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이브. 줄여서 남라.

 이 사이트를 알게 된 건 단순한 우연이었죠. 아닌게 아니라 어느 스산한 봄날밤. 여느때 처럼 나무위키에 무언가를 검색하며 찾던 도중, 문뜩 무의식적으로 생겨난 호기심이 검색창 옆에 버튼을 눌러보게 됐고 그리고, 난생처음 보는 생소한 이름을 보게 발견하게 됩니다.

 ‘랜덤 채팅··· 채널?’

 예전에 잠깐 랜덤 채팅과 관련된 웹툰을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검색하다 말고 급작스럽게 그 채널에 반발심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랜덤 채팅이라면 분명 모르는 사람하고 연결해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라 알고있긴 한데, 그림으로만 보던 걸 실제로 마주하게되니 호기심이 부풀어 올랐나 봅니다.

 ‘오오··· 진짜 되는구나 이게. 신기해라.’

 이곳에 처음 경험해본 랜덤 채팅은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아직 유동이란 개념조차 알지 못했었던 맨 초창기 시절. 제가 첫 남라를 알게된 발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때가 묻지않은 접속자라서 그저 이 채널에 채팅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붙였습니다. 위키를 보고나면 가끔씩, 아주 가끔씩 들어가서 다양한 분들과 만날 수 있었죠. 초반에는 순탄하게 대화를 이어가다가도 상대가 느닷없이 접속을 끊어버리거나, 아니면 뻘글을 올리다가 대화불능으로 만들기도 했고, 어쩔 때는······ 음담패설을 하고 튀는 분들도 만나보았죠. 참으로 별의별 상대방과 접촉해보았지만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진심으로 나눠주신 분들. 겨우 만난 사람(?)같은 분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눈 것이 절 수차례 들르게 만든 이유였고, 그렇게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실제 만나서 하는 것보다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접속이 잦아지다보니 시야가 넓어지게 됐고 그제서야 랜챗말고도 다양한 채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 채널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제게 흥미거리를 제공했고 곧이어 정식으로 사이트 탐방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리고 곧 제 운명을 바꿔버리는 한 채널(과장이 조금 들어갔습니다)과 맞닥뜨리게 되죠.

 ‘창작소설 채널? 누구나 소설을 올릴 수 있다고···?’

 창작소설 채널. 줄여서 창소챈. 이때 제가 이 채널을 보고 무엇을 상상했는지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했을 땐, 범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 건 만은 뚜렷하더군요. 수준급의 필력들······ 탐방하다가 뜻밖에 요행과 조우한 것 같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글쓰기」라는 버튼을 발견하게 됐을 때, 마음속 한 구석에 무언가가 절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걸 올려도 과연 괜찮을까?’

 멀지않은 옛날, 언젠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져서 막 써재낀대로 적고 구석에 박아뒀던 어떤 작품의 프롤로그를 메모한 것이 번뜩 머릿속에 떠올랐고, 다만 그대로 올리기에는 너무 대충 끄적인지라 몇시간에 수정 단계를 거쳐 드디어 확김에 올리고 말았죠. 대폭 수정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내용은 탈색되고 막 구상한 시나리오를 추가해 작품으로 내게 됩니다. 즉, 창소챈에 올렸던 첫 프롤로그는 원래 옛 구상작에 일부였지만 새로운 오리지널 소설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노 레벨 원 스타트(NLOS)>, 저의 첫 작품이자 장편작 되시겠습니다.

 어쩌다가 꼴에 신입작가가 되어버린 전, 아직까지도 왜 소설을 올리게 된 것인지 의문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올리게 된 글쪼가리, 아니 소설에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두근거리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잠시, 글에 표시된 유동닉(이당시 가입은 하지 않았습니다)을 보다가 별도의 닉네임이 필요할 것 같아 짓기로 하는데 그만 아이디 비번이 있단 걸 모르고 올려버려서······ 갑자기 당황한 나머지 우왕좌왕하다 닉네임을 아무거나 끼워맞춰 두번째로 재업하다가 어찌저찌 국장님과 첫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국장님의 언행과 프사의 임팩트(?)로 인해 저도 모르게 약간 긴장하고 말았죠. 이거 이러다가 퇴출되는 건 아니겠지? 이딴 어설픈 작품으로 분위기를 흐려서!? 하면서. 그렇게 가까스로 1화를 올린 후 2화를 새로 업로드하게 되었고 1화의 반응이 별로여서 이거 망했구나하며 간신히 남은 의지로 부여잡고 다음화를 쓰던 어느날,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오 재밌다」

「이주의 WBN으로 선정되셨습니다」


······WBN? 그게 뭐지?

