. 솔직히 너가 그리 나쁜 인간상이 아니고 싶은거는 나도 알아

모두 다 이렇게 된건 단지 영원으로부터 오는 정신적 무력감으로 시작 된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들이 너의 상상력 이외에 나온 어떤 괴랄한 생명체가 너의 이상향이 악에 가깝다고 확신을 못 해

또 너가 그토록 상상력을 쥐어짜서 노력한게 실현화 된 것 뿐이고

이 모든게 너가 느끼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건 어쩌면 시간 앞에선 그리 이상한게 아닐거야

너여기 처음에 왔을 때 느끼던 무언의 이상함도 역시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 모를 자아들을

평행우주에서 순환시켜 바라볼 땐 충분히 '이상한 공간' 이라 받아들이는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자아의 심성도 100년만 지나도 싸그리 갈아엎어 질 수도 있는게 시간이야. 그러니 아직 기회는 많이 있어

이미 너의 과거가 이 공간 자체를 그동안 만들었던 기억의 잔해들을 의도적으로나

후생의 기억에 남기기 위해 받아들이는 걸 수도 있잖아

너가 느끼는 이상향과는 다른 악의 근원이 사실 선에 가깝거나 중립에 한 없이 가까워지다 보니 생긴

어쩔 수 없는 일련의 과정일 수도 있다는걸 나는 느끼고있어"

서로의 두 눈이 마주친다. 동공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텔레파시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마. 내가 아까는 좀 윽박지르면서도 사실 너를 사랑하니까

많이 답답하니까. 그래서 그랬어.. 너도 알잖아"


그는 나의 머리를 스다듬었다

피에 젖어 뜨겁게 된 인절미와는 달랐다


그 느낌은 어디선가 기억나지 않은

어떤 한 시행착오 속 갈 곳 없는 체온과 같이

내 마음을 애써 녹여주었다




'엄마..'




상상력은 때론 자신을 속이고

일그러짐을 반복시킨다









" 저기 근데 말야.. "

" 어..? "


두 눈 사이는 '0.2cm'


" 너는 말을 너무 어렵게 하는거 같아

그러면 다른 자아가 알아듣기 좀 거북하지 않을까? "




.....



"신의 말이 거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