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줄내림을 하는 이유는 이거임.

1. 사건 전환

2. 가독성을 늘림.

3. 대사 시작


이건 수필이든 논설문이든 기사든 다 똑같음.


근데 여기 소설들 보면 자꾸 엔터키를 너무 많이 치거나 엔터키를 하나도 안 치고 계속 가.


이러면 생기는 일은

1. 엔터키를 치면 이야기의 흐름을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는데, 엔터키를 너무 많이 치면 흐름을 너무 많이 끊어놓음. 그래서 있던 감동도 재미도 스릴도 다 툭툭 끊겨버림.

한 줄 읽을 때마다 스크롤 엄청 내려야 하고, 눈도 너무 많이 움직여야 함. 그래서 이야기 다 읽기 전에 벌써 첫번째 문단에서 피곤하다고.


그리고 대사도 한줄에 놔. 대사는 원래 한명에 한 줄이 기본이야. 대사에 엔터치는 거는 내용이 너무 길 때만(10줄 이상) 하는 거야. 원래 소설에서 대사에 엔터친다는 거는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는 뜻이라 자꾸 엔터치면 누가 말하는 지 모른단 말이야.


2. 그리고 제발 내용 넘어가면 엔터키좀 쳐. 글을 읽는데 소설 전체가 딱 2문단으로 되어있고 대사까지 다 한문단이면 그게 문학이냐? 대사 나오면 엔터키. 이건 국룰이잖아.

이렇게 소설 전체가 딱 2문단이고 한문단에 막 몇십 문장이 들어가면 보기도 전에 힘들어져. 차라리 문장 나올 때마다 엔터키 몇 번씩 치는 게 더 잘 읽힌다고.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거나 내용이 반전되거나 시간이 지나가면 무조건 엔터키 좀 쳐. 그게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거야.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면서 반전이 나오는 게 더 놀랍지, 같은 문단에서 다음 문장에 '그런데 갑자기' 나오면 별로란 말이야.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대화를 하다가 문을 열었더니 귀신이 나와. 그래서 놀라 자빠져서 칼을 휘둘렀더니 귀신은 사라지고 대신에 옆에 있던 동료가 죽은 장면이라고 치자. 그리고 그걸 그놈의 엔터키 안 쓰고 쳐보자고.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아무래도 문이 깨끗하니까 괜찮을 거야." "제발 들어가지 말자. 아까도 이런 식으로 문 열었다가 귀신 나왔잖아." 찬희가 목소리를 떨며 내 옷깃을 살짝 붙들었다. 그러나 나는 찬희의 손을 뿌리치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이번엔 괜찮을 거야. 들어가자." 찬희가 목소리를 떨며 내 옷깃을 살짝 붙들었다. 그러나 나는 찬희의 손을 뿌리치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이번엔 괜찮을 거야. 들어가자." 문손잡이는 시체처럼 차가웠다. 문손잡이를 돌려 문을 당겼다. 그런데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뻑뻑해서 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한참을 애쓰다보니 열린 문 사이로 커다란 창문이 하나 보였다. 새하얀 달빛 아래로 나있는 나무 창문은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주변으로도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먼지가 가득했는데, 옷장과 책상과 침대까지 지금까지와는 별반 다르지 않은 방이었다. 오히려 영롱한 달빛과 맞물린 모습이 이곳에 가족의 사랑을 잔뜩 받은 어여쁜 막내딸의 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거봐. 딱히 별 거 없잖아." 방문을 열어둔 채 침대로 갔다. 아직도 찬희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떨고 있었다. "괜찮아. 아무것도 없어. 자, 옷장을 한 번 봐봐." 찬희에게 안전하다는 눈짓을 했다. 분홍색으로 칠해져있는 옷장을 힘껏 열어 찬희에게 안전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옷장에서 싸늘한 무언가가 잔뜩 튀어나왔다. 귀신었다. 지금까지 본 귀신들 중 가장 많고 무서웠다. 귀신들은 순식간에 내 심장을 지배해 온몸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고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암흑의 허공이었다. 뒷걸음질치며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때 내 손에 내 나이프가 닿았다. 저번에 귀신을 만났을 때 이 나이프로 귀신을 찔렀더니 귀신이 죽었었다. '그래, 이거면 될 거야.' 바로 나이프를 집어들고 보이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허공에서 쇠붙이가 쉭쉭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살을 찌르는 감각. 칼손잡이까지 흘러내리는 따뜻한 피와 끈적한 감각. 틀림없었다. 나는 귀신을 찔렀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를 비웃는 듯 한 그 소리는 마치 내 고막과 신경을 긁어놓는 듯 소름끼쳤다. 심장을 감쌌던 서늘한 감각이 서서히 나에게서 벗어났다. 흐릿했던 눈앞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났다. 이제 귀신에서 벗어났겠지 싶어 안도감에 무릎이 풀렸다. 나지막한 환호를 지르며 귀신에게서 칼을 빼려했다. 그러나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내가 잡고 있는 나이프에 심장이 꽂힌 찬희였다. 나는 귀신에게 놀아났던 것이었다.



