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시하군. 그 정도로는 나 창문대 사천왕 [대학원생] 노예를 이길 수 없다!"

"으......으윽!"

압도적인 앰생력. 모피매트 할리를 이기다니! [대학원생] 노예는 필히 나를 능가하는 앰생의 인생을 산 것이 틀림없었다.

"후후후... 이제 와타시의 차례인가?"

[과몰입] 양자 원격전송

갑자기 주위가 바뀌었다. 널브러진 자료들과 책상으로 좁아터진 공간. 그리고 각종 감귤포장이론으로 뒤덮인 종이뭉치... 이곳은은 설마... 감귤포장학과 교구재실?

"나의 엑스턴시한 홈그라운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낯선이여. 그럼 시간 끌면 와타시의 엘레강스한 연구시간에 방해되니까 짧게 끝내주도록 하지."

[과몰입] 우주의 진리. 특수 상대성 이론

"내가 너까짓 길에 널린 랩노예에게 당할 줄 알고...! [과몰ㅇ..."

뭐야, 왜 입이 안 떨어져? 지금 당장 과몰입을 외쳐야 몰입이 잘 되는데! 아니, 이건 설마?

"시간지연과 공간 수축이라고 들어는 봤나?"

"서...서...ㄹ...마...!"

"크큭, 그래. 이제 너는 굉장히 엘레강스하게 느려지는 거야."

"키...ㅅ...사...마...!"

그나저나 저 대학원생 노예가 말하는 속도도 굉장히 느려보였다. 도대체 왜지?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는 건가?

"후후후, 와타시가 너의 주변에 엑스턴시한 중력을 깔아두었다. 엘레강스하지 못한 키미에게 쉽게 설명해주자면, 대충 네가 2일이 지났다고 느낄 때,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엑스턴시하게 10년이 되도록 설정해두었다는 것이다."

"무...무...슨!"

"그럼 10년 동안 키미는 거기서 꼼짝없이 갇혀있게나, 크큭. 아 맞다, 키미한텐 이틀이겠군. 그럼 10년 후에 날 찾아와보라고. 물론 그땐 와타시는 좀 더 엑스턴시하게 강해져있겠지만 말이야. 크큭."

이건 미친 짓이었다. 대체 대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대체 나보다 더 심한 폐인 생활이 세상에 존재했단 말인가? 대학원이 정녕 사람을 저렇게까지 바꿔놓는 곳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말해두는데, '너까짓 길에 널린 랩노예'라니, 그 말은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후후"

[대학원생] 노예가 그 말을 마치고 걸어갔다. 아주 느리게. 심지어 뒤로 백스텝을 하며 걸어가 내가 보기엔 마치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0.05배속으로 추며 퇴장하는 것 같아 분위기가 상당히 깨서 속으로 안 본 애니나 생각하기로 했다.

그보다도 세상이 너무 느리게 흐른다. 사람이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가 눈에 보였고, 눈꺼풀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가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느려졌다. 아무래도 앰생 인생이라 물리를 거의 안 배워서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 망할 놈의 시간지연 현상 때문에 그런 듯했다. 그놈 때문에 키스하는 커플의 입술 하나하나까지 다 보인...

아 잠깐만 여기서 키스하지 마. 여기서 키스하지 말라고. 어? 나도 못 해본 걸 왜 자꾸... 야, 남자새끼 가슴 만진다. 야! 대놓고 그래야겠냐? 어라? 여자가 좋아하네? 그리고 손이 밑으로... 미친놈아 그걸 왜 여기서 하고 ㅈㄹ이야!

남자 얼굴이 어떻길래... 어, 잘생겼네. 아니 그래도 잘생겼다곤 해도 이건 아니지. 야, 잠깐. 아 쫌 하지 말라고. 그러고보니 여기가 후미진 교구재실이긴 한데 그래도 이건 쫌... 잠깐, '여기서 해도 돼?'? '괜찮아, 여기 동상밖에 없어'? 아 쫌 이건 아니지. 야, 잠... 오우 좋다. 계속 해.

