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급식충들의 하교 시간.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오빠, 같이 가자."

 

갈색의 긴 머리카락(학교 규정 때문에 염색 불가)이 찰랑거리는 소녀.

내 여동생이다.

친구들이 번호 좀 알려달라고 부탁하지만 나는 이제껏 정중하게 거절했다.

왜냐고? 미안하지만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너무나 못생긴 여자애(여동생)와 친해지게 도와줄 수가 없었다.

 

빈틈을 주었더니 팔짱을 끼는데......

 

"수업 끝났으니 집에서 오버워치하자."

 

"싫어."

 

"배틀그라운드나 엘소드는 어때?"

 

"그것도 싫어."

 

"사실은 컴퓨터 빌려주기 싫어서 그렇지? 그렇지만 내 컴은 조선컴이라 게임이 자주 멈춘단 말이야."

 

"야, 누가 빌려주기 싫데? 안 빌려주면 엄마한테 이를 거잖아."

 

"동생을 생각해서 오빠로서 양보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오빠'라는 호칭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다.

그렇지만 그 단어가 왜 친동생이 나를 지칭하는 두 글자 외에는 용도가 없었다.

 

"알았어. 내 컴 포멧할 테니까 니 조선컴이랑 바꿔줄게."

 

"응? 웬일로 오빠야가 착해진 거야?"

 

사실 나는 게임을 끊은 지는 오래되었다.

게임할 시간에 나무라이브를 하는 게 나의 유일한 행복이다.

단지 부모님께 장남이라는 이유로 새 컴퓨터를 내 방에 갖다놓을 수 있었던 것 뿐이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면서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굳이 백업을 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중요한 파일은 외부 저장장치에 옮기면 된다.

 

"이제 너 방에 내 컴 설치해줄게."

 

"헤헷. 고마워 오빠. 백년만에 오빠 노릇을 해주는 구나."

 

어이어이... 백년은 아니었는데...

 

잠시 후 여동생이 나를 불렸다.

 

"오빠, [최근에 닫은 탭을 열겠습니까?]가 떠서 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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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심장이 떨어졌다.

사이트 기록은 삭제하지 못 한거냐.

한심한 나 자신...

 

 

"나무라이브 가 뭐야?"

 

"디씨갤이 도시라면, 나무라이브는 시골 느낌?"

 

"거짓말! 1베 대피소잖아."

 

"뭔가 오해를 한거야. 나무라이브는 나무위키 유저들을 위한 갤러리라고!!!!!"

 

"나무위키? 그러고보니 선거없이 나무위키 운영진을 맡은 적이 있어."

 

"거짓말도 작작하지 마라. 너가 나무위키 운영진이면 나는 남라 천만 포인트 소유자다."

 

"천만 포인트?"

 

"그래. 나무라이브에서 제일 유명한 유저지. 심지어 도시 채널도 만들었어."

 

 

"우와, 정말 대단하다."

 

갑자기 식은 땀이 났다. 이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날 테지만 꼬맹이가 기억할 리가 없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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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