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땀구슬을 떨어뜨리며 밭을 일구던 어느 조선시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인천 지역에 거대 전갈이 나타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다녔던 것이다. 
 
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한 신하가 있었다. 전갈이 나타난 지역에서 가까스로 도망쳐나온 다른 신하가 급하게 달려와 숨을 몰아쉬며 전갈이 나타났다며 대피하라고 했다. 깜짝 놀란 신하는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이 소식을 전한 신하는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신하는 임금님께 이 사실을 알리려 한양으로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오늘도 일이 산더미구나...'
책상 앞에 앉아 딴생각을 하는 임금님이었다. 한눈에 봐도 고급진 옷 앞에는 위엄있는 용이 새겨져있었다.
 
그 때, 갑자기 문이 덜컥 열리더니 신하로 보이는 자가 벽에 손을 집으며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머리에 써야하는 것이 어딘가로 없어져버렸고 옷에는 급하게 온 듯 흙먼지가 묻어 꾀죄죄했다.
"전하... 이곳에 함부로 들어온 것은 황송하오나... 전갈이 있었던지라... 어쩔 수......"
'전갈? 전갈이면 소식 같은 거겠지? 그건 그렇고, 신하가 이렇게 막 쳐들어온 걸 보아하니 웬만한 나쁜 소식이 아닌가 보군. 그렇다면, 무슨 전갈이지?'
 
그렇다. 신하는 전갈을 생물의 이름의 의미로 말했으나 임금님은 전갈을 소식의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잘못 이해한 것을 모른체 임금님이 헛기침을 두 번 하며 근엄하게 물었다.
 
"그래, 무슨 전갈이느냐?'
"아주 놀랍고 무서운 전갈이옵니다!"
"그러냐? 그러면 그 전갈을 어서 내게 보여주어라."
 
임금님이 놀란 기색을 감추면서 말했다. 그러나 신하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 전갈을 보여주면 모두가 죽어버릴 것을 알았기에 절대 보여줄 수 없었다.
 
"아, 아니, 그것만큼은 절대 아니되옵니다!"
"전갈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어째서 전갈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거냐?"
신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전하, 제가 전갈을 가져왔다니요. 신은 그런 전갈을 절대 가져올 수 없사옵니다."
"네가 방금 전갈을 가져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니옵니다! 그런건 절대 가져올 수 없사옵니다!"
"그러면 전갈은 도데체 왜 가져올 수 없다는 말이냐!"
 
임금님은 분통이 터져 화병이 날 것만 같았다. 갑자기 밀고들어온 신하를 내쫓아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 그게... 그 전갈은 위험하기도 하고.."
"그걸 보여주는게 뭐가 위험하다는 것이냐?!"
"그리고.. 그러니까.. 그 전갈은 지금 인천 지방에 있사옵니다!"
"아니, 전갈이 인천에 있다면서 왜 전갈이 왔다고 하였느냐?"
"전갈은 지금 알려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임금님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했다.
"아니, 그러면 내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전갈이라는 것이냐!"
신하가 드디어 말이 통해서 기뻐했다.
 "네! 그렇사옵니다, 전하!"
임금님의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그러면 내게 보여줄수 없다는 소식이 전부인 것이냐?!"
"아니옵니다, 전하!"
"그런데 들어올 때는 왜 전갈이 왔다고 하였느나?"
"지금 전갈을 알려드리겠다고 하고있잖사옵니까?!"
"자꾸 전갈이 왔다고 했다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가... 그래. 그래서 전갈이 왔다는 거냐, 오지 않았다는 거냐?"
"다시 한 번 정리해드리자면, 전갈은 곧 올지도 모릅니다."
 
임금님이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전갈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냐? 그러면 그 전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구나."
신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전하, 그 전갈이 올때까지 여기에 머무르고 있으면 절대 아니되옵니다!"
"그러느냐?" 
임금님이 주섬주섬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과인이 밖에 나가서 직접 두 팔 벌려 환영이라도 해주어야겠구나."
 
신하는 절대 그렇게 둬서는 안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말리며 말했다.
"전하! 절대로 안되옵니다! 절대로 그 전갈이 와서도, 환영해서도 안되옵니다!"
"대체 왜 안 된다는 거냐?"
"자세히 말하자면, 그 전갈은 현재 인천 지방에서 돌고있는데, 그것을 본 자들이 모조리 죽어나가고 있사옵니다, 전하!"
 
임금님이 놀라며 말했다.
"그러면 그 전갈은 1급 비밀같은 것이냐?"
"그런 누설되지 말아야 할 비밀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 전갈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보통 다시 살아서 돌아오지 않사옵니다."
"그러면 그대는 도대체 그런걸 왜 나에게 보여주려 했는가?"
"보여드리려고 한 적은 절대, 절대 없사옵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흠... 그러면 그 전갈의 대략적인 형태만 알려줄 수 있겠느냐?"
"물론이지요! 그러니까.."
 
임금님이 당황하며 죽고싶지 않아 다급하게 말했다.
"자, 잠깐만. 그 전갈을 본 사람은 대부분 죽는다면서 왜 나에게 이렇게 쉽게 알려주는 것이느냐!"
"알려주는 것은 괜찮시옵니다. 다만 그 전갈이 주변에 돌아다니면 위험하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과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절대 그 사실을 알려서는 안되오니 입을 무겁게 하여라."
 
신하가 필사적으로 부인하며 말했다.
"절대 아니되옵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자세하게 알아야 하옵니다!"
임금님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주변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면서 어째서 모두가 그 사실을 자세하게 알아야만 하는 것이느냐!"
"비단 주변인들 뿐만 아니라 전하께서도 자세히 아셔야 하옵니다!"
임금님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네가 알려주면 죽는다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전하, 그 전갈을 안다고 죽지는 아니하옵니다. 다만 그 전갈이 이 자리에 있으면 위험하옵니다!"
"그게 그거잖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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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대본형식의 개그물로 기획했는데 마침 창작소설 채널이 있기에 소설 형식으로 바꿔서 투고해봅니다. 소설로 바꾼지라 개그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네요. 이전에 한 번 소설로 바꾼 적이 있긴 한데 고어물로 변해버린지라 다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