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그 소문 들었는가?"
새로 금위도사에 부임된 5품 관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이 말을 꺼냈다.
"무슨 소문 말인가?"
"아니 글쎄, 의금부 감옥에 벌써 5년쨰 갇힌 죄수가 있다하네"
말을 듣던 사람이 말도 안된다는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에이, 이사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의금부 죄수들은 기본이 사형 아닌가"
"에헤이, 이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진짜 있다니까"
옆에서 듣던 사람이 끼어들며 물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장기수가 있다 치면, 죄목은 무엇인가?"
"그건..."
꿀꺽.침을 삼키며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귀를 귀울였을 무렵.
"전원 집중! 금부사(판위금부사.종 1품으로 의금부의 수장)께서 오신다!"
금부사의 등장과 함꼐 그 대화는 강제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한쪽에서는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린 사람들이 감옥이 무너질듯 고함을 지르다가 구타당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조용하게 자신이 이세상을 떠날날만을 기다리는 의금부 소속 감옥의 한 죄수 앞에서, 감옥을 관리하는 금부도사가 말을 꺼냈다.
"죄인 송명길"
"저번에 지나갈땐 처다도 안보더니, 이제는 할말이 생기셨소"
갇힌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짐작가는 깨죄죄한 몰골의 죄인이 금부도사에게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
보통의 죄인이라면 경을 쳤어야 하는 말투지만 금부도사는 아무말도 없이 죄인을 바라볼뿐, 아무말도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없는사람, 죽은사람 취급을 하는 불문율을 깼으니 뭔가 중요한 일이라도 있겠지."
"...어제, 전하께서 붕어하셨다."
이제는 죄수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라도 있는가"
"...그래서"
"그래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미련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인지, 울음을 참기 위해서인지.
죄인은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금부도사에게 말했다.
"전하꼐서는.......편하게 가셨소?"
금부도사는 거짓말을 하는듯, 애써 죄인을 보지 않으려 하며 가까스로 말했다.
"전하께서는.....편하게 가시었네"
금부도사의 너무나도 정직한 행동에 죄수는 다시금 물었다
"다시 묻겠소. 전하께서는 편히 가셨소?"
다시금 말이 없어진 금부도사를 보며 죄인은 말을 꺼냈다.
"종기."
"!!!"
모든것을 알고있다는듯이 단정적인 그의 말투에 금부도사는 놀란눈을 하며 죄인을 보았다.
"혹시 종기때문에 돌아가신것,아닌가?'
"...그것을 알려줄 이유는 없소"
금부도사는 애써 냉정을 되찾으려 애쓰며 빨리 그 대화를 마치려 하였다.
"부정을 하지 않는것을 보아하니, 맞는...모양이군"
다 알고있는듯한. 그렇기 때문에 울고있는 죄인의 말에 금부도사는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영원할것만 같은 침묵과 울음소리 만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고있을때.
울음을 그치고 감정을 추스른 죄인이 금부도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석방이겠군."
"그렇소"
열린 문 사이로 익숙하지만 어쩐지 새로운 냄새가 흘러오는것을 느끼며, 죄인 송명길은 이제 송명길이 되어 5년만에 감옥을 나섰다.
금부도사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한 방은 이전 감옥과는 전혀 다르게 화려한 방이었다.
"목욕재개를 하고 잠시 기다리면 금부사께서 오실걸세."
라는 말을 뒤로하고 금부도사는 빠른 발걸음으로 송명길의 곁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목욕을 하고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은후 기다리다 마침내 해가 지려고 할떄 방의 문이 다시금 열렸다.
"송명길이..."
너무나도 많이 봐왔던, 그렇기에 너무나도 존경했고, 증오했으며, 종국에는 이해하게된 얼굴.
송명길이 감옥에서 생각해왔던 얼굴과 달라진점이라고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진것밖에 없이 변한것이 전혀 없는 그 얼굴.
울음을 참는 그의 얼굴이 바보같다고 생각하며, 송명길은 마침내 울며 웃음을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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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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