ㅡㅡ

현실 시간으로 1주일. 그 커플이 경비원에 들켜 장소를 바꿨다.
현실 시간으로 1달. 누가 감귤포장학과 조교실에 이상한 동상이 있다고 SNS에 업로드했다.
현실 시간으로 2달. 신문동아리 기자가 찾아와서 나를 취재해갔다.
현실 시간으로 6달. 구경꾼들 중 한 명이 내 얼굴에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낙서를 했다.
현실 시간으로 5년. 저출산으로 인해 대학교에 신입생이 없어지자 대학교 강의실이 변동되었다. 내가 있는 이 건물은 폐건물이 되어 방치되었다. 감귤포장학과 강의실은 더 좋은 건물로 이사갔다.
현실 시간으로 6년. 쥐가 드글드글해서 쥐에 과몰입하려 했으나 할때마다 쥐가 짝짓기하자고 달려들어서 바로 그만뒀다.

현실시간으로 8년. 오늘은 길고양이가 바퀴벌레와 쥐떼를 가지고 놀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그리고  설마, 오줌을... 아, 안돼. 아직 거미줄도 안 당해봤는데. 안돼. 안돼!


"[과몰입] 상륙의 신, 더글러스 맥아더."

이건 설마... 나 말고 앰생력을 쓰는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거야? 진짜?

"야, 드디어 찾았네."
"그니까. 역시 진짜 있을 줄 알았어. 외모 좀 봐. 딱 그 대학원생의 남자친구잖아."
"그럼 이분이 진짜 있다는 걸 알았으니 드디어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건가?"

이건 또 뭐하는 미친 놈들인가 싶었다. 한명은 남학생이었고, 베낭을 메고 있었다. 베낭 안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옷은 상당히 촌스러웠다.
나머지 한 명은 여학생이었다. 긴 스타킹에 프릴 가득한 치마, 짧은 자켓에 소품스러운 핸드백. 계절감을 무시한 의상 색, 그리고 안하다시피 연하게 화장한 얼굴.

대충 각이 잡혔다. 정치병자와 부녀자. 참 ㅈ같이도 앰생의 조건에 충족했다.

대학원생 새끼가 해놓은 결계가 풀리자 시야가 자유로워졌다. 몸은 내 기준으로는 이틀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몸 이곳저곳이 고장나진 않았다. 다만 배고프고 물이 급했다.

그보다도 얘네들은 대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그리고 과몰입은 대체 어떻게 쓰기 시작한 거고? 일단 물어봐야겠다.

"근데 와타시는 도시테 어떻게 찾은 거지?"

"그게, 감귤포장학과에 대학원생이 있거든요? 그 분이 계속 여친을 안 만든다고 들어서, 분명 숨겨둔 남친이 있을 거다! 하고 찾아보다가. 근데 진짜라니 ㅗㅜㅑ... 둘이 잘 어울린다... 하앍"

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학원 랩실노예라고? 독하네 그 새끼. 제대로 미친 게 틀림없어. 그리고 얜 더 미쳤어.

"지랄 ㄴ. 와타시가 코노 쿠소야로랑 사귀는 날엔 와타시가 와타시노 손에 똥을 지진다. 근데 넌? 닌 또 뭐야?"

"스승님을 찾으면 이 나라에서 종북 좌파와 조선족을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그 힘을 얻어서 이 나라에 있던 부정선거를...!"

"됐고 과몰입 쓰면 증거 하나쯤은 쉽게 찾을 수 있지 않냐?"

"그게, 못 찾아서 더 센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럼 없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진짜 있을 겁니다!"

이건 또 뭔 ㅂㅅ이란 말인가. 아직도 이딴 음모론이 나돌다니 8년동안 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희한했다.

"...근데 나이 비슷해보이는데 와타시타치 코레카라 반말 쓰면 다메냐?"

처음 얘네들이 올 때부터 알 수 있었다. 얘네들이랑 같이 있다간 당분간 고생길이 훤했다. ㅅ발 그냥 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