자, 이거 봐. 이걸 어떻게 읽냐고. 이 재밌는 내용을 가지고 저렇게 딱 한 문단에 써버리면 누가 읽냐고 도대체. 처음 보는 사람이 저 소설을 보면 '이게 머선 일이고'하면서 바로 뒤로가기 눌러버린다고.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고 해도 공장에서 안 자른 빵을 냅다 갖다주면 그걸 먹겠냐? 빵도 적당히 뭉쳐있어야지 이게 뭐냐고.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면 엔터키 치라고. 엔터키 안 치니까 이게 반전인지 뭔지 모르고 감흥이 안 느껴지잖아. 아무리 반전을 짜도 엔터가 저따구면 반전도 반전이 아니게 되는거야.


그니까 이런 경우엔 엔터키를 이렇게 쳐.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아무래도 문이 깨끗하니까 괜찮을 거야." (말하는 사람(이후 화자로 후술) 전환)

"제발 들어가지 말자. 아까도 이런 식으로 문 열었다가 귀신 나왔잖아." (대사 -> 내용)

찬희가 목소리를 떨며 내 옷깃을 살짝 붙들었다. 그러나 나는 찬희의 손을 뿌리치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내용 -> 대사)

"이번엔 괜찮을 거야. 들어가자." (대사 -> 내용)

문손잡이는 시체처럼 차가웠다. 문손잡이를 돌려 문을 당겼다. 그런데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뻑뻑해서 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시간 경과. 여기는 띄우든 안 띄우든 상관 없음)

한참을 애쓰다보니 열린 문 사이로 커다란 창문이 하나 보였다. 새하얀 달빛 아래로 나있는 나무 창문은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주변으로도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먼지가 가득했는데, 옷장과 책상과 침대까지 지금까지와는 별반 다르지 않은 방이었다. 오히려 영롱한 달빛과 맞물린 모습이 이곳에 가족의 사랑을 잔뜩 받은 어여쁜 막내딸의 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내용 -> 대사)

"거봐. 딱히 별 거 없잖아." (대사 -> 내용)

방문을 열어둔 채 침대로 갔다. 아직도 찬희는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떨고 있었다. (대사 -> 내용)

"괜찮아. 아무것도 없어. 자, 옷장을 한 번 봐봐." (대사 -> 내용)

찬희에게 안전하다는 눈짓을 했다. 분홍색으로 칠해져있는 옷장을 힘껏 열어 찬희에게 안전을 보여주려 했다.

(스토리 반전. 없는 줄 알았는데 있음)

그런데 그 순간 옷장에서 싸늘한 무언가가 잔뜩 튀어나왔다. 귀신었다. 지금까지 본 귀신들 중 가장 많고 무서웠다.(이야기 흐름 경과. 그런데 딱히 안 띄워도 상관없음.)

