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북한 쪽은 어떻게 됐습니까?"
한혜림 씨가 손목시계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최은준 씨의 성과에 따라 일의 양이 좌지우지된다는 걸 알기에 목소리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미야자키 씨도 속도가 느려지면서 전화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시즈오카 씨도 운전 속력을 낮추고 옆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했다.
최은준 씨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
"성공입니다! 위원장님 설득에 성공하였습니다! 조선인민군을 동원해서 홍수날 곳 주변 주민들을 대피시키기로 했고, 주민들을 지진으로 붕괴될 건물들에서 대피시키기 위해 평지로 동원령을 내리기로 하였습니다!"
최은준 씨가 흥분한 톤으로 말했다. 억양이 약간 북한 사투리의 느낌이 있었으나 언어는 표준어였다.
한혜림 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즈오카와 미야자키도 따라서 한숨을 쉬더니 다시 자기 일로 되돌아갔다.
한혜림 씨와 최은준 씨는 그 이후로도 서로 상황보고를 했다. 상황이 얼추 정리되었는지 한혜림 씨가 전화을 끊었다.
 
한혜림 씨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방금 들었지? 북한 쪽은 해결됐다는거."
"네, 들었습니다."
"이거 김정은 위원장이 잘 결정한거야. 그거 알아? 이거 안 들어줬으면 북한 망하는 거."
"네?"
이건 또 뭔 소리야.
"백두산이 분화할 때 규모 7.0 지진이 일어나는데, 원래 역사에서는 북한 대부분의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사람들 아주 많이 죽었어. 심지어 조선로동당 청사까지 무너져서 김정은도 죽는다니까. 그래서 애써 만든 평화무드가 혼란에 빠지게 되거든."
한혜림 씨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북한 쪽 건물이 구식인 거는 나도 아는 바이다.
"그래도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주셨으니 다행이지.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중국 쪽만 커버해주면 돼."
"근데 압록강 전체가 지금 이 4명만으로 된다고요? 안 될 것 같은데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건 맞아. 그래서, 안타깝지만 우리는 압록강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어."
한혜림 씨의 표정이 굳어졌고, 목소리 톤은 낮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도시 2개만 골라서 작전을 실행해야 돼. 다른 도시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혜림 씨가 손목시계를 조작하더니 지도가 홀로그램으로 띄워졌다. 한혜림 씨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이니 지도가 확대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시나리오를 짜왔었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시진핑 주석 설득에 성공할 경우, 네가 도망칠 경우..."
갑자기 마음이 찔렸다. 사실 전부 무시하고 떠나고 싶긴 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동참했던 것이다.
"아무튼간에, 지금 우리가 갈 곳은 '린장 시'랑 '창바이 조선족 자치현'이야. 우리끼리 회의한 결과, 너는 시즈오카랑 백두산에서 더 멀리 있는 '린장 시'로 가기로 했어. 아무래도 거기가 조금이라도 더 괜찮을테니까."
 
한혜림 씨가 손목시계에서 지도 홀로그램을 끄고 제자리에 다시 반듯이 앉았다.
임무 지역을 받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긴장되었다. 이 분들은 이 긴장감을 어떻게 이겨내는 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리와인더 스티커를 붙인 밴이 201번 국도에서 도로를 바꿔 곧 303번 소도로 진입했다. 구글 지도로 이 곳에서 린장 시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검색해보았다. 약 60km가 남았었다. 시계 어플은 11월 2일 오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백두산 분화까지 앞으로 하루하고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리와인더라는 건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러면 이번 자연재해가 끝나면 다시 미래로 돌아가시는거에요?
내가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꺼놓고 심심해서 물었다. 한혜림 씨가 대답했다.
"아니, 우리는 미래로 다시 못 돌아가."
"그러면 어떻게 해요?"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그냥 여기서 사는 거지. 그리고, 우리의 임무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있는 게 아니고 더 큰 의미가 있어."
앞부분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잠시 뜸을 들이더니 뒷부분의 말은 단호하게 내뱉었다.
"기계의 반란. 나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한혜림 씨가 말을 자르며 다시 원래 자세로 되돌아갔다. 나는 시간도 시간이겠다 해서 그냥 잠을 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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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 나온 길치 설정은 설정충돌로 인해 수정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전개가 약간 처지는 것 같네요. 아직 본격적인 스토리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5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