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아가씨,"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 자그마한 소녀는 그제서야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니, 스테인드글라스 아래로 유리를 투과하는 햇빛이 보였다. 

 

 "벌써 아침인가."

 

소녀는 중얼거리며,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등으로 긴 녹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루시퍼 아가씨?"

 

집사였다. 소녀는 확 정신이 들었다. 얼른 드레스 잠옷을 매만지며 방문으로 빠르게 걸어가 손잡이를 돌렸다.

 문 앞에 키가 큰 집사가 서 있었다. 손에는 찻잔과 주전자가 든 쟁반을 들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집사가 인조적인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집사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검은 뿔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래, 알프레드. 차 고맙다."

 

루시퍼가 쟁반을 받아들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집사 '알프레드'는 가볍게 방 안으로 들어가 탁자 위에 쟁반을 놓았다.

 

 "그럼, 좋은 아침 보내시죠. 조금 이따가 아침 식사가 준비될 예정입니다. 그 때 모시러 다시 오겠습니다."

 

집사는 다시 그 인조적인 미소와 함께, 방을 나갔다.

 루시퍼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잠시, 고독을 즐겼다. 침묵도 역시 즐겼다. 어제 아침에 울던 울새는 어디로 달아나 버렸는지, 창문 밖은 고요함의 극치였다.

 차를 마시며, 침대 옆 탁자에 있는 빗을 집어 녹색 머리카락을 빗었다. 건너편에 있는 읽다 만 책을 읽을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순간 어머니가 자신이 책을 읽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는 시선을 책에서 떼었다.

 루시퍼의 어머니는 루시퍼가 겨우 3살이었을 때 참수당했다. 이유는 '돌연변이를 낳았기 때문'.

 루시퍼는 우선, [혼령]이다. 혼령의 많은 부족들 중에서도, 가장 센 권력을 쥐고 있는 [Moonshade]가문. [Moonshade]가문은 [들판의 영혼]과 [검은 물소]의 영혼이 섞여, 머리카락이 녹색이고 검은 뿔이 달려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적어도, 루시퍼는 그러지 않았다.

 루시퍼는 태어날 때, 뿔이 없이 태어났다. 이 때부터 루시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불길함을 예측했다. 

 

 루시퍼가 젖을 떼고 음식을 먹을 무렵이었다. 어머니가 루시퍼에게 수프를 먹였지만, 루시퍼는 토해낼 뿐이었다. 초콜릿, 빵 같은 달콤한 음식조차 루시퍼는 먹을 수가 없었다. 이를 알게 된 루시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루시퍼가 하루하루 굶주려하며 음식을 토해내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2살이 된 루시퍼는 배가 고파 미칠대로 미친 상태. 그녀는 그녀의 모든 것을 '본능'에 맡기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루시퍼의 어머니는 루시퍼의 팔이 그녀의 하인의 등에 관통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인의 눈은 돌아가 흰자만 보였고, 루시퍼의 눈은 '배가 차오르는' 쾌락에 눈이 붉게 변해 있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루시퍼는 '돌연변이'였다. 혼령들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혼령들의 '영혼'만을 먹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루시퍼가 3살이 되었을 때, [Moonshade]가문의 족장 '마르모트'가 자신의 여동생의 딸 루시퍼가 혼령의 영혼을 먹어 혼령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런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여동생, 즉 루시퍼의 어머니의 목을 베었다.

 그러나, [Moonshade]가문의 후계자를 이미 공식적으로 '루시퍼'로 하기를 맹세한 상태였기 때문에, 루시퍼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감옥에 가둬놓기에는, 주변 혼령 가문들의 눈치가 보였다. 후계자를 감옥에 가둬놓았다는 소문이 퍼지면, 타 가문들의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다.

 

 

 

 

 "루시퍼 님."

 

문 밖에서 다시 집사의 소리가 들렸다. 루시퍼는 멍 때리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나오십시오.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루시퍼는 다 마신 찻잔이 든 쟁반을 들고 문을 열려고 했다. 순간, 손에서 도자기 쟁반이 미끄러지며, '챙그랑'소리가 났다. 찻잔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아...!"

 

루시퍼가 절망의 탄성을 질렀다. 찻잔 파편 중 하나가 그녀의 발을 찔러 피가 났다.

 

 "루시퍼 님? 괜찮으십니까?"

 

집사가 문을 열었다. 루시퍼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집사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해, 찻잔을 깨뜨렸어. 어떡하지...?"

 

루시퍼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집사 알프레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인조적이었다.

 

 "괜찮습니다. 루시퍼 님만 무사하면 됩니다만... 아, 발을 다치셨군요."

 

집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루시퍼의 발에 박힌 파편을 잡고 뽑아냈다. 파편은 아주 작았지만, 그것을 빼내자 피가 꽤나 흘러나왔다. 손수건에 붉은 피가 젖어들어갔다.

 

 순간, 루시퍼는 이상한...쾌락을 느꼈다. 잠을 자면서 배가 굶주림을 느낀 것일까. 붉은 피를 보자, 갑작스럽게 배가 고파지며, 눈앞에 '영혼'이 있다는 환각을 느꼈다. 숨이 가빠지며,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집사가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루시퍼 님, 배고프시군요."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루시퍼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손이 찔린 발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 뇌가 멈추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루시퍼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렸다. 방금, 나는 내 살점을 뜯어먹고, 내 영혼을 내가 다 먹어버려 죽으려고 했어...?!

 그런 루시퍼를 집사는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괜찮습니다. 혼령 돌연변이에게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그럼, 그 배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아침식사를 하러 갈까요? 그러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집사가 말했다. 

 루시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을 손수건으로 감싸 지혈한 후에,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느타리버섯입니다.

'혼령신화'는 스팀펑크 느낌의 판타지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시간나는 대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