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시간이다. 중학생이 된 후로 잠이 많이 부족해져서, 밥을 먹으면서도 졸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 정도로 힘들진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눈꺼풀은 무거우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깜

빡였다. 누군가가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그 이유는 전혀 짐작이 안 갔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내

가 이제는 스스로 조는 지 안 조는 지 모를 정도로 지쳤는 지 믿기지가 않았다. 아버지가 물어온다.

 "어제 몇 시에 잔 거야?"

 "응... 한... 새벽 3시? 그쯤?"

 아니. 실은 새벽 3시에 불을 끄고 누워서 새벽 4시, 아마도 4시 반까지 계속 놀았던 것이다. 새벽에

노는 습관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언제나 같은 시간에 똑같이 자포자기해버린다.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했을 때 내가 어떤 말을 들을 지, 그리고 밤마다 어떤 제약이 가해질 지, 짐작해보면 더더욱 말을 꺼

내기가 힘들어졌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부모님이 내게 어떤 말을 할까, 그리고 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틀린 건 아는데 왜 내가 고치지 못하는 걸까, ...

 

 문득 식사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어느새 반찬은 하나도 없이 그저 맨 밥만을 입에 우겨넣고 있었다.

집밥이 맛이 없다기 보다는, 생각에 잠길 때나 졸릴 때, 내가 자주 그랬다. 아버지는, 사실 누구라도 그렇

겠지만 그런 짓을 답답해하셨다. 맨 밥만 잔뜩 입에 있어서 그런지, 입 안에 있던 물기가 싹싹 사라졌다.

그 상태에서 어떻게든 씹고, 또 씹어서 겨우겨우 꿀떡 넘긴다. 아, 실수해서 그만 헛구역질이 나와버렸다.

 

 "으휴, 반찬을 집으라니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아냐"

 대화는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렸을 때 아무런 지장 없이 부모님과 말을 나눴던 게

부끄러워지고, 또, 부모님과 나와의 공통 분모가 별로 없으리라는 선입견이 들고, 그러는 것 같다. TV 뉴스에는

별로 흥미를 끌 만한 소재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있다면, 항상 다 먹기 직전에 나오는 날씨 예보 정도일까.

하지만 오늘은 오늘 날씨나 주간 날씨도, 강수량도, 모두 평년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니 정말 벙어리가 되는 느낌

도 약간 들었다. 어느새 밥을 다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응"

 

 그릇을 정리하고, 갈아입을 속옷을 챙기고 가볍게 씻었다. 예전에는 자기관리에 소홀했어서, 기본 중의 기본

이라 할 만한 양치나 세수조차 대충 했다. 물론 들킬 때마다 따끔하게 몇 마디씩 들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일단 세수, 양치, 그 다음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수건으로 말리고, 버스에 맞추기 위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시계를 보니 7시 16분이다. 평소보다 3~4분 가량 늦었다. 아마 밥 먹다가 졸은 게 이유같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어어"

 

 버스를 타러 간다. 가면서 나는 내 몸이 잠이 부족하면 얼마나 극단적으로 잠에 빠지려고 하는 지 회상했다.

 

 -작년에 있었던 일이다. 작년엔 내가 지금보다 훨씬 잠에 약했고, 그래서 그런지 같은 수면 시간이어도 더 격하게

 몸이 반응하곤 했다. 어느 날 나는 새벽 5시에 자서, 6시에 아침을 먹으라고 깨워졌다. 분명히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내 정신은 또렷했다. 다만 몸은 잠에 취해서 좀 비틀거리긴 했다. 그때 아마 한달, 정도는 비틀거렸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아니라 생각했었다. 눈을 뜨기 힘들어서 그냥 눈을 감고 걸어가기로 맘 먹었다. 그렇게 두어 걸음

 을 떼자, 나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버지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두 걸음 끝에 혼절인지 기절인지 해서

 바닥에 쓰러졌던 것이다.-

 

 -그밖에도, 학교로 걸어가는 날에는 걸어가다가 졸고, 또 자전거를 타서 가는 날에는 졸음운전을 하기도 했다. 졸음운전을

 했던 날엔 정말 사고가 날 뻔해서, 약간 트라우마로 남아서 자전거를 타기가 지금도 꺼리는 감이 있다.-

 버스 정류장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도착하니 내가 탈 버스는 방금 지나가서, 앞으로 7~8분 가량

더 기다려야 오는 것 같았다. 그럴때면 참았던 졸음이 오고, 정류장 의자에 앉기라도 하면 바로 잠이 밀려온다.

오늘은 의자에 빈 자리가 꽤 있었다. 아무래도 계속 서있는 게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앉았다. 눈이 감긴다.

 

 

 옆 사람이 일어나는 느낌이 있었다. 곧바로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아, 다행히 버스가 올 때까지 3분

정도는 남은 것 같다. 아무런 의도도 없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다시 시계를 봤다. 나는 믿지 못했다. 시계가 8시를 가리켰다. 8시 등교이니까, 지금 바로 버스를 탄다해도,

거의 무단 지각이 확정인 상황이다. 내가 왜 다시 잠에 빠진 걸까. 그런데, 뻔히 교복을 입고 있는데, 사람이 적은

정류장도 아닌데 왜 내가 자고 있는 지 신경을 안 쓴 거지? 아무런 의미 없는 짜증을 주변 사람에게 품고서, 가장

빨리 학교로 갈 수 있는 버스가 언제 오는 지 찾았다. 다급히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조급해졌다. 반 애들에게 연락을 해본다. 평소 지각하는 애들도 많았다. 내게 지장이 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무단 지각이 언제부턴지 묻는다. 8시 20분 부터란다. 조금 마음이 놓였다. 무단 지각이 아니라면, 내게 불이익은

기껏해야 청소당번, 또는 학교에서 매기는 벌점, 그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향해서 화가 치솟았다.

