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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때까지 죽기 위해 수차례 노력하면서 느꼈던 점은 죽어버리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바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깨달은 것은 죽어버리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살고자 하는 욕구가 죽음의 욕구보다 더 강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 질질 짜면서 집을 나와 바위 절벽으로 향했습니다. 밤하늘을 보지 않기 위해 바닥에 고개를 푹 떨구면서 걸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몇 분 뒤엔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요.

 

바위 절벽은 높았고 밑에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회색빛깔의 나무들로 가득했습니다. 나무들이 날 살려주면 어쩌나 싶었지만 충분히 높았기에 나무에 부딪힌다 해도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이 분명했습니다. 나는 절벽에 서서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죽고 싶었습니다..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이 느껴졌고 시원했습니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눈물이 흘렀습니다.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는 도중에 누군가 날 붙잡았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내 옷에 달린 모자가 절벽 한가운데 삐죽 튀어나온 굵은 나뭇가지에 걸린 것입니다. 나는 절벽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팔다리를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때 별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높았던 절벽의 한가운데에서요. 별빛은 보자 갑자기 천사의 얼굴이 떠올랐고 눈물이 미친 듯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온갖 후회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내가 죽으려고 한 것인가? 내가 삶을 끝내려고 한 것인가? 맙소사 정말 끔찍하다. 내가 죽으려 했다니. 내가 저 아래로 떨어지려 했다니. 신이시여. 지금 지켜보고 있다면 제발 나를 살려주세요. 부탁입니다. 별빛이 너무 아름다워요. 제발! 저는 살고 싶습니다. 제발 부탁드려요. 이곳에서 보는 밤하늘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천사도 보고 싶어요. 저를 구해주셔서 천사의 얼굴을 한번만 더 보게 해주신다면 앞으론 절대 이런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천사를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요. 그렇게 아름다운 천사를 남기고 죽으려 했다니 제발 나를 용서해주시고 도와주세요.

 

잠시 뒤 나를 붙잡고 있던 굵은 나뭇가지가 퍽 하면서 부러졌고 난 숲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는 순간엔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차갑고 촉촉한 흙바닥에 누워 있더군요.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는지 쓰라려 왔지만 일어설 순 있었습니다. 내 주위엔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나뭇가지들이 날 살린 거죠.

 

다리를 절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금은 물 한잔 마시고 창가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늘을 보면서요. 마음속이 너무 복잡합니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글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요 며칠 동안 쓴 것을 처음부터 읽어봤는데 내 글 솜씨는 너무 형편없는 것 같습니다. 그림이나 마저 그려야겠습니다.

 

다신 죽으려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그냥 살 거야. 사는 것도 힘들지만 죽는 건 더 힘들어. 그냥 살 거야. 이제 죽으려고 시도하는 것도 지긋지긋해.

 

별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별빛을 보고 있으면 천사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천사를 다시 봤으면 좋겠다. 부탁이에요 천사. 저에게 얼굴 한번만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