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빨간색이야.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던 일요일의 색.

오랜만에 만난 네가 내게 줬던 장미의 색.

장미 가시에 찔렸던 내 손가락에서 나왔던 혈액의 색.

그걸 보고 당황하던 네 얼굴의 색.

함께 점심을 먹고 들린 카페에서 마셨던 딸기 스무디의 색.

영화관으로 가는 길 도로 신호등의 불빛의 색.

나보고 느리다며 놀리며 앞서 나가던 너의 신발의 색.

여름의 한 가운데 떠올랐던 눈부신 햇님의 색.

너를 못 보고 달려오던 트럭의 색.

바닥에 쓰러져 의식이 없던 너의 색.

빠르게 달려오던 엠뷸런스 불빛의 색.

삐- 소리와 함께 심장 박동기에 표시된 직선의 색.

네 시체를 태우던 불길의 색.

나의 기억의 색.

모두, 빨간색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