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넘치는 우울감을

물 흐르듯 써내려갈 수만 있었다면

그대는 이미 등단했을 것이다.

10여년전 사색했던

그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만 있었다면

그 감정을 표현할 수만 있었다면

그대는 이미 등단했을 것이다.

문예지 한쪽에 적힌 그대의 이름을 보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등단하지 못한 그대는,

매일매일 쓰레기통에 감정을 던져넣는 그대는

우리는 시인이 아닌가?


그대로 하여금 확신을 갖게 했던 감정들,

그것을 가슴에 담고 있는 

그대는 이미 시인이다.

끝내 폭포를 넘지 못한 연어가

끝내 죽음을 피하지 못한 길가메쉬가

연어이며, 또 영웅이듯이

그대는 이미 시인이다.

아직 써내려갈 이야기가 남아있는

우리들은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