대체 왜 이딴 상황에 빠진 거지?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각하기를 굉장히 꺼렸다. 이유를 알 순 없었다. 그리고

지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약간의 자부심도 가졌다. 아마도 올해 들어 처음 지각이다. 스스로가 혐오스럽다.

 

 아니, 처음으로 하는 지각이니까 선생님도 봐주실 거야, 게다가 무단도 아니고, 반 애들은 네게 큰 관심을 보이지도,

또 왜 지각했는지 파헤치려고도 안 할 건데, 그런데도 그렇게 스스로가 혐오스럽다고 느껴지는 거야? 애초에, 지각을

한 것부터 내 잘못이고, 이렇다 할 사정도 없고, 남이 봐준다 안 봐준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 부모님이나 애들,

선생님도 나를 이해 못 할 거야, 지금까지 이해한 친구가 없었는 걸. 

 

 

 

 

 역시 생각했던 대로, 담임 선생님, 반 친구들 다 내가 왜 지각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에서

일어난 소요가 남아있었다. 아니, 잠잠해졌다. 첫 교시 수업이 시작하고, 선생님의 수업을 보면 어째선지 모든 생각이

 

 

 

 

 팔락팔락, 얇은 종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깨어나 가쁘게 숨을 들이쉬니, 앞자리 애가 학습지를 들이민다.

건네받아서 뒷자리에게 넘긴다. 아, 내 바로 뒷자리에는 앉은 애가 없어서 일어서서 그 뒤에게 전해줘야했다. 자리로

돌아오는 새에 확인하니, 어느새 3교시가 되었다. 그건 내게 별 감상을 남기지 않았다. 그냥, 지금은 자도 되는 선생님

시간이고, 수업, 자도 따라가는데 지장이 없고, 그러니까 자도 되는 거니까, 자기 위해 엎드린다. 팔이 뭉치거나, 숨쉬

기가 불편해서 잠깐 들썩이다가, 

 

 

 

 "수현아, 밥 먹으러 가자"

 "밥 먹자!!"

 

 "너 오늘 안 먹어?"

 

 

 

 아, 점심시간인가 보다. 수요일에는 보통 맛있는 게 나오는데, 다른 날에는 반대급부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오늘 급식 어떠냐 하니, 그냥 평범하게 나오는 날인 것 같았다. 너 어젠 몇 시에 잤냐, 친구 중 하나가 물어봤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계속 자는 거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솔직하게 4시, 좀 넘어서라 한다.

애들이 살짝 놀라고, 평범하게 받아줬다. 뭐하다 그때까지 잤냐, 같은 질문을 할 때도 있는데, 그냥 놀다가, 라고 하면

역시 똑같이 넘어간다. 소소하게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점심이 맘에 들지 않아서,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5교시는 그나마 들을 만한 수업인 거 같다. 그래서 듣다가,

선생님의 맨날 졸다가 이번엔 수업 듣냐는 타박에 능청스레 대답한다. 

 

 "수현이 너는 수업 안 듣다가 웬일이냐?"

 

 "아유, 뭐, 그동안은 좀, 깜빡 졸았긴 했죠?"

 

 졸음이 좀 가셔서 그런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잠깐 선생님과도 농담을 나누면서, 그러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났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아침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려본다. 혐오감이나 자괴감같은 것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런

격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도 자다가 상상해낸 꿈만 같았다. 휴대폰에 집중하자 잡 생각이 사라진다.

 

 여느때와 같이 걷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집에 도착했다. 교복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앉았다. 다시 졸음이 왔다. 이번엔 알람을

맞추고 잤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다시 휴대폰에 집중했다. 학원으로 갈 시간이 되서, 학원에 갔다. 집에 다시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 음료를 사서 끼니를 때웠다. 어느새 새벽 3시다. 이때쯤엔 언제 부모님이 방에 들이닥칠지

알기 어렵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그냥 자기로 했다.

 

 

 

 

 

 

 누워있으니, 오늘은 왠지 뭔가 허전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뜬금없이 지각을 하고, 평범하게 학교에 있다가, 학원 갔다,

집에 와서, 지금까지 뭘 안 했더라? 아, 오늘은 성욕 해소를 안 했구나. 순간 정신이 맑아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서 일

어나서, 휴대폰을 집어들고, 아, 밝기가 너무 강하니까 밝기를 조금 낮췄다. 야한 웹툰, 썰, 동영상, 등등을 보면서 난 어째선지

그런 것에 서서히 질리기 시작하는 스스로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취향에 부합하는 것은 너무 클리셰적이고, 기본적으로

자료의 양이라는 측면에서 현저히 부족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짓고 자려면, 내 머리를 쓰는 것이다.

 

 먼저 인물, 배경, 이번엔 학원 같은 반 애들로 해볼까.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뭘 하는 지이다. 정신없이 생각을 이어나가고, 또

이어나가다 보니 끝났다. 침대에 눕기 전에, 휴대폰에 찍힌 시간은 4시 반이다. 내일에도 나는 또 졸고, 또 추궁을 받을 것이다.

그땐 내가 사실대로 말을... 아니, 내가 누웠던 시각은 3시니까 내일도 난 3시라고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어이없는 합리화긴 해도,

그게 나한텐 고쳐지지 않는 일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