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학교에 간다. 차가운 햇살,뜨거운 바람이 한대 어우러져 감미로운 감각을 선사해 주었다.

 

지금 가방을 메고있지만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필통,교과서, 공책을 모두 학교에 두고다니기 때문이다.

 

필통을 학교에 두고가는 이유로 나는 필통을 집에서 쓸일이 없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그저 집에서 폰으로 게임을 할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학교에 도착했다. 실내화로 신발을 갈아신고 도서관을 지나쳐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그러나 한걸음으론 교실에 도착할수 없다. 수십번의 내딛음이 원하는 바를 이룰수 있게해줄 따름이다.

 

왜 갑자기 이런 설교하는 듯한 말을 하냐고? 방금 내가 했던 설교가 틀렸음을 지금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우리학교는 한층에 하나의 교실이 있다. 그래서 학교가 매우 높은데 문제는 내 반이 맨 꼭대기에 있다는 것이다. 내 반은 37층에 위치해있고 나는 그걸 일일이 걸어서 올라가야한다. 그러니 절대 수십번의 발걸음이 나를 반에 도달하게 해주는것이 아니다. 

 

다리가 저려오고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지금 13층에 도착했다. 아직 한참을 더 올라가야한다. 이 학교는 국립학교로 돈을 추가로 더 내는 엘리트들만 엘리베이터를 탈수 있다.

 

그런데도 왜 이 학교에 오냐면 매우 교육수준이 좋기 때문이다.한 반에 모든 과목의 선생님이 따라붙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 분반을 해서 수업을 하면 그것이 모든 학생들에게 잘 맞는다.

 

나도 나름 공부를 잘해서 상위 수준의 수업을 듣는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기에 항상 이 고생을 한다. 참고로 한달 엘리베이터 자유이용권은 500만원 이다.

 

한참을 걸으니 37층에 도착했다. 가방을 책상에 걸고 앉아서 땀을 닦는다. 교실에는 이미 반 친구들이 도착해있고 그들은 가끔씩 땀을닦는 나를 흘겨본다. 나는 여친이 생기지 않겠지... 이게 돈없는자의 말로이다.

 

담임 선생님이 왔다 가시자 수학 선생님이 오셔서 선형 대수학을 가르쳐 주신다. 참고로 여기는 고등학교이다.

 

선형대수학은 참 재미있다. 참으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에 배운 편미분 방정식도 참 재미있었다.

 

한참의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나는 우리반의 아싸 무리에게 갔다. 참고로 그 아싸들은 월 500 주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부자들이다.

 

나는 내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감설아 너 어제 메이플 했냐?"

 

"어 당연하지~ 어제 2개를 250까지 키웠어"

 

"미친... 어떻게 현질을 하면 그렇게되는거야? 이해할수가 없네... 지금은 피버기간도 아니잖아"

 

"회사에다 직접 연락해서 돈줬더니 피버를 10중첩으로 주던데?"

 

"답이없다... 다음에 같이 배그하자"

 

"응 알았어"

 

필요한 말만 한 나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체육관에 갔다.체육관 역시 층이 나뉘어져 있는데 지금 가야할 체육관은 9층이다. 다른애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가고 나는 계단을 올랐다.

 

참으로 끔찍한 시스템이다. 돈없는 사람은 다리에 근육통을 달고살라는건가?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회에 이로운 시스템임을 알수있다.

 

부자들에게서 돈을받아 나라를 위한 세금으로 쓰기 때문에 부자의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돈이 없더라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질 높은 교육을 받을수 있게 해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체육관에 도착했다.

 

...

 

근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다. 체육관의 탁구 테이블에는 피가 묻어있고 어느 학생이 머리에 피를 흘린채 테이블에 기대고있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경악을 한 표정을 하며 가만히 서있다.

 

사실 모두 같은반 학생이지만 나는 대인관계에 관심이 없어서 우리반 학생의 정원이 25명임에도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다.

 

이어서 주변을 둘러보자 그 친구의 앞에있는 학생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잠시후 구급대원이 오고 사망판정이 나지만 구급대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친구를 들것에 실어서 들고간다.

 

우리반의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밀친 친구를 질책한다. 저 사태가 누군가가 밀쳐서 생긴것이라는것은 딱 봐도 알수 있었다. 아마도 모서리에 머리를 박았겠지...

 

"강팔아 왜그랬어... 아무리 그래도 밀치면 안되지"

 

"아니 걔가 나한테 패드립을 했다니까? ... 이제 내 인생은 망한건가?"


너무 늦게 들어와서 앞뒤 문맥을 모르겠다. 선생님이 오셔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증언을 받는다.

 

"한석이가 강팔이랑 같이 탁구를 치다가 실수로 탁구채를 강팔이 얼굴에 날렸어요 그래서 강팔이가 한석이를 밀쳤는데 이렇게 됐어요"

 

"강팔이가 탁구채에 맞고나서 한석이를 때렸는데 한석이가 패드립을 해서 강팔이가 밀친거에요

 

...

 

여러 증언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증언의 일관성을 위해 모든 학생들에게 증언을 받으셨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한테 오셔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셨다.

 

"한석이가 왜 저렇게 된거니?"

 

"저는 그때 계단을 오르고 있어서 본게 없어요"

 

"아니 준명아 그러면 더 빨리 뛰었어야지 사고가 있을수 있으니 목격을 하기위해 빨리 걷는건 상식 아니니?"

 

그렇다 지금 밝혀진 내 이름은 준명이다.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선생님... 저는 최대한 빨리 뛰었어요 그리고 사고가 날지 어떻게 알아요?"

 

"준명아... 너는 안전 불감증이 있구나? 모든 사고는 다 예상하고 대비해야 하는거야 그리고 다리가 느리면 돈을주고 엘리베이터를 타야지?"

 

그러자 다른 학생이 거들었다.

 

"맞아 너가 엘리베이터 안타서 아침마다 땀 닦는거 보면 역거워 제발 엘리베이터좀 타"

 

그리고 내 친구 감설이도 거들었다.

 

"준명아 너 인생 그렇게 사는거 아니야 아싸도 수준이 있지 왜 이런식으로 민폐를 끼쳐서 다른 아싸들 이미지를 건드려?"

 

감설이의 반응에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지옥같은 체육시간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은 증인이 한명 부족해서 강팔이를 기소할수 없을거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고 자살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를 향한 친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지금은 12시 햇빛이 쨍쨍한 날이다.

 

여름은 참 추운날이다. 차가운 햇빛이 아낌없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우주는 뜨겁고 태양은 차갑다. 태양이 없었으면 지구에 생명체가 살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운동장 한복판에서 가만히 햇빛을 받는다.

 

몸이 으슬으슬 추워짐을 느꼈다. 손발이 얼어붙고 말조차 제대로 할수 없다. 나는 남의 시선을 매우 신경쓴다. 그것이 빈 가방을 메고다니는 이유이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가방을 메고다니는데 나 혼자 메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남의 시선을 매우 신경쓰기 때문에 이제 인생을 살수 없다. 나는 의식이 날아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얼어붙어가는데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구나. 이게 흙수저의 최후다.

 

잘있어라...

 

세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