 분명 기뻐해야 될 상황이었으나 WBN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에 수소문 끝에 겨우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맨처음에 뭘 잘못한 건 줄 알고 Warning에 약자인가 해서 더 긴장했는데 알고나니 좋은 의미여서 천만다행이더군요. 뉴비로서 조금은 알려주시지···· 흠흠. 아무튼간에 2화만에 얻게된 WBN에 보답하고자 창작하는 것에 자신감을 얻어 몰두하게 되었고 연재 10화만에 끝냈을 장편을 꽤나 길게동안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가 일종의 커뮤니티 사이트였음을 깨닫게 되었고, 차차 이 분위기에 적응해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경험을 쌓아 시간이 흐르면서 추억이 되어 쌓여갔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시행착오와 사건들이 있었죠.


‘이정도면 잘 쓴 것 같은데, 이러다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ㅋㅋ’

‘으음··· 다시보니까 오류 투성이네. 조금만 수정해보면 괜찮을까? 아, 아닌가.’

‘으윽! 역시 난 안되나봐···· 독자에게 지적을 받다니, 작가로선 최악이로군ㅠㅠ’

‘아, 안녕하세요. 앜ㅋㅋ 송구하옵니다!’

‘으음? 아, 혹시 이게 그 빌런인가 하는 그건가. 삭제요청을 해야되나?’

‘아 그것도 맞지만 저는 그런 이유에서 작성한 게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어쩌고 저쩌고··· (대충 엄청나게 긴 장문의 답글)’

‘아음, 회차가 진행될수록 점점 분량이 많아지네. 이건 다음화에 등장해도 괜찮을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하고 끝내자.’

‘으윽, 맞는 말이지만 너무 팩트 폭격을 하는 건····ㅠ’

‘아아, 글쓰기 귀찮아~’

‘그래도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 있으니까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하면 글이 적혀지겠지? 아무렴!’

‘쿠울쿠울~ (?)’


 초보유저로서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평소에는 머릿속에 상상으로 끝났을 것들을 글을 쓰면서 창작하는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됐죠. 아, 창작이라 하니 말인데 창소챈 이외에도 다른 사설 채널들을 순례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제 채널을 개설해보는 등 신기한 경험들의 연속이었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아래 게시글에 써진 문구가 제게 홀린듯 전 여러 채널들애 개시글들을 맘껏 올리기도 하고, 또 사설 채널에서 원하는만큼 제 상상력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꾸준히 활동했습니다. 이래서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커뮤 중독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을까요? 무엇이든 이런 일상들이 찾아오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글 연재만을 위해서 정식으로 가입하였던 제가 지금에 와서는 뉴비를 벗어나 모두의 구성원으로 있을 수 있어 매번 은혜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남들이 듣기에도 질리도록 말이죠··· 이러고 말하고나니 옛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과거와 현실이 서로 교차해가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와···.’

‘이곳 분들은 원래 대화가 없으신가? 혹시···· 잘못 찍힌 건가?!’

‘댓글이 없네···· 그렇담 내가 먼저 달아주자!’

‘우와! 백일장 순위에 올랐다! 콜라보를 하자, 브라보!’

‘현생과 남라 일이 동시에 밀렸네··· 에라 모르겠다! 잠수!’

‘여기다가 뭘 올리면 좋을까··· 앗! 알림 왔다!’

‘남하! 처음 뵙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유동? 통피? 키배? 남라와 관련된 단어인가?’

‘이번엔 뭘 올릴까? 음, 이번엔 한번 이걸로 할까.’

‘오오, 그렇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앜ㅋㅋㅋㅋㅋ 아놔, 배아파ㅋㅋㅋㅋ’

‘그렇게 문제가 될 것이었나···? 아무튼 지워야겠다;;’

‘뭐야, 이거 왜 안 되지? 으응? 글자제한?’ (악마와의 첫 조우)


‘으아아악! 글이 다 날라갔어!! 끼야아아아아악!!!’

‘끙; 저번에 올린 걸 다시 보니까 도저히 창피해서 못 봐주겠다;; 몰래···· 자삭!’

‘남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앗, 이렇게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실제로 고개를 숙였다)

‘이젠 요령이 생기니 고인물 플레이도 수월하구만~♪ 이 좋은 정보는 나중에 모두에게 알려줘야겠다 ㅋㅋ’

‘이씨! 이건 또 뭔데! 뭐가 금지어냐고 대체에에에!!!’ (대충 심한 욕)

‘에엥? 내가 뭔가 실수한 건가?? 어, 어떻게 하면 좋지?!’

