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저 집에 가던 길이였다. 알바가 끝난 뒤, 애매하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걷던 사내일 뿐이었다.

그러던 도중, 약간의 헛헛함을 느끼자 발을 돌려 편의점에서 닭꼬치를 하나 꼬나들고 근처 강가를 서성이며 먹기 시작하였다.

겨울의 쌀쌀함과 닭꼬치의 매움에 콧물을 훌쩍이며 걷기를 2분 13초, 그는 근처의 갈대숲에서 무언가 섬광을 보았다.

호기심을 느끼고 섬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느긋하게 그쪽을 향해보니 그곳에는 묘하게 생긴 검이 있었다.

그는 다 먹은 닭꼬치의 꼬챙이를 던져 버린 뒤  발로 검을 툭툭 건드리고는, 이내 검을 들었다. 그러자 환청이 들리는 게 아닌가!

너는 선택받았다.

너는 지배자가 될 수 있다.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다.

소원을 말해보아라!

그는 새된 비명을 지르고는 검을 던져버리고, 집으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가 집에 도착하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것은 분명 아까 던져버렸던 검이었다. 그는 검에 귀신이 들린 것이라 생각하고는 검을 없애버리고자 마음먹는다.

그가 첫째 날에 행한 행동은 드럼통에 시맨트를 가득 붓고, 검을 꽃아 굳히고는 바다에 던지는 일이었다. 검은 돌아왔다.

그가 둘째 날에 행한 행동은 장인에게 부탁하여 검을 녹여버리는 일이었다. 검은 녹지 않았다.

그가 셋째 날에 행한 행동은 공장의 프레셔기를 이용하여 검을 뭉개버리는 일이었다. 검은 버텨내었다.

그가 넷째 날에 행한 행동은 검을 극한까지 얼리고 불에 달구고를 반복하는 일이었다. 검은 끄떡없었다.

그가 다섯째 날에 행한 행동은 사포질로 검을 조금씩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검은 변함없었다.

그가 여섯째 날에 행한 행동은 검을 없애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검을 모욕하는 일이었다. 검은 더럽혀졌지만 여전히 튼튼했다.

일곱째 날이 되자, 그는 결국 포기했다. 검은 반드시 돌아왔으며, 계속되는 환청에 미칠 지경이었다. 아니, 소원을 들어준다니 조금 솔깃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는 소원을 말하기 위해 입을 뗀 순간, 검은 사라졌다. 일주일이 지나면 검은 사라지지만, 남자는 검을 없애는 것에만 집중해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다.

남자는 황당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부수고자 하니 부수지 못하고, 가지고자 하니 사라지다니! 이것이 진정 삶의 진리가 아닐까?
그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빌딩 옥상에서 투신했다.

그는 죽었다.

그의 소원은 영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