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젊은이로구먼."


제국령 최북단, 노스랜더 변경백령의 중앙 즈음에 위치한 이레일 마을의 촌장인 그는 평생 살면서 할 이 말을 최근 몇 달 사이에 채워가고 있었다. 아니, 사실 만들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일생동안 본 외지인들은 몇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세리나 모피를 사러 오는 상인 무리 정도나 될까. 하지만 그것도 예전 일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여행자 무리를 바라보았다. 꽤 멀리서 온 듯 한 이들이었다. 지친 말들과 위태한 마차가 그들의 여정을 짐작케 했다. 촌장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 새로운 이들을 맞이했다.


"반갑소. 그대들은 어느 쪽이오?"


꽤나 추상적인 질문에, 지난 여로에 이성을 반쯤 남겨두고 온 이들은 선듯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촌장은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은 듯 했다. 그들의 반응을 미리 짐작한 양 설명을 이어나갔으니까.


"보통 여기에 오는 건 두 가지 부류이더군. 일획천금을 노리거나 삶을 찾거나. 이해는 하네. 대방벽 너머의 드래곤이 수면기에 들어갔다니 어떻게든 그 보물을 훔쳐오고 싶은 머저리들도, 드래곤에 밀려 몬스터가 없는 땅에 자기의 땅을 갖고 싶었던 소작농들도. 자네들은 어느 쪽이냐 이말일세."


잠시 고민하던 로브차림의 한 남자가 나와 말했다. 


"선택지가 그 둘 밖에 없다고 하시면, 두 번째는 결코 아니니 첫 번째라고 대답하지요. 진리도 보물이라면 보물이니까요."


"진리라..." 


촌장은 잠시금 고민에 빠졌고, 그 모습을 긍정의 뜻으로 해석한 남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예, 진리입니다. 세상의 근본인 마나와, 그 작용인 위대한 마법의 핵을 가장 잘 꿰고있는 자가 누구입니까? "


"드래곤이지."


"예, 그렇습니다. 드래곤이죠. 저희는 드래곤의 가장 커다란 보물은 그 진리를 모조리 담고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걸 찾기위해 길을 떠난다?"


그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촌장은 말했다.


"돌아가게."


"예?"


촌장은 당황해하는 이들의 모습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말했다. 


"그런 진리따위는 없으니까 돌아가라고 했네."


얼빠져 서있던 이들 중 뒤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그 근거가 무엇이죠? 근거 없이 말하는 것이라면.."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그와의 친분이 있으니까." 


"방벽의 지배자와 말입니까?"


"그래. 믿기 힘들면 직접 가보아도 좋네."


사기라도 당했다는 듯 그들의 대부분은 떠나갔지만, 여자만은 남아 자리를 지켰다. 무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노인은 여자를 보더니 말을 걸었다.


"내 말을 믿는 건가. 왜?"


"이성적으로 말하면, 주변이 황량한 곳에서 사는 이들이 돈을 벌어다주는 외부인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는게 이상해서요, 라고 답할 것 같네요. 사실 별 이유는 없어요. 그냥 감이 좋다고만 해두죠."


그러자 노인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감이 좋군. 그걸 믿게. 언젠가 한 번은 그대를 구해줄거니까."


그 말에 어떤 위화감을 느낀 여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멈춰있었다. 심지어 마나의 흐름마저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두 그에게로 복종하는 중이었다. 그제야 여자는 노인의 정체를 눈치챘다.


위대한 존재..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만 있게. 나는 저기 가는 친구들을 마중하러 가야할듯 하니."


그 말에 퍼득 정신을 차린 그녀가 다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또 어디까지가 가짜입니까? 진실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보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이네."


"허면?"


"다만 그대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네. 물론 금붙이가 없는건 또 아니네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잘..."


그러자 그 드래곤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마법도 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