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나날이었다.

날씨는 꾸리꾸리한 채로 도심 속 마천루를 배회한다.

창밖의 비처럼 내리는 땀방울에 숨은 턱턱 막혀온다.

 

문득, 폐인처럼 나무라이브를 킨다.

타닥타닥 리듬감 넘치는 타자 소리는 나이가 듦에도 흥겨움을 부른다.

아아! 찰나 같은 순간이 행복하다는 건 좋은 것이야.

흥겨움을 더할 요깃거리가 나무라이브에 있는듯이 보였다.

마치 잘 차려진 밥상처럼 차려진 그것은 도박.

 

오호, 포인트로 도박을 하는구만

포인트는 글을 써서 얻는 거고 자동으로 만 포인트가 입금된다고?

 

만 포인트. 인생은 한 방이다.

어차피 더 안 오면 그만이오, 부족하면 글을 싸면 될 것인지라.

 

1을 선택하고 기다렸다. 

남은 2분 동안 모든 신경이 그 피라미드 모양의 도박대에 꽂혔다.

어떻게 도박이 진행되는 걸까.

아무것도 아닌 거지만 이리 떨릴 수가 없었다.

 

2분이 지나자, 빠알간 공이 허공에서 떨어져내렸다.

처음 떨어진 곳은 왼쪽이었다.

두번째 떨어진 곳도 왼쪽이었다. 

세번째 떨어진 곳마저 왼쪽이었다.

 

이제 오른쪽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오른쪽에 떨어진다면 미리 떨어졌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육감은 무서운 것이다.

나의 육감은 왼쪽이다.

어렸을 적부터 육감이 좋은 걸 자각해오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이 육감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다.

 

공은 슬며시 오른쪽으로 미끄러져 나간다.

그리고 나의 첫 전적에 빨간 글씨로 이리 쓰여진다.

'(-10000)'

 

가슴이 막막해진다.

그렇다. 육감이 틀린 건 우연이다.

다시 할 수만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오랜만에 이 막막함을 주제로 남라에 글을 쓴다.

매우 오랜만에 보이는 *ㄴㄴ이 내게 댓글을 단다.

그, 차단 여포가 뻔뻔히 댓글을 다는 게 증오스럽다.

그 때문에 계정 여럿이 사소한 이유로 차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포인트를 준다는 댓글에 나의 마음은 사르르 녹는다.

그가 준 100만 포인트로 다시 도박을 돌린다.

핑퐁 대는 게임에 빠진 것처럼 하루 종일 도박을 했다.

비가 오고 끈적대는 날씨에도 목욕할 시간을 아끼면서 남라를 켰다.

여러 자격증 공부는 내팽겨치고 포인트를 칩마냥 던져댔다.

포인트를 미리미리 쌓아두어야 한다고 글을 계속 싸재꼈다.

 

*ㄴㄴ은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할 때마다 백만 포인트씩 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거리로 나가기 시작한 때였다.

*ㄴㄴ은 어느 고닉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그 고닉은 유동으로 분란을 유도하였고, 그보다 더 큰 건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ㄴㄴ은 약간은 사소한 이유로 그 고닉을 차단시켰다.

 

큰 분란이 일어났다.

이 논란은 쉬이 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논란을 덮으려고 하였다.

 

그 고닉은 끊임 없이 *ㄴㄴ의 정당성을 이야기하였다.

그걸로도 모자라 그는 부계를 써가며 여론을 주도하였다.

또, 아이피를 바꿔가며 쓴 댓글들로 반대자들의 멘탈을 붕괴시켰고, 조금이라도 *ㄴㄴ을 비판하려고 하면, 미친 개처럼 달려들었다.

결국 모두들 *ㄴㄴ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ㄴㄴ은 이 부계들이 통피 따위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공용 와이파이 같지도 않았고, 설령 공용 와이파이라고 해도 이렇게 자주 몇몇 계정이 보일 리 없었다.

 

그럼에도 *ㄴㄴ은 슬며시 100만 포인트를 고닉에게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