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에 위치한 오성전자 본사 지하 60층.


 "읍...으으윽..!!"


 "자네, 그거 알고 있나?"


 어두운 방에 두 인간형 생물체가 앉아 있다. 하나는 산 채로 마그마에 담금질당하는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 비명지르는 놈에게 핑크색 스프링클이 잔뜩 뿌려진 먼치킨 도넛을 먹이고 있다.


 "보통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진짜 즐거워서 하는 경우가 많아. 고문을 하면서 순수한 행복을 느끼는 또라이 놈들 말이야, 이 직업은 그런 놈들을 위해 만들어졌지. 하지만 불행하게도 난 아니야. 네게 이런 고통을 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끔찍할 뿐이네. 그러니까 빨리 불고 끝내라고."


 "제발... 제발 더는...! 전 문과라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아, 거 참 말하기만 하면 가족들도 다 풀어준다니까. 나도 이러는 거 싫다고."



 "아 제발..! 토할 것 같아요 그만하세요!"

"계속 이렇게 나오면 다음은 크*스피 크림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이다. 이것보다 훨씬 알이 크다고. 배 터지기 전에 핵심 부품 만드는 법을 알려줘야 할 거야."


 "아아아악!!!"


 그렇게 영겁과도 같던 고통이 끝나고 비명을 질러대던 자만이 어두컴컴한 방에 의자에 묶인 채로 남겨졌다. 숨쉬는 것이 불편했다. 당연하다, 도넛을 그렇게 많이 먹어댔으니까. 


 지금은 이렇게 고문당하는 신세지만 사실 그의 정체는 알파 센타우리의 적법한 왕위 계승자, 룬-아타르. 알파 센타우리 왕가에서 벌어진 왕위 쟁탈전으로 인해 이웃한 별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우주선이 지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 악랄한 지구인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일족에게 여러 가지 지구 음식을 주면서 무엇이 가장 맛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룬-아타르와 그의 일행은 종이통에 담긴 조그맣고 동그란 음식을 먹어보고는 완전히 홀려버렸고, 자기네들을 따라오면 그 동그란 걸 더 주겠다는 지구 놈들의 말에 넘어갔다. 그리고 그 가증스러운 놈들이 그들을 끌고 간 곳이 바로 여기였다. 외계에서 온 오갈 데 없는 방문객들을 먹을 것으로 꾀어 낸 다음 고문을 해서 온 우주의 최신기술을 뽑아내는 마의 소굴. 

 그들은 화장실 갈 기회도 주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용변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룬-아타르는 자신의 비참하고도 비참한 신세에 마침내 한 줄기 긴 흐느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흑흑.. 흐어어어엉 집에가고싶어요..."


 "너의 간절한 부름에 이몸이 강림하였도다. 소원을 들어주마!!!"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엄청 화려하게 생긴 바스타드 소드(마검)가 빛을 발하며 공중에 떠 있었다!


 '오오 이것이 지구놈들이 외계인을 고문하여 완성한 오버테크놀로지인가?'

 "어서 소원을 말해라 코노야로!!"


 "집!! 일행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집으로 보내주도록 하지!"


 룬-아타르가 마검의 손잡이를 잡자 엄청난 섬광과 함께 오성전자 본부 건물이 폭발하며 그곳에 갇혀 있던 알파 센타우리의 모두가 공중으로 떠올라 광속의 1460배가 되는 속도로 무한한 별들 사이를 날았다. 눈 깜짝할 새 왕자와 일행은 알파 센타우리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강화복과 광선총으로 중무장한 용병단이었다.


 "어...; 잠만 그런데 지금 왕위쟁탈전 중이었지. 삼촌께서 한참 경쟁자들을 학살하고 있을 텐데 괜히 돌아왔나..?"


 "무엇이 문제인가? 너에겐 이 몸이 있잖냐!!"


 "아 그렇지! 그런데 광선총 부대를 상대로 한낱 검이 무슨 상대가 있을까요..?"


 마검은 자존심이 상했다. 

 "텐메..한낱 검이라고?? 잘 봐라- 나의 [진가]를..!"


 용병단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하자, 검을 쥔 왕자를 주변으로 황금빛 방어막이 펼쳐져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한 차례 공격이 지나간 후 왕자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검이 왕자를 휘두르는 꼴이었다. 일격에 한 중대가 간단히 썰려 나가고, 검에서 광선이 나와서 겁먹고 도망가는 나머지 용병들을 태워 죽였다. 


"오오 그래!! 이 피의 맛!! 생명을 취할수록 나는 더욱 강해지지!!!" 마검이 소리쳤다. "다만 외계인이라 맛이 좀 다른 것 같군!"


 마검을 든 룬-아타르는 그대로 왕성으로 직진해 경비대를 박살내고 그의 삼촌, 룬-누르-사나스와 마주했다.


 "아 조카야, 왕성 정문을 박살내다니, 이거 수리비 엄청 나오겠는데. 넌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렇게 난폭했어. 왕이 될 자질이 없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군인들의 생명보다 호화로운 왕성을 어떻게 고칠지 고민하는 당신도 왕이 될 자질은 없기 마찬가지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삼촌에게 마검을 던졌다. 마검은 정확하게 그의 심장에 날아가 박혔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삼촌."


 "이.. 이 버릇없는.."


 삼촌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뒀고, 룬-아타르는 마침내 왕좌에 올랐다. 신하들이 와서 알파 센타우리의 새로운 왕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와, 왕이시여, 명령을...!"


 "너네는 왕성을 고치고 있어라. 나는 잠시 갔다와야 될 데가 있다."

 "언제는 삼촌한테 왕성 고칠 생각이나 한다고 그랬으면ㅅ"


 다행히도 룬-아타르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광속의 1460배는 되는 속도로 공중으로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왕성은 완전히 붕괴했다.


 룬-아타르가 분노로 가득 찬 채로 향한 곳은 지구였다. 마검을 손에 넣고 엄청난 힘을 얻었으니 오성전자 직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인들에게 복수를 한 뒤에 그 행성을 정복해서 위대한 알파 센타우리 은하제국의 첫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눈 깜짝할 새 그는 지구에 도착했다. 


그 순간 마검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사라지는 거야..!"


 "나는 원래 일주일이 지나면 사용자의 손을 떠나 가장 간절한 소원이 들리는 다른 사람의 앞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 끝없는 전쟁과 혼돈과 파멸을 불러오는 거지..킄킄킄."


 "아니 그런건 상관없고, 너를 얻은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왜 사라지는 거지?"


 "상대성 이론 때문이다. 네가 광속의 1460배로 심우주를 여행할 때 네가 느끼는 시간과 외부세계에 흘러가는 시간에 차이가 생겼다. 그러니까 이미 일주일은 지난 것이다."


 "아 안돼...! 돌아와 마검쨩!! 너 없이는 난 여기서 돌아갈 수 없다고..!!!"


 "그건 내 알바가 아니다."


 마검이 씨익 웃었다. 얼굴이 없는데 어떻게 씨익 웃을 수 있는 걸까. 그건 마검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렇게 마검은 존재하지 않는 웃음만을 남긴 채 사라졌고, 왕이 돌아오지 않아 깊은 혼란에 빠진 알파 센타우리 왕국은 머지 않아 쳐들어온 외부세력에 의해 멸망했으며 마검을 잃어버린 룬-아타르는 외계인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게 되었다 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