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2

새벽 1. 한국정보통신고등학교 컴퓨터실 4에서는 희미한 불빛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 시간에는 학교에 있을 사람이라곤 경비원들밖에 없겠지만, 그들이 그 복도를 지나간다 해도 모를 정도로 희미한 불빛이었다. 소리라곤 바깥 도로로 향하는 창문 너머로 들리는 차 소리 뿐이었다.

한 여학생은 컴퓨터 화면에 몰두해 있었다. 매우 평범한 학생처럼 보였다. 질끈 묶은 머리카락, 후드가 달린 윗옷, 체육복 바지. 그녀는 열심히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컴퓨터 과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컴퓨터도 없고, 학원이 끝나면 12시가 넘어, PC방도 갈 수 없는 상황. 그녀는 학교를 택한 것이다.

... 왜 이렇게 애들은 자료를 안 보내는 거야?”

그 학생이 소리내어 불평했다. 모둠과제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모둠 학생들이 집에서 뭘 하는지, 자료를 보내지 않는 듯했다.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여전히 묵묵부답인 받은 메시지함.

갑자기 이메일 하나가 떴다. 학생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것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갈 수 있는 희망이 샘솟았다. 그녀는 얼른 이메일 창으로 돌아가, 메일을 확인했다.

주소: [email protected]

제목: pandora's box'

주소가 생소했다. 모둠원들에게 메일을 보낼 때 누구인지 이름을 적으라고 했었는데. 그녀는 또다시 불평하며 첨부파일을 클릭했다.

 

그리고,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그녀는 그녀의 몸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느꼈다. 주변이 뜨거웠다. 아니, 차가운가?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것 같았다. 바닥이 진동했다.

기침을 하려 했으나, 이상한 가스와 먼지만이 목구멍으로 파고들었다.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그녀의 눈앞에 아득히, 정보통신 대학교가 흐릿하게 형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2020914, 그녀는 숨이 멎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