‘음? 무슨 뜻이지? 나만 이해하지 못한건가?’

‘······거른다.’

‘하아암~ 졸리니까 뻘글로 일관하자. 쩝.’

‘이번엔 또 뭔 일이야. 일단 확인해봐야겠다.’


 방문한 여러 채널들과 구독하는 채널의 숫자가 늘어나는만큼이나 다양한 유저 분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갈 수 있었고, 남라에서의 나날들이 길어만 갈수록 인연은 깊어져 가고 쌓여만 가선 한편의 소설같은 추억으로 남아 이렇게 글로 써내려갈 수 있었을지 모르죠. 항상 남라에 나갔다 들어오면 상상치도 못한 해프닝들이 발생하는 걸 보자면 순 허풍은 아니라는 확신이 드네요.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전부 끄집어내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매번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전할까 속으로 되뇌이면 글자는 쉽게 써지지 않고, 또 장황하게 늘어놓는 게 아닌가도 싶고요. 마음속에 있는 걸 그대로 옮겨적을 수만 있다면···· 있으려면 마음의 정리가 필요할까요? 이곳에 세월을 보내면서 후회는 남기지 않았습니다. 역경과 작은 소란들도 있었지만 새옹지마, 앳된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고. 있다고 해도 오직 오래 있어주지 못한 것애 미안함과 미련만이 후회로 오인될 뿐이니까.

 결국엔 마지막으로 떠나는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실까? 어떤 감정을 갖고 보내줄까요? 운운. 며칠전부터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의문들. 이루고 싶은 꿈과 막막한 현실 사이에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문자답만이 오고갈 뿐. 그러던 와중 「나는 할 수 있을까?」가 아닌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야 난 열심히 했으니까.’

‘남은 며칠동안 못내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모두와 어울려 지냈으니까.’

‘시간도 없으면서 꿋꿋이 최선을 다했고 그들과 만나려고 노력했으니까.’

‘노력했으니까? 아니 내가 하고싶은 일을 다했으니까.’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했지만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남라의 어엿한 유저니까.’

‘나는 누구에게는 의미가 있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

‘나는 전세계를 씹어먹을정도의 유명인이니까!’

‘나는 운영자님들을 대신할 최고의 관리자를 독점할 거니까!’

‘나는 천재고 그누구도 날 대적할 수 없으니까!’

‘나는 이 우주의 신이 된다.’

‘나는 은하최강 아이돌이 될 사나이니까!’

‘그래, 나는 사실 외계인이었으니···’



혜움: 잠만! 왜 잘 가다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데!!


망상장애: 원래 나는 진지한 걸 오래 못 쓰는 타입이거든. 애초에 진지한 글이라면 저너머 챈러스에 올려놨으까 더는 쓸 말도 없고 말이야.


이민: 결국엔 이런 첫판은 수필에서 갑자기 끝을 소설처럼 마무리 짓는 건 어느 나라의 방식이죠. 개연성은 밥 말아먹었쥬?


혜움: 간만에 진지하나 싶었더니 이게 뭐에요!! 속으로 이런 반전 글로 훈훈하게 끝날 줄 알았곤만!


망상장애: 야야, 여기다가 암만 좋은 글귀를 올려봤자 근본부터가 똥LOS거든. 그러니 기대 같은 건 하지마.


혜움: (어이상실)


망상장애: 포기하면 편해. 그렇다니까.


히내: 그보다 선생님, 이제 다 되신거애요···?


망상장애: 그야 물론이지. 준비는 다됐단다.


이민: 무슨 준비는 모르겠지만요, 그전에 선생님. 선생님답지 않게 얼마 안되서 7화를 올리시는 거에요. 그것 또 요즘 창소챈에 보이는 짧게 살다 가는 스낵 놈들보다가 이런 긴 장문에 진지 빨은 글을 보니 괴리감이 들어서 말이죠.


망상장애: 그거 말이지. 요즘 기성작가들이 떠나가고 있는 추세에 기존의 이용자들이 짧게 짧게 올리는 거라 카더라고. 의도한 건 아니고 반전 계획에 일환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리 도드라졌네. 그래도 마지막인데 이해해줘라~


이민: 마지막이고 자시고 왜 자꾸 불러내는 거에요. 저번에 챈러스도 그렇고 굳이 오늘 7화를 급작해서 올린 이유가·····


히내: ?


제나: ?


망상장애: ?


혜움: 무슨 말이야?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이민: 응? 뭐 잘못됐어?


