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거기가 어디인데?"
"일단 따라오기나 하셔."
 
카일라가 앞장서서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몸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카일라가 미소를 짓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우리들을 하늘을 날게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보다 더 컸었던 집이 지금은 손바닥 크기도 안되는 작은 모형처험 되어있었다.
 
"귀찮아서 이렇게 이동시킬 건데 어때?"
"좋죠!"
루보와 코스타와 내가 동시에 외쳤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오래 체험해두고 싶은 것은 당연하니까.
 
하늘을 날아가는 데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저 아래로 숲이랑 계곡들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그 사이로 아이언메이든 병단이 길을 가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코스타의 눈이 반짝였다. 코스타가 단장님의 이름을 소리쳐봤지만 너무 멀어서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코스타의 표정이 부루퉁했다.
 
단장님은 평소의 이미지처럼 땅을 집중하면서 보고있었다. 단장님이 저렇게 집중할 때는 복잡한 분석을 할 때와 어떤 크림빵을 먹을 지 고를 때밖에 없다. 아, 물론 지금은 후자는 절대 아닐테니 분석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들이 하늘을 날아가다가 넓은 평지에 다다랐을 때, 카일라가 다시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우리를 땅에 착륙시켰다. 가만히 서있는데도 다리가 자꾸 허공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들이 감격에 젖어있는 동안, 단장님은 마왕성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아까랑 같은 눈빛이었다. 그러더니 손으로 뭔가를 한 번 그어보더니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네. 마왕성은 대규모 마법진으로 옮겨진거야. 물론 마왕 가문의 힘이 아니라 다른 마법사의 힘으로. 이 마법진은 마왕 가문은 그을 수 없는 문양이거든."
"그러면, 어디로 옮겼는지는 알 수 있나요?"
"알 수는 있긴 한데, 엄청 힘들어. 아마 운이 나쁘면 몇 년은 고생할 걸."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요?"
단장님과 우리들 사이에 대화가 오갔다. 단장님이 카일라에게 다가가더니 하늘을 다시 날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카일라가 승낙하더니 아까같이 몸이 다시 붕 떠올랐다.
 
모두 하늘 높이 떠오른 걸 확인한 단장님이 드디어 설명를 시작했다.
"아까 여기까지 날아왔을 때, 잘 보면 뭔가 굴곡이 보이지? 그게 예전에 마법진이 한 번 설치되었다는 증거야."
모두가 단장님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단장님의 말대로 그 부분만 약간 들어가있었고, 그 일부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게 마법진이 있었던 자리라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그 마법진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야. 아까 마왕성 옛 터에 다다랐을 때 옛 터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선들이 그어져있었어. 옛 터가 바위 위에 있어서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지. 내가 지금까지 센 것만 해도 57개나 돼. 그것도 아직 반의 반도 안 되는 숫자라고. 어디로 옮겼는지는 마법진에 쓰여진 고대어로 알아낼 수 있는데, 그 고대어가 너무 많이 쓰여서 겹칠 대로 겹쳐버려서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게 문제지."
"왜 그렇게 많이 한거에요?"
"뭐간 뭐야, 위장이지. 가짜를 많이 만들어서 진짜랑 구별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마왕성이 어딘지 다른 사람들이 알면 큰일나니까."
"그러면 이렇게 많은 가짜를 어떻게 만든다는 거에요?"
"마법 주문을 외면 외우는 동안에 마법진이 생기거든? 그 마법진이 주문의 마지막 글자와 함께 발동되는 거야. 근데 거기서 마지막 글자만 틀려버리면, 마법진이 발동되기 직전에 마법진의 효력이 없어지고 사라지거든. 이 때 만약에 마법진이 바닥에 나있으면 마법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지."
 
모두가 단장님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카일라가 물었다.
 
"근데 그건 다 어떻게 안 거야? 우리 종족에 대한 지식은 전무해보이던데..."
"내가 누구냐. 슬레이어 왕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천재 학자일걸. 원래 알던 배경지식에 너희들 마법을 접목시키면 다 알 수 있다, 이 말이다. 그나저나 이 마법진 너희 마을 쪽 마법이랑 비슷해보이던데 술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응. 이런 마법이 쓰여진 건 처음이거든. 나도 많이 놀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