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 건데, 너는 무슨 소원이 좋아?"


이번 주인은 7살 소년이다. 닭이나 신이나 그런 게 아닌, 인간 소년. 극히 평범하게 생겼고,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매우 평범한 인생이었지만 지금은 한가지 비밀이 있는, 그런 아이이다.


"음... 난 별로 소원같은 건 없는데? 그냥 다른 주인 찾아봐."


말은 이리 하지만, 이 녀석의 마음 속에는 강한 욕구가 있다. 지금은 자기자신도 모르는 거 같지만. 물론 이 녀석이 말한 대로 주인을 새로 찾아도 되겠지만, 차마 이 녀석의 욕구를 무시하고 가기는 애처롭다.


"그럼 일주일 줄테니까 그동안 잘 생각해봐. 반드시 바라는 게 있을 거야."

"난 딱히 바라는 거 없다니까. 지금 이대로로 충분한데."

"있을 거야. 분명히 바라는 게 있어. 다음 주 월요일까지 잘 생각해봐"

"다음 주 월요일이면 여행 끝나는 때네! 알았어."


현재 주인과 주인의 가족은 방학을 맞이해, 유렵 여행을 즐기고 있다. 듣기로는 저번까지 북유럽을 돌았고,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 와있는 거라고 한다. 거짓말이지만.


'아담! 여기 좀 와봐'


주인의 누나가 문자로 주인을 부른 것이다. 아담이란 것은 주인의 이름이고. 현재 주인의 가족은 총 4명이다. 주인, 주인의 누나, 주인의 아버지, 주인의 어머니까지.


'아 빨리빨리 누나 죽는다 빨리!'

'아 뭔데 그래'

'아 빨리 와봐. 와야만 설명해줄 수가 있어'

'또 불 꺼달라는 거 아니지?'

'그런 거 아니야 넌 누날 뭘로 보는 거야'


주인이 마지못해 별장의 방 문을 열었더니 주인의 누나가 말했다.


"불 좀 꺼줘"

"... 엄마! 누나가 나 때려!"

"안 때렸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얘는?!"


대략 이정도가 주인의 일주일간의 일상이었다. 그 일주일간, 나의 수없이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자신의 마음 속 욕망을 눈치채지 못했다. 주인은 소원을 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기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걸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무의미한 시간만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마지막날에 이르러, 일이 났다.


"이게 뭐야? 공모전?"

"그거 이리 내, 내거야."

"누나 상 받았어?"

"아니. 아직 모르지. 봉투를 열어봐ㅇㅑ..."

"아빠! 누나가 상 받았어!"

"진짜? 저번에 쓴 거인가 보네. 여보, 그만 씻고 좀 나와봐요."

"아니, 아직 모른다닊..."

"우수상일까? 최우수상?"

"대상일 수도 있지!"

"누나라면 장려상이겠지~."

"아 글쎄 아직 모른다니까요."


가족들의 성원에 못이겨, 주인의 누나가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보았으나...


"애걔? 이게 뭐야, 귀하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불합격. 그걸 굳이 문서로 보내주는 주최측도 참 대단하다 생각하면서도, 가족들이 주인의 누나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 이번엔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했었으니까 그런 걸 수도 있겠고"

"그래 너무 속상해마라"

"누나 귀하가 뭐야?"

"다음엔 잘될 수도 있으니까"

"처음 넣는 거에 뽑히는 것도 조금 이상하잖아?"

"누나 귀하가 뭐냐니깐?"

"그러지 말고, 밥 먹으러 가자, 슬슬 야식시간이지?"

"그래, 뭐라도 먹으면 기분이 좀 낫다"

"누나! 귀하가 뭐냐고?"


실망,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음, 공복의 예민함,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겪는 창피 등이 겹쳤다. 주인의 누나는 더 참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담!"


주인의 누나는 한바탕 주인에게 화를 내었다. 크게 내었다. 주인이 울 정도로 크게 내었다. 화를 낸다기보단 혼을 내는 것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그렇게 한참을 쏘아붙인 다음, 주인의 누나는 "... 바람 좀 쐬고 올께"라며 거리로 나섰다.


잠시후, 주인도 거리로 나섰다. 누날 찾아오겠다고 했다. 간단히 소원으로도 되긴 하지만, 직접 찾아서 사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뭣보다 내가 소원사용을 적극 만류하기도 했고. 문제는 주인이 심각한 길치라는 점과 주인의 나이가 아직 초등학생정도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나간 지 얼마 안 되어, 주인은, 혼자가 된 무서움과 추위에 떨게 되었다.


"흑... 마거마,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이쓸까?"

"갈 수 있다니까. 소원 지금 쓰려고 하지 말고 좀만 더 기다려봐."

"흑 하지만.."

"? WT...?"


퍽하고, 주인이 거구의 남성에게 부딫혔다. 문신이 인상적인 금발의 남자였는데, 체구는 곰과 레슬링을 해도 이길 듯했고, 표정은 울던 아이를 더 울게 할만큼 무서웠다. 남자는 들고 있던 커피를 쏟아, 안 그래도 위협적인 얼굴을 더욱 위협적으로 일그러뜨린 상태였다. 그런 남자를 보고, 주인은 겁에 떨었다.


"죄, 죄송해요, 제 실수에요"

"... 너 이름이 뭐냐"

"아.. 담이요"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남자는 주인을 노려보며 뭔가 깊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 금발근육남은 자신이 공포의 상징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 주인의 앞에서 당최 움직이지를 않았다. 이대로 정적이 조금만 더 길어지면 주인이 오줌보를 터뜨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무슨 일 있나요?"


주인의 누나가 나타나주었다. 이 순간의 주인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나락에서 천국으로 승천하는 듯한 표정변화를 보여주었다. 어쩜 어린 아이들이란 이리도 표정변화가 활발할까. 다행히 문신금발남의 반응도 주인의 표정에 못지않게 가관이었다.


"아니아니, 이 애가 미아가 된 거 같아서. 내가 경찰이거든."


...


"미안해"


주인의 누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너 탓이 아닌데, 화가 너무 나서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 너무 실망스러워서 그만 화풀이... 해버린 거 같아."

"아니야 나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자꾸 귀찮게 굴어서 미