혜움: 그야 오늘은 선생님이 창소챈에 떠나시는 날이잖아. 길면 몇년동안 못 보신다고.


이민: ······뭐? 누가 떠난다고?


혜움: 뭐야, 너 진짜 몰랐던 거야? 모른척 했던 게 아니고···?


망상장애: 야, 설마 종례시간에 잤냐. 교직에서 내려오고 떠난다고 요근래 공지했잖아. 또 넌 특별반 수업으로 무국장님이 직접 널 가르치면서 난 떠난다고도 재차 들었을 텐데?


이민: 아니, 그건 선생님이 똥LOS 쓰지 않고 무마인가 뭔가하는 놈한테 떠맡기고 당분간만 내려놓으신단 줄 알았는데···· 완전 떠난다고요? 아예?···· 아야! (딱콩!)


망상장애: 으이구, 꼭 손을 벌린다니까. 그래, 이눔아. 마지막이니까 살살 부탁해라. 스승이 제자를 놓고가는 게 여간 신경쓰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었으니까 ㅇㅇ


이민: ····


혜움: 그런데 마지막으로 떠나시기 전에 궁금한게 있는데요. 굳이 나간다는 마지막 글 대신 여기다가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망상장애: 물론 있지. 그야 여기는 내가 처음으로 글을 올렸던 장소니까. 마지막 인사는 꼭 처음 왔던 곳에 적고 싶었거든. 들어는 봤냐! 마지막 작별글을 작품으로 쓰고가는 작가를!!


혜움: 아 예····.


망상장애: 아마도 창소챈에서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고 작별을 고하는 작가는 있어도 작별 자체를 작품에 소재로 삼아 쓴 작가는 아마 내가 최초일 걸? 나라서 가능한 일이라구! (으쓱)


히내: 그래도 햬움의 말대로 조금 전개가 그렇긴 했어요. 무, 물론 이것도 나쁘단 건 아니지만····.


망상장애: 내 좌우명 비스므리한 것 중 하나는 남들이 안하면 내가 한다, 물론 내가 하고싶을 때!


망상장애: 또 하나는 할 때는 끝까지 하고 안할 거면 아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끝까지 해내서 이 글을 간신히 올라게 됐지, 어험!


이민: ····


혜움: 그러면 이제 슬슬 인사를 드려볼까요.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여기 읽고 계신 독자 분들이 너무 길게 끈다고 지루해 하시는 것 같아요.


망상장애: 그것도 그렇네. 그럼 빨리 졸업을 올리고 이만 가보도록 해볼까.


히내: 조, 졸업이라뇨? 저희가요···?


망상장애: 아니, 나 말이야. 나. 여기를 당분간이지만 탈남라보다는 ‘졸업’이란 단어로 로컬라이징하는 게 어울릴 것 같아서. 그런데 절대신은 전학생이지만 부담임이어서 어떤 거든 애매하게 다가오네ㅋㅋ


이민: (!) 그래, 맞아요! 절대신, 절대신은 어쩔 거에요! 부담임 말고 다른 작인 NLOS에 있는 절대신이 글을 못 쓰면 그 세계관은 소멸된다면서요!


망상장애: 아, 그거 말이지. 절대신한테 부탁해서 일시적으로 장기간 휴재, 즉, 시간의 흐름을 멈춰났거든. 그치, 절대신? (다르다고 해도 넌 신이니 알 테니까)


절대신: (끄덕)


망상장애: 거기다가 원래는 NLOS 30화를 올리려고 했는데 준비도 덜 되고, 무엇보다 다시 복귀하면 30부터 시작하는 게 깔끔하고 좋을 것 같다 마음 먹었거든. 아아, 이거 예고입니다. (찡-긋)


이민: 어······ 그, 그러는 게 어딨어요! 그거 절대 설정 붕괴거든요! 독자들이 더 깎아내릴 거라구요!!


망상장애: 응?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바락바락 소리 질러? 그건 내 작가인 내 맘이지. 어차피 연재를 넘겨서 다시 보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그보다 너 혜움한테 옮았니?


혜움: 선생님···· (-_-)


망상장애: 그래그래 농담농담ㅋㅋㅋ 자, 이제 (선생님) 졸업식을 시작해볼····


이민: 솔직히 글은 더이상 예전같이 쓸 자신이 없어서 그런거죠? 그쵸?


망상장애: 응? 뭔 소리야. 그야 예전에 초심자의 열정을 갖고 글 쓴 거랑 지금 글 쓴 거라 같겠냐. 또 글 수준도 과거와 현재는 당연히····


이민: 글을 잣같이 못 써서 지금 이런 말을 시부리고 토끼시는 거잖아요. 쫄아가지고 나가시는 거죠, 그렇죠? 그렇잖아요.


