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EPILOGUE ■ □ ■

 

 

 

 

 

 

- 그로부터, 십오년이 지났다.

 

 

그 후 나는 형에게 다시 설득당해, 결국 부러졌다.

마리와 헤어진 것이 계기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형과 함께 일본을 떠났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모두 떨쳐버릴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일한 나는, 그 후 순조롭게 승진을 거듭, 어떻게든 나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신분이 됐다.

지금의 부하들에게 나의 옛날 이야기를 해도 아마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일본 지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형의 영향인지, 나는 본래의 지위보다 훨씬 고위직에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되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고생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마음 속에는 -

 

 

 

 

 

나는 어느 날 유급휴가를 받아 문득 이전에 살던 그 마을에 가보았다.

 

그리운 아파트는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입구는 나무 판으로 폐쇄됐고 창문에는 커튼도 없어 사람이 살고 있는 기색은 전혀 없다.

내가 살던 201호실 창문만, 왠지 약간 열려 있었다.

관리인 가족은 만나지 못했지만, 바람의 소문에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았다.

야오아키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학대파일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존재이지만 ... 새삼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도 의미는 없다.

 

이 아파트도 조만간 철거일이 정해진다고 한다.

아픈 기억이 많지만, 나에게 소중한 나날을 보낸 곳이 없어져버리는 것은 역시 서글프다.

나는 불과 몇분간만 그 추억의 방 창문을 바라보고 떠났다.

 

 

이 마을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파트 주변도, 다녀서 익숙한 편의점도, 몹시 신세를 진 공중 전화까지 그대로였다.

전화를 기다리는 심심풀이로, 공중 전화 옆에 살짝 붙인 취업 정보지 스티커가 아직 남아 있어 쓴웃음을 짓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한 애완 동물 가게도 점장은 바뀌었지만 여전했다.

쇼 윈도우 너머에서 훈육된 실장석들이 테찌테찌 울고 있는 듯하다.

그로부터 실장석 상품 수요는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이곳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문득 시선이 마주친 점원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나는 길을 재촉했다.

 

 

마루와 마리가 살던, 폐옥의 자재 창고.

여기도 그때 그대로 시간이 멈춰 있었다.

나무 상자도, 기대 둔 용도 불명의 나무도, 그 위의 비닐 시트도 드럼통도 ...

 

내가 만든 헝겊 쿠션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잔해까지 정중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여기에서 잠시 기다리면 마루가 데스데스거리며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그 하천 부지이었다.

또, 계속 오지 않았던 마루의 무덤.

마지막으로 무서운 추억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기 힘들었던 곳.

시간이 멈춘 이 도시에서 그 묘비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일까?

 

마루의 무덤은 더 이상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약간 열려 있던 주위는 완전히 긴 풀로 뒤덮였다.

처음 봤을 때 정말 여기였는지 싶을 정도로 기억과 달랐다.

 

- 마루의 무덤은 단지 지면의 일각이있다.

 

뭐가 지나더라도 거기가 무덤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겠다.

아마도 이 근처에 둥지를 튼 실장석들도 간단하게 짓밟고 지나갈 것이다.

나는 그래도 마루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마루의 유골을 묻은 주위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 돌아왔어, 마루.

 

조용히 자고 있었어?

 

 

약간의 습기를 띤 흙이 서늘한 감촉을 손에 전한다.

혹시, 마루의 영혼은 이미 벌써 여기에서 떠나버린 것인지도.

 

 

다시는 여기에 돌아오는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가정이 있고 진정한 의미에서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돌아가야 한다.

십오 년 전, 내 인생의 전환점에 크게 관여한 실장석 ... 마루에게 마음 속으로 무거운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이별을 조용히 속삭인다.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다만, 비유할 수 없는 허무감이 있었다.

그리고 깊은 감사와 -

 

 

 

 

도시에서 멀어지는 전차에서 마리의 일을 생각한다.

그로부터 그 녀석은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 마리의 일이다, 마루가 들 생활에 적응한 것처럼 타고난 힘으로 능숙하게 살아남은 게 틀림없다.

그렇게 믿고, 나는 살아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이웃 마을의 폐공장을 밤새 수소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는 결국 만날 수 없었다.

그때 새벽빛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한다.

나는 다시는 마리를 만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울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 이제, 마리는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십오 년이라는 시간은 사람과 실장석을 잇기에는 너무 긴 시간.

 

마리는 최후에 무엇을 보았을까?

그 녀석은 최후에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 생각 속에 나의 모습은 있었을까?

 

 

 

나는 이 마을에 오기 직전까지, 마리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을 깨닳았다.

그만큼 내가 십오 년은 격동의 세월이었다.

물론 마음의 어디선가 희미하게 걸려는 있었지만.

그렇게 소중히 생각한 실장석인데, 이런 차가운 놈이라고 자신을 욕한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 마리에게 깊이 사과한다.

 

 

 

 

     ※ ※ ※

 

 

 

유급휴가도 끝나고 집에 돌아온 지 며칠 후.

 

활짝 갠 일요일 오후, 나는 집 근처를 사랑하는 딸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파파 ♪ 요기요기!"

 

아직 어린 딸은 가차없이 아버지의 쉬는 시간을 빼앗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보다 행복한 증거이기도 하다.

쨍쨍 비추는 따뜻한 햇살, 한가로운 한때.

그때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알찬 시간이 여기 있다.

 

불행의 밑바닥에서 신음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나는 딸을 껴안고 지금의 행복을 하늘에 감사했다.

