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계정은 전화번호가 없어도 생성할 수 있다는 구문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아니어서 해당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참고로 그 문장에서 미야자키 씨의 이름도 잘못 쓰여져있었다는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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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주십시오. 아침입니다."
시즈오카가 밴에서 고이 잠든 나를 깨우며 말했다.
 
눈을 뜨고 자동차의 밖을 둘러보니 이미 하늘이 밝아져있었다. 나는 밴을 나와서 개운하게 기지개를 펴고 시계를 보았다. 오전 9시 30분. 긴급상황 치고는 늦게 깨운 셈이었다.
 
밴은 도심가 속 숙박시설의 주차장에 세워져있었다. 주차장 주변의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매일같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이곳에 닥칠 미래는 전혀 알 지 못한 채 평범한 매일처럼.
 
나와 같이 밴을 타고 온 3명이 벌써 숙소로 짐을 옮기고 있었다. 밴 뒤에 있는 짐들 중 절반이 벌써 빠진 상태였다.
 
"나머지는 다 옮겼으니까 넌 그냥 이것만 들고가면 돼."
미야자키 씨였다. 미야자키 씨가 나에게 작은 가방 하나를 건넸다. 첩보영화에 나오는 가방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미야자키 씨의 다른 한 손에는 천막이 접혀진 상태로 들려있었다. 미야자키 씨가 건네준 가방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거웠다. 뭐가 많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야자키 씨가 나를 숙소로 안내해주었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나가자 미야자키가 벨을 눌렀다. 그러자 시즈오카 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방 안에서는 기계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기계소리가 나는 곳은 텔레비전 앞에 놓여있는 책상이었다. 책상 위에 기계가 놓여있었는데, 3D프린터였다. 3D프린터에서는 뭔가가 계속 프린팅되고 있었다. 내 공대생 기질이 발동해 흥미를 느껴 계속 쳐다보았다. 내부는 아주 정교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시간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기 직전에 한혜림 씨가 말을 걸었다.
"신기하지?"
"네. 아주 신기해요. 지금까지 봤던 3D프린터 중 가장 섬세하고 첨예해요."
"그거 나노로봇을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섬세해야지."
나노로봇이라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하긴 내일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인데 물량이 많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심지어 지역이 2개나 되고.
 
3D프린터의 프린팅이 끝나자 한혜림 씨가 결과물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나노로봇은 물이 가득 찬 작은 캡슐 안에 들어있었다. 한혜림 씨가 옆에서 뭔가를 집더니 캡슐 하나를 터뜨려 나노로봇이 담긴 물이 떨어지게 했다. 얼마 뒤, 한혜림 씨가 '합격'이라고 말하며 3D 프린터를 다시 가동시켰다. 성능검사인 것 같았다.
 
"그래서, 작업은 언제 시작해요?"
내가 물었다. 미래에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데 가만히 쉬고만 있기는 싫었다.
"당신과 저는 내일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됩니다. 저희들은 내일 오전 11시에 일어나도 시간은 넉넉합니다."
시즈오카가 대답했다.
"그러면 이분들은요?"
"아, 이분들은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8시에 일어나서 장백 조선족 자치현으로 가실 겁니다."
"저는 이제 뭐하면 되요?"
"그냥 가만히 있다가 내일 재난구조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지진 피해자만 수송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이제 당신이 수송해주신 분들을 치료할 겁니다. 이 나노로봇으로 말이죠."
시즈오카 씨가 3D프린터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모아놓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셔서 오후 1시까지 도심지 가운데에 있는 작은 광장까지 이 짐들을 옮길 겁니다. 그러면 1시 7분에 백두산이 분화할 건데, 그 순간 여기 준비해놓은 의료봉사 천막을 펼치고 구호작업을 실시할 겁니다."
시즈오카 씨가  미야자키 씨가 천막을 내려놓은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천막이 너다섯개 정도 쌓여있었다.
 
계획을 다 듣고 난 후, 시즈오카 씨가 나를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내 무릎 정도 높이의 로봇들이 몇 개가 있었는데, 전부 재난구조용 로봇이라고 했다. 잔해들을 들어주는 로봇, 사람을 찾아주는 로봇, 사람을 수송하는 로봇 등이 있었다. 시즈오카 씨가 나에게 열심히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오후 4시 20분쯤 되니 세 가지 로봇의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게 되었다. 사용법이 생각보다 간단했기도 하고 내가 공돌이 출신이기도 해서 더 빨리 익혔다. 시즈오카 씨가 후에 말하길, 내가 배우는 동안 눈이 하도 초롱초롱해서 '분해하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시즈오카 씨나 미야자키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가지 사실들을 더 알게 되었다. 첫번째로, 리와인더는 유튜브 계정이 있었다. 미야자키 씨가 보여준 건데 다롄 지진이랑 백두산 폭발에 대한 예언글을 남겨놨다고 한다. 계정 설명란에는 '미래에서 온 소수정예 구호단'이라고 적혀있었다. 미야자키 씨의 말로는 구글 계정을 가입할 때 전화번호는 대충 아무거나 하나 해킹했다고 한다.
 
또, 시즈오카는 한국어 예삿말을 대충 배웠다고 한다. 중국어를 배울 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려서 한국어 예삿말은 대충 넘기고 왔다고 한다. 어쩐지 지금까지 연하인 나한테 존댓말만 하더라 했는데 이런 이유였던 것이다.
 
그리고 미야자키 씨가 2050년대에 창립된 ICH(International Community of Hackers, 해커를 위한 국제모임) 출신이었다고도 했다. ICH는 세계 최고의 해커들 사이에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고, 주로 보안취약점을 찾아주거나 백신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며, 미야자키 씨는 거기서 2위하는 분이셨다고 한다. 1위랑 3위도 리와린더에 포섭되었다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외에도 2020년대 후반에 LG, SK, 네이버, 카이스트, 서울대가 연합해서 기술공동연구를 위한 연합을 만들었다거나 일본의 수도가 교토로 옮겨졌다거나 내가 들고 온 가방에 전자석이랑 껌 비슷한게 들어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주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추측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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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저녁을 먹기 전에 강가에 나가보자는 한혜림 씨의 제안에 우리 넷 모두 동의해서 강가에 나가보기로 했다. 어제 미야자키 씨가 공안부의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하는데 그게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자는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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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스토리 짜기 되게 어렵군요. 아직 본격적 스토리는 시작도 안했는데 설정 짜느라 고통받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 진행속도라면 20화는 훌쩍 넘어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