귀신들은 순식간에 내 심장을 지배해 온몸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고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암흑의 허공이었다. (귀신에게 당함 -> 해결책 발견)

뒷걸음질치며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때 내 손에 내 나이프가 닿았다. 저번에 귀신을 만났을 때 이 나이프로 귀신을 찔렀더니 귀신이 죽었었다. (내용 -> 독백)

'그래, 이거면 될 거야.' (찌르기 시작)

바로 나이프를 집어들고 보이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허공에서 쇠붙이가 쉭쉭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살을 찌르는 감각. 칼손잡이까지 흘러내리는 따뜻한 피와 끈적한 감각. 틀림없었다. 나는 귀신을 찔렀다. (찌르기 종료 -> 귀신 웃음)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를 비웃는 듯 한 그 소리는 마치 내 고막과 신경을 긁어놓는 듯 소름끼쳤다. 심장을 감쌌던 서늘한 감각이 서서히 나에게서 벗어났다. 흐릿했던 눈앞도 서서히 윤곽이 드러났다. (귀신이 사라짐 -> 감정서술. 사건이 하나 끝남.)

이제 귀신에서 벗어났겠지 싶어 안도감에 무릎이 풀렸다. 나지막한 환호를 지르며 귀신에게서 칼을 빼려했다. (내용 반전. 찔렀던 건 귀신이 아니라 찬희였음.)

그러나 내 눈앞에 보인 것은 내가 잡고 있는 나이프에 심장이 꽂힌 찬희였다. 나는 귀신에게 놀아났던 것이었다.



자, 봐봐. 얼마나 깔끔하냐고. 읽기 훨씬 편하잖아. 도서관 가서 아무 소설책이나 꺼내서 읽어봐. 전부 다 이렇게 되어있을 거야.


그렇다고 여기서 엔터키 너무 많이 치지 마라. 예시 들어준다.


"여기라면 안전하겠지?"(주인공 대사)

"아무래도 문이 깨끗하니까 괜찮을 거야."(원래 주인공 대사인데 찬희 대사가 되버림.)

"제발 들어가지 말자."(찬희 대사가 주인공 대사가 되버림. 자신 넘쳐 문 열려던 주인공이 갑자기 소심해져서 강력히 반대하는 기☆적)

"아까도 이런 식으로 문 열었다가 귀신 나왔잖아." (찬희 대사가 반토막나서 강력히 반대하던 원래 의미가 사라지는 기☆적)

찬희가 목소리를 떨며 내 옷깃을 살짝 붙들었다. 그러나 나는 찬희의 손을 뿌리치고 문손잡이를 돌렸다. (아깐 제발 들어가지 말자던 주인공이 문을 열어버리는 기☆적)

(...중략...)

한참을 애쓰다보니 열린 문 사이로 커다란 창문이 하나 보였다. 

새하얀 달빛 아래로 나있는 나무 창문은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주변으로도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먼지가 가득했는데, 옷장과 책상과 침대까지 지금까지와는 별반 다르지 않은 방이었다. 

오히려 영롱한 달빛과 맞물린 모습이 이곳에 가족의 사랑을 잔뜩 받은 어여쁜 막내딸의 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방 하나 묘사하는데 도대체 몇 문단을 잡아먹는 건지 모르겠음)



제발 이렇게 띄우지좀 마. 한 사람 대사는 한 줄에. 하나 묘사할 땐 내용이 반전되지 않는 이상(앞은 정렬의 레드인데 뒤를 보니 싸늘한 불루라던지) 그냥 문단 좀 가만히 두라고. 그만 띄워서 써 제발.



요약

1. 대사 전환, 화자 전환, 내용 전환, 스토리 흐름 완급조절 : 엔터 좀 쳐

2. 한 명의 대사, 하나의 사건 흐름(반전 없이), 하나의 구체적 묘사(반전 없이) : 엔터 좀 치지 마



제발 엔터키만 좀 제대로 해줘. 엔터키만 고쳐도 추천수 2배는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더만 그놈의 엔터키가 작품을 다 망쳐놓고 있어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