망상장애: 뭐? 당사자 면전에다 대고 지금 뭐라고 지껄였냐? 이게 엇따대고 오냐오냐 봐줬더니··· (빠직)


혜움: 진정하세요;; 야, 너 왜 그래 진짜;;


이민: 그러면 뭔데요. 무책임하게 이딴 글이나 싸지르고 자기위로나 찔끔찔끔 하려고요? 허참, 어이가 없어서. 갑자기 작별 인사를 하면 다인가요? 예고도 없이 그런다고 누가 슬퍼해주거나 누가 진심으로 걱정해주거나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절 이용해서 이딴 말이나 내뱉고 해서 유도시키려고 했나 본데 착각도 유분수지. 머리가 어디 잘못 됐어요? 아참, 닉이 망상장애셨지. 닉대로 노시네. 아놔, 내가 창피해서.


망상장애: ····


이민: 그런 글이나 쓸 시간에 그냥 아예 돌아오시지 마시죠. 아예 현생에서 살다 이곳 따윈 잊어버리세요. 여기서 이 지랄 떨지 마시고. 자기는 해준 것도 없으면서 남에게 원하는 거나 많은 주제에. 정작 지 자존심만 높아가지고 말이나 길게 찍찍 대는 게 얼마나 추한지나 아세요? 아시냐고요. 아냐고! 무작정 나가버린다면 이렇게 빡치지나 않았지! 길게 끌고서 안 나가려고 약한 척, 위선 떠는 발암 행동은 작작하라고. 당신 없어도 솔직히 상관없어. 없어도 잘만 돌아가니까! 차라리 다른 모르는 유저 떠나는 거나 붙들지. 네 실체는 그정도니까! 어차피 글쪼가리니까 그냥 버려놓고 나중에 생각나면 끄내 쓰는 버러지일테니까 제 약속 하나 제대로 못 지키면서, 누구한테 가르쳐대! 선생 자격도 없어! 이 장애 새끼야! 그냥 구질구질하게 글이나 쓰지말고 신경쓰기도 관심주기도 싫으니까 당장—!!!!!


망상장애: 너 바보냐. 그럴려고 떠났으면 진작에 탈퇴하고 떠났다. (에휴)


이민: 어쩌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좀 역겨우니까 그냥 꺼— (!!)


망상장애: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그냥 그렇다고. 아니라고 답해봤자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나도 모르겠다고, 어떤 답변을 해줘야 할 지.


히내: ····선생님.


망상장애: 한가지 확실한 건 네가 말한 거중에 틀린 것도 수두룩하고 맞는 것도 당연히 존재하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야.


망상장애: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말이지, 평소대로야. 평상시처럼 소설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매일 대놓고는 못해도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고민을 참 많이 하거든.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진심을 전해줄지, 반대로 가식도 거짓말도 아니란 걸 어떻게 표현해야 될 지.


망상장애: 솔직히 말하면 빈칸으로 ‘작별 인사합니다. 남바.’하고 끝내면 되는 걸 왜 굳이 이렇게까지 길게 쓰는 걸까. 날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극소수, 아님 없을텐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글이나 열심이 쓰고 앉아있는 걸까 말이지. 왜일까?


이민: ···


망상장애: 우선 그 이유 중에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은 게 있다는 거야. 예를 들어 그냥 무시하고 말 안하고 스스로 지껄이든가 의심하든가 내버려 둘 수도 있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잖아?


망상장애: 두번째는 그 사람의 본심이지. 간단해. 그냥 다른 거 뿐이야. 다르니까, 서로 얘기하는 거고 부족한 걸 채워주는 거지. 싸울 때도 있다고? 그야 당연하지. 우린 다르니까 거기다 느껴지는 본성의 감정을 부정할 수 없잖아? 그 사람을 직접적으로 보고 싫다고 말할 순 없어도 조용히 거리를 둘 수 있지. 이때문에 난 쓸데없어도 길개 얘기하는 거야. 난 이게 본심이거든. 거짓은 없어. 가리는 건 있어도.


혜움: 으음····


망상장애: 하지만 저 위에 건 다 몰라도 돼.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다 느끼는 바거든. 알고도 저지르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냥 이 말 하나라도 해주고 싶다.



“여태까지 누가 시켜서 여기에 들어온 적이 없고, 글을 쓴 적도 없어. 그러니까 매번 실패해도 큰 후회가 없고 슬플 것도 없지. 다 내가 하고싶어서 한 거니까.”



