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인간이여 나를 기억해다오
내 혈육과 자손은 모두
인간의 손에 잡혀 죽었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홀로 황야를 거닐때면
잔디에 스며든 핏물이
내 다리를 베어 스며든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하나 남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차디찬 겨울의 조소 앞에
무력하게 얼어붙어 사그러든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발목이 탈구되어 떨어지고
정강이뼈가 닳아 없어진 채
수척한 두 팔로 언덕을 오른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인간들은 나를 쫓아
벼랑 끝에 몰아세웠다
나는 마지막 숨을 내쉰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인간이여 나를 기억해다오
네 뺨에 스며든 내 피를 지우지 말아다오
네 영혼에 닿은 내 단말마를 잊지 말아다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