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2020년이냐고요?"
시즈오카가 내 질문을 되받아쳤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목소리를 한 층 낮췄다.
"미래에서는 2020년 후반기에서 2021년 상반기를 재앙의 해라고 부릅니다. 방금 난 지진 기억하십니까?"
"네, 다롄에서 지진이 났다면서요."
"맞습니다. 그 지진만 해도 엄청난 인명피해를 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롄 대지진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이 11월 1일이니까... 앞으로 이틀 정도밖에 안 남았군요."
시즈오카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그걸 보는 내 마음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무슨... 일인데요?"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이틀 뒤 1시 7분에, 백두산이 폭발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중국에서 지진이 나고 1달도 안됐는데 이번에는 화산폭발이라니. 내 머릿속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감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즈오카가 말을 이었다.
"혹시 천년분화라고, 기억하십니까?"
천년분화.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뉴스에서 한 번 본 것 같은 기억은 들었다.
"어... 잘 모르겠지만 알긴 압니다."
"그러면 제가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시즈오카의 말에 따르면, 약 천년 전인 946년 11월 2일 저녁 무렵에 백두산이 폭발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규모는 유사 이래 가장 컸고, 화산재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일본까지 날아가 두껍게 쌓일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 달에 탄루단층에 대지진이 나면서 백두산의 마그마방이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이틀 뒤에 이런 폭발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얼마나 죽는데요?"
내가 초조하게 물었다.
"지진, 용암, 화산재, 이산화탄소 등등이 겹쳐서 피해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주요 피해지가 북한이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수십만명이 사망한 것은 확실합니다."
시즈오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화산재는 천 년 전처럼 편서풍을 타고 일본까지 날아갈 겁니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공항 대부분이 결항되고 동아시아의 기온은 2°C나 떨어집니다."
"그러면... 그거면 재앙이 끝나나요?"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시즈오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닙니다. 그 뒤로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나머지는 시간관계상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나중에 설명해준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혼란의 시간은 이제 끝이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시즈오카가 그의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시즈오카는 발걸음을 옮겨 한혜림 씨를 깨우러 갔다.
"한혜림 선배님, 재난구조랑 3D프린팅 하시느라 힘드신 건 이해합니다만, 지금 빨리 가봐야합니다."
한혜림 씨가 부스스 일어나며 눈을 비볐다. 그리고 기지개를 피면서 물었다.
"얼마나 남았더라?"
"이틀도 안 남았습니다. 빨리 가야합니다."
한혜림 씨를 깨우는 걸 옆에서 보던 미야자키 씨가 CD를 빼고 노트북을 덮어 가방에 집어넣었다. 한혜림 씨는 비몽사몽하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시즈오카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하현수 씨도 준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제가 왜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않은 것 같아서입니다. 괜찮습니까?"
"저야 상관 없긴 한... 아, 아니구나. 비자는요? 대학교는요? 괜찮은 거에요?"
시즈오카가 흩어진 짐들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비자는 이미 발급했고, 대사관이랑 학교에도 이미 연락해놨으니 짐 챙겨서 가기만 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저희는 지금 압록강으로 갈 겁니다."
시즈오카가 왼손에 쥔 자동차 열쇠를 보여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