이민: ····


망상장애: 그러니 어떻게 생각해도 괜찮아. 그냥 이런 마인드니까. 납득해주거나 알아주면 고마운 거고, 아니라고 하고 안 알아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망상장애: 그러니 처음부터 답은 가까이 있던 거야. 이 글을 쓰는 이유? 하고싶으니까. 남이 안하는 짓을 하는 이유? 하고싶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 이유? 말하고싶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글을 쓰고 싶은 이유도?


제나: 찔겨버리고 싶으니까~ 아아~♥


망상장애: 바로 그거야! 싸지르고 싶으니까. 적어보고 싶었으니까. 어떠냐, 이런 똥LOS작에 처음으로 진지한 내용을 담은 건 첨이지ㅋㅋ 먹혔으려나~ 끌끌끌~


이민: 선··· 선····


망상장애: 내 좌우명 비스므리를 밝힌 것도 이때문. 떡밥이랄까. 만약에 또 고난을 겪어도 시도해보는거야. 지금은 나가니까 쉬엄쉬엄 넘어가지만, 계속 있었다면 여태까지 실패로 얻은 ‘정답’을 당당히 내고 도전했겠지? 그거라면 내 자존심따위 버리고 해버렸을 텐데. 상황이 다르니 어쩌겠냐.


이민: 선방 먹었네요. 선생님다워요. 저 자존심만 드센 꼰대질.


망상장애: 으으, 그래도 훈수정도로 봐주면 안되겠냐? 네 좌우명은 그 뭐냐 일단····


이민: 일단 START. 일단 시작해보라는 걸로 선생님이 지어주셨잖아요.


망상장애: 아아, 그거였지. 참. 까먹었····


이민: 꿈을 이루세요. 일단 시작해서. 그래도 발뺌하려고요? 솔직히 말해서 이 말이 듣기 좋았던 거죠. 그쵸?


망상장애: ······


제나: 후아~♥ 얼굴이 빨개지셨다~ 흥분했나봐♥


망상장애: 이, 이렇게라도 전해주고 싶었다 뭐···· 다른 사람들이 내게 말해준다면····///


이민: 댓글에다 !로 자주 쓰는 밝은 분위기로 ‘꼭 꿈을 이루세요!’라도 듣고싶었던····


망상장애: 으아아악! 그만그만그만!! 내가 잘못했다///!!! 다신 이런 글 안 쓰도록 하···· (!!!)


이민: 고마워요. 꼭 잘 해내고 오셔야 돼요. (포옥) 창피해도 이런 걸 해보고 싶었던 거죠?


망상장애: 창피하고 자캐놀음질이라 놀림 받겠지만···· 솔직히 창피해도 기분 좋은 건 좋은 거잖아···· 항상 내 글에 주인공으로 일해줘서 고맙다 쨔샤.


이민:  ···꼭 오셔야 돼요. 안 오면 선생님 대신 무마쌤을 잔뜩 괴롭힐 테니까 각오 단단히 하세요.


망상장애: 이렇게 오래 끄는 정도 많은 유저도 없을 거다. 그래, 그때가 오길 간절히 기대할게. 약속하마. (쓰담쓰담)


제나: 으아아~ 나도 저렇게 품에 안겨서 머리를 쓰다듬 당하고 싶어~♥


히내: 다행이애요···· 서로 화해해서!


혜움: 크흡! 솔직히 자기 글에서 자캐놀음과 억지감동이 약간 눈에 띄긴 하지만 이렇게나마 눈물겨운 연출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격···· (뭉클)


이민: 선생님, 혜움이 눈치없이 분위기 다 흐려버리는데요. 어떻게 조질까요, 저 빌어먹을 설명충을.


망상장애: 하아, 저놈의 입방정과 주둥아리를 어떻게 해야되나. 에휴··· 졸업식이라서 혼낼 수도 없고··· 선생인 나의 불찰이다. 불찰. (가망이 없다)

 

혜움: 아, 아니;; 일부러 그러려던 게 아니라요;;; 아···· 아······ 죄송합니다ㅠ (OTL)


망상장애: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 유령 조역.


이민: OTL이 잘 어울린다. 우리가 갈 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어라. 유령 조역.


혜움: 으흑! 한번 실수한 것 가지고 놀리지들 말라고요!! (으아앙!)


망상장애: ㅋㅋㅋ 그래, 그래야 너답지. 좋았어, 이제 바로 졸업식을 시작해볼까. 자, 너희들의 작별 인사, 어디한번 들어보자!



<마지막 교시 - 졸업식>


이민: 남바.


