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갑자기 변하는 사람을 가신놈이라고 부르곤 했다. 이는 명문대를 나와 훈남으로 살아가던 강기우에게 붙은 또다른 이름이었다. 누구보다 사교적이고 멋졌던 그가 갑자기 그의 집으로 숨어든 것은 그의 지인들에게 큰 충격이었고, 재미있는 별명을 붙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가신놈이라는 이름이 그의 문 앞에 새겨졌다. 사람들은 줄곧 그의 집 앞을 서성이곤 했다. 그의 집에서는 타는 냄새와 역겨운 화학의 냄새가 풍겨져 왔는데, 그 냄새들은 마치 프릭쇼처럼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의 마당에 쌓여가는 고철 덩어리들을 보며, 사람들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신화나 무시무시한 괴담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사람들은 그가 무한동력 기계를 만든다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양자컴퓨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모두 그의 고철 덩어리에서 추론해낸 아주 논리적이고 허구적인 말들이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주장은 그냥 그가 미쳤다는 것이었다.


  강기우의 집에 사람이 들이닥치게 된 것은 주변 집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주 멀리까지 애완동물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마리가 사라질 때마다 그의 집 앞에는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봉투가 놓여져 있었고, 가끔씩은 뽀삐 따위가 적힌 목줄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화난 사람들은 그의 집에 들이닥쳤다. 힘없이 열린 문은 많은 사람에 비해 다같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사람이 안 산지 몇 년은 된 것 같은 그의 거실을 늦게 온 사람들은 차마 보지 못했다.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은 먼지가 많다는 이유로 앞으로 가길 꺼려했고, 뒤에서 재촉하는 사람들에게 밀려 조금씩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의 지하실에는 연구실에서나 볼 법한 큰 기계들이 가득했다. 오직 그 기계들만이 먼지에게서 자유로웠고, 떠들썩한 지상과는 달리 고요만이 차가운 공기를 메우고 있었다.


 그 때, 큰 소리가 지하실 중앙의 유리관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연기가 가려 그 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연기로 반사된 사람들의 겁먹은 표정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연기를 뚫고 남성의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얀 가운에 깨진 안경, 그리고 덥수룩한 수염과 더러운 머리카락. 그러한 것들이 그의 정체를 숨겼음에도 그를 봐오던 사람들은 그 미치광이 같은 놈이 가신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신놈은 아주 태연하게 안경을 다시 쓰고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런, 제 지하실에는 무슨 일이시죠?”

 

 사람들은 벙쪄져서 그들이 발견한 목걸이에 대해선 아무 말도 못하고는 그의 집에서 나왔다. 그들이 발견한 목걸이는 그냥 그들이 가신놈 집 앞에 유기한 동물들이 썩어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트럭 몇 대가 가신놈 집 앞에 멈춰서더니 고철들을 담아갔다. 운전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리면서 고철들을 쳐다보았고, 가신놈은 가끔씩 창문으로 고철이 사라지는 것을 볼 뿐이었다. 그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그의 집에 놀러오자 그는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으며, 친구들에게 고철을 옮기는 것을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약간의 엉뚱함과 피폐한 모습만 빼면 강기우 그 자체였다. 물론 바뀐 모습만 보고도 사람들은 그를 강기우가 아닌 가신놈으로 불렀다. 그의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뒤, 그는 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무 가사도 없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한 명쯤 멈춰 세울만한 선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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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영문학 느낌의 도입부로 했습니다.

스토리는 강기우라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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