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민지도자에게 말했다.

 

쓰레기 모드 온.”

 

그러자 세상이 쓰레기 같아졌다.

 

이제 개소리를 마음껏 할 수 있겠네. 정말 좋아.”

 

이제 뜬금없이 시민지도자 머리를 후려칠 수도 있고 길에 드러누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 일그러진 느낌이 났다.

 

뭐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공간인가?

 

공간이 일그러진 게 눈으로 확인됐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시민지도자에게 말했다.

 

시민지도자! 공간이 이상해!”

 

그런데 시민지도자의 머리카락과 옷이 회색으로 변했다.

 

시민지도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감정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내가 아직도 시민지도자로 보이니?”

 

, 저건 정보지도자다. 시민지도자의 얼굴이 정보지도자의 얼굴로 변했다. 기괴하고 섬뜩한 광경이었다.

 

어떻게!”

 

너는 쓰레기 모드를 켰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정보지도자는 외날검을 잡은 손을 아래로 하고 나에게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러자 와날검이 땅에 질질 끌리며 흙소리를 냈다.

 

살려줘 정보지도자나는 그냥 너무 심심해서! 심심해서 쓰레기 모드를 킨거야!”

 

그런 변명은 받지 않는다.”

 

정보지도자가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거리가 있었기에 검은 나에게 닿지 않았으나, 검의 궤적대로 공간이 베여서 공간과 공간 사이에 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틈은 점점 갈라지고 주변으로도 날카롭게 갈라져갔다. 그 공간의 갈라짐이 내 손들을 스치자, 손등이 베였다. 총알을 맞아도 끄떡없는 내 손등이.

 

그래. 공간이 갈라지는데 물체의 강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는 그 갈라져가는 공간에서 뒷걸음질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보지도자가 말했다.

 

공간의 갈라짐은 점점 심화될거야. 그리고 끝내 너의 이동속도보다 빠르게 갈라지겠지.”

 

정말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그 말을 들은 정보지도자가 감정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결과를 보기 싫었으면쓰레기 모드를 키지 말았어야지. 어디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을.”

 

목소리는 기계와도 같이 무덤덤했으나 그 안의 내용은 나에게 무한한 증오를 품고있었다.

 

나는 더 이상 대화하기 싫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정보지도자와 더 대화하면 내 안의 중요한 것이 망가져버릴것만 같아서.

 

그래서 나는 공간이 깨져가고 갈라져가는 그 틈새에서 도망쳤다. 그 갈라짐이 끝내 나에게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싶었다. 그런 나를정보지도자는 어떻게 보고있을까? 무서워서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을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웃고있을까? 무심하게 나를 보고있을까? 아니면 더 이상 흥미를 잃고 평소처럼 물리법칙을 연구하고 있을까?

 

한참을 모래와 자갈이 섞인 길을 달려가다 뒤를 돌아보니 공간이 빠르게 깨져가고 갈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나보다 빠른 갈라짐. 땅에 있는 바위를 갈아버리고 나무를 찢어버리며 지나가던 새를 없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갈라짐이 내 옆을 지나고 있었다.

 

내 옆에서 공간이 갈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 일부가 내 팔을 스쳐가자, 팔이 잘려나갔다.

 

그리고 갈라짐이 내 배를 뚫고 지나가자, 나는 나의 죽음이 머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공간의 갈라짐은 내 머리를 찢고 들어가고 있었다.

 

내 머리가 있는 공간을 찢은 걸까, 내 머리를 찢은걸까.

 

사고활동이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