 

 

"파파. 봐, 저기"

"응?"

 

딸이 우리 집 문 근처를 가리키고 있다.

 

"쟤 어디서 온 거야?"

"응?"

 

거기에는 한 마리의 성체 실장석이 있었다.

머리는 없어졌지만, 실장 옷을 입고, 조용히 멈춰서 있다.

아무것도 울지 않고 떠들지도 않고 아첨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웃 중 어느 집도 실장석을 기르고 있지 않다.

물론 우리집도 기르지 않는다.

보아하니 옷도 깨끗하고 들이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묘하게 얌전하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 기이하다.

 

"쟤, 웃고있어"

"웃어?"

"응, 엄청 기쁜가봐"

 

무심코 딸에게 되묻는다.

오롯이 자리잡은 무표정한 실장석.

그것은 매우 맑은 눈빛으로 마치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그 실장석을 응시한다.

내 안에서 뭔가가 소리를 내며 이어진다.

그렇다, 나는 ...이 녀석을 알고 있다.

 

맑은 눈빛의 실장석은 접근한 나를 향해 문득 미소짓는다.

이번에는 분명히 그 미소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녀석이 왜 거기에 있는 것인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반가웠다.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나는 - 오래전에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겨우 다시 만났다.

 

 

 

"마리"

 

조용히 말을 건다.

 

아마도 딸은 이상한 얼굴로 나를 보고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

나는 더 말을 걸었다.

 

 

"너 계속 여기 있었니?"

 

"그로부터 몇년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십오년이야?

도대체 ...... 어째서 너는 그렇게, 솔직하고 바보같이 정직한 거야 "

 

"너, 나는 ... 잊고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런데 ...... 넌 - "

 

 

마리는 그때부터 나와의 약속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

내 앞에서 사라지고 ... 지금까지 줄곧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 쓸데없는 수다 속에서 문득 나눈 정도의 별거 아닌 약속이었는데.

 

 

"고맙다, 마리 ... 고마워"

 

목소리를 짜내, 온갖 감사의 마음을 담아 중얼거린다.

나는 한심한 주인이었다.

깊이 다짐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정말 너보고 지켜달라고 할 가치가 없는 사람인데.

 

그런데 너는 계속 약속에 매달려 있었구나.

 

 

마리가 또 미소를 지었다.

천진난만하고 덧없는, 그리고 상냥한 미소.

내가 좋아했던 치유의 표정.

 

내 마음의 어둠을 몇 번이고 몰아내준 소중한 모습.

 

나는, 말해야 했던 말을 쏟아낸다.

그 마을에서 돌아 오는 길에 내 마음 속에서 나왔던 말.

마리 - 나를 계속 지켜봐준 이 아이에게 어떻게든 전해야 한다, 마음을.

 

 

"-하지만 뭐, 마리.

이제 괜찮아 "

 

마리가 있던 날의 모습을 떠올리며 속삭인다.

오열과 섞인다.

 

"나는 이제 내 힘만으로 행복할 수 있어.

그래서 마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

 

눈물이 말을 멈춘다.

 

 

- 거짓말이다.

그건 거짓말이다!

 

내 곁에 돌아와줘!

그리고 다시 나와 살자!

이번이야말로 이제 너를 괴롭게 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 ...... 그러니 ...... 이제 아무데도 가지 말아줘!

 

부탁이야, 평생의 부탁이니까 ... !!

 

 

당장 속마음이 입을 뚫고 튀어나올 듯하다.

하지만 나는, 한심하게 흐트러지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짜내 말을 계속했다.

 

딸이 무슨 말을 하지만, 내 귀에는 닿지 않는다.

나는 마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리는 잠깐 슬픈 눈빛을 했지만 곧, 다시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제 잠들거라.

그리고 눈을 뜨면 이번에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거야.

다시 태어나면, 내가 아니라 너만의 ...... 행복을. "

 

 

행복까지의 여정은 비록 누군가에게 이끌리더라도 그 앞은 스스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내가 정말 마루와 마리에게서 행복을 받았다면, 여기에 또 의지하면 안 된다.

자신의 의지로, 마리의 은혜와 결별해야 한다.

 

 

마리가 필사적으로 약속을 지켜주었다면.

죽어서도,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이번에야말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행복의 약속'을 -

 

 

 

 

- 안녕, 마리 

 

 

 

- 데스우

 

 

 

환청일까.

그리운 마리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눈앞에 있던 희미한 낌새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런 실감을 느낀다.

 

공기에 녹아들듯, 사랑스러운 모습이 엷어진다.

마리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살짝 오른손을 이마에 댔다.

 

 

- 경례.

 

 

나는 목놓아 울었다.

 

마리의 모습도 사라졌다.

마치 그곳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기척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내 등에 딸이 안겨왔다.

 

 

 

 

 

 

 

 

 

 

 

 

"닝겐 마마 - ♪"

 

「어, 어떻게 한 거야 마리? "

 

"와타시, 닝겐 마마와 쭉 함께 있고 싶은 데스 ♪"

 

"괜찮아? 나는 가난하고 불행한 놈이라 고생할지도 모르는데?"

 

"완전 좋은 데스"

 

"왜?"

 

 

"와타시가 계속 지켜보고, 닝겐 마마를 꼭 행복하게 해주는 데스.

와타시 좋아하는 닝겐 마마와 약속하는 데스! " 

 

 

 

 

 

 

 (행복의 약속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