히내: 남바.


제나: 남바.


절대신: (ㅂㅂ)


혜움: 어험, 친애하는 망상장애 선생님께.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 학생들과 웃으시며 밝고 활기차게 이끌어주신 참된 스승이면서, 다른 선생님과는 차별화된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교육 방식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과 기염을 토하시어···· (나불나불)


이민: 우웩, 토나오는 연설. 긴 장문 실화냐.


혜움: (뜨끔) 남이사! 선생님이 떠나신다고 하신 날부터 몇날몇일을 적은 얼마나 고심해서 쓴 작별글인데! 그보다도 다들 왜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작별하는데?!


망상장애: 물론 그런 형식을 갖춘 마음이 담겨진 글도 좋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다가 그런 댓글을 어디 쓸 수 있겠냐. 간단한 작별 댓을 달아준 거만으로도 감지덕지 하자. 흠, 그래도 된다고 하면 그것보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외치며 먼 곳으로 이별을 고하는 동료들처럼 뜨거운 작별이면······


— 흐어엉!! 절 가져요!! 저희를 잊으시면 안되요!! 꼭 돌아오길 바라!!! 우워어어ㅓ어어!!!! (눈물의 외침)


망상장애: 아, 맞다. 그러고보니 나레이션이 있었지 참. 쓰다보니 생각났다 ㄷㄷㄷ


이민: 무책임한 건 여전하시네요.


망상장애: 차라리 마지막이니까 다른 분을 멘션하거나 다른 작품을 끌어들여서 대규모 콜라보를 성사시켜 성대한 졸업식으로 마무리 지어보는 건····


혜움: 어차피 부끄러워서 안 하실 거잖아요. 몇 화를 같이 지낸 세월이 몇인데 그것도 모를까봐.


망상장애: ······맞아. 분량도 분량이지만 이건 너무 부끄럽긴 하지; 고작 한 유저가 떠나는데 이렇게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그보다 다시 돌아올 건데, 쩝. (암튼 6월 13일에 졸업한 거다, 공식적으로!)


히내: 선생님, 이재 준비된 걸 하셔야지요! 독자분들이 기다렸을 거에요!


이민: 아아, 그래요. 혜움에게 뒤늦게 전해들어서 완벽히 파악했다구요. 자, 이제 해볼까요. (손에 손을 나란히 붙잡고)


망상장애: 오케이. 질질 끌었긴 했지만 박수칠 때 떠나야 무대를 마무리 짓겠지. 1, 2, 3! (그다음은 뭔지 알지?)



이민&히내&혜움&제나&망상장애: 함께 해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 그럼 이제 전용 ED인 『따뜻한 아이스크림』으로 끝을 맺는 건 어떨까요?


망상장애: 오오, 그게 좋겠다. 6화 때 쓰고 끝낸 것도 아쉽기는 했어. 원래 015B의 『이젠 안녕』으로 했는데. 좋아, 이걸로 가자!


이민: 그런데, 떠나시기 전에 선생님께 질문이요.


망상장애: 이 순간까지도 질문이라니, 뭐 좋아. 마지막이니까 질문해봐라! 단 기회는 1번!


이민: 혜움에게 들어보니까 이거 하기 1주일 전에 이미 떠나시겠단 공지를 했다면서요. 근데 왜 이제와서 또 인사를 드리는 거죠.


망상장애: 공식 인사. 사실은 말이지···· 원래 어제 이거 올리려고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밤샘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지 뭐야. ㅎㅎ;; 그보다도 나, 아래 댓글 달린 거 안 보기로 했어.


이민: 흐응. (가능성 있다는 표정)


혜움: 으응? 잠만요, 왜 다른 분들이 댓글 달은 걸 안 보려고 하시는데요? 그거 실례잖아요···?


망상장애: 「새로 시작하기」. 사실 한번쯤 떠나는 날 보지않고 있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는 그때 밑에 달린 댓글을 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재미랄까. 일종의 타임캡슐이라고 해야될까나. (머-쓱)


히내: 그 기분···· 뭔가 이해될 것 같아요!


혜움: 독특한 취향이시네요. 물론 그게 선생님이 좋으시다면야. 말리지는 않을 게요.


망상장애: 응응! 맞다, 그러고보니 이민, 내게 ‘일단 START다’이 좌우명이라고 했었지. 근데 생각보니까 아니네.


이민: 예?


망상장애: 그건 원작 NLOS에 나오는 이민의 대사잖아. 다른 스핀오프 작품격인 이 똥LOS에선 연관이 안된다는 거지.


이민: 그렇군요······ 그럼 앞서 한 말은 취소해야 되는 건가요.


망상장애: 으응. 그건 아니야. 일단 시작하라는 뜻에 START도 좋은 말이지만 여기만에 또다른 것이 있지. 이민, 이번엔 네게 질문 하나 할 게. 한번 들어봐.


망상장애: 내가 꿈을 이루고 싶어 현실에 쫓으려 일단 시작해보고 달려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만약에 성공했거나 실패했거나 하면 그다음은 넌 어떻게 할 거야. 즉, 꿈을 넘긴 다음에 일 말이야.


이민: 목표를 이룬 다음에 할 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망상장애: 아니, 지금 정하라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이미 너의 행동에서 답은 나왔어. 힌트를 줄 게. 지금까지 우리가 있는 이 곳에, 여태까지 쭉 곁에 있었어.


— (느낌왔다!)


제나: 아항♥


히내: 그거라면!


혜움: 어렵지도 않네요. 뭐.


절대신: (끄덕)


이민: 아하. 단번에 알겠어요. 그거라면 줄곧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있었잖아요. 선생님.


망상장애: 역시 알아줬구나. 그래, 우리가 아무리 어떤 미래에 부딪히고 도달해도 우린 할 수 있는 게 있어. 그건.



“한번 더 SELECT다!”




닫는 노래 ~따뜻한 아이스크림(ED)~


눈을 뜨면 폭신한 추억들이

서리가 돼 차갑게 어루만지네.

콘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결정들을

하나둘씩 조금씩 녹여보자.

녹이면 보이는 사랑.

아이스크림 (Oh Oh Oh)


(간주중)


언제나 동네 구멍가게에 보였던

차디찬, 냉동고에 쌓여있는

그작은, 하드 아이스크림 코너에

눈을 돌린 그날이 생각나네. (Ou Ou)

너와 만나고 나서부터

어느덧, 아이스크림 가게로 찾아가선

그 점원, 에게 부탁해 받아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추억을 핥아먹지.


(어린 시절)

알록달록했던 990원짜리에

(그 하드)

아이스크림을 골라먹던 즐거움을 잊어먹고

이제는, 너와 헤어졌던 그 아이스크림 가게에

서있는 나자신도 참 한심하지?

하지만 요즘따라 왜 그럴까

오늘도 또다시 콘 두개를 집어들고서

나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걸까?)


이번엔 어디로 갈까? Ah Ah—!!

그래, 이번엔 거길 가보자.


위풍당당 걸어가는 발걸음이

오늘도 못내 거기로 이끌어지네.

양손에 들고가는 떨리는 두 손에는

넘겨주고 싶어 안절부절 기다리질 못하네. 

(Hu Hu)

여기에도 당연한듯 비어있네.

아님 그럼 거기, 여기, 저기, 어디?

결국에 녹여 흘러 내려가버리는

양손에 젖어버린 하얀 크림의 눈물을 섞는

시간에 녹이는 이별.

아이스크림 (Oo Oo...)


[랩 파트]

그날의 코흘리개 Younger Baby

하드를 알려준 구멍가게 Older Lady

그 냉동고 창안에 비춰진 Big Chance Sale

쌍쌍바, 누가바, 보석바 (Yo Yo)

어떤 아이스크림을 살지 구석구석 살펴봐

비싼 하겐다즈에 뒤쳐져도 계속 바 봐봐

결국에 들고보면 뻔해지는

행운을 약속하는 Hidden Lucky Hard Bar

꼬물꼬물 숨죽여 꺼내보는

빙과의 행운을 빌려보며 보게 되는

아무것도 써져있지 않은 To Be Continue

내게는 다음에 계속따위 없어 (Yay Yay)

미련따위 버리지 못했던 어린 나를 봐봐!

(봐... 봐... 봐...)

(널 봐!)


그렇게 나 스스로 얼렸던 버릇들이

쌓이고 쌓여 하드로 이루어지네.

추레한 나따위 봉투에게 쌓여져버린

알 수 없는 행운에 미래를 걸어보려했어.

잊으면 떠오르던 추억.

아이스크림! (Ice Cream!)

이미 녹아 뭉개져 버린 하드 속에

남부러울 것 없는 소프트를 보여주고파!

상기된 볼에 녹아진 크림들이 흘러내려와.


너와 다시 따뜻해지길 고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

떠난 너와 마주보고 싶은 단 한 사람.

(딱한 사람)

따뜻한 아이스크림을 같이 나눠먹는 사랑. 

(딱 한 사랑)

녹이면 보이는 사랑.

아이스크림 (Oh Oh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