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끝자락을
지키고 있었던 적이 있다

시를 읽지 않는 것은
여유가 없는 이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벼랑 끝에서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머니처럼
항상 거기에 있었다

거렁뱅이가 되어도 괜찮았다
이곳으로 돌아만 와준다면
썩 괜찮은 삶일 테니까

아무리 때려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것이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다들 가사가 시적이라고 칭찬한 그 노래

거기서 추락했다

낭송하는 이들이 사라진 순간
죽은 것이었다

시인들이 품고 있던 것은
저들이 가져간지 오래였고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우리들이 비어있기 때문이었다

다 같이 가사 흥얼거릴 때
돈만 밝히고
영어를 섞어 쓴다고 욕하는 동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운율을 들먹이머
알아먹기도 힘든 철 지난 글자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텅텅

벙어리의 외침은
요란하고 짜증나기만 한다

텅텅

이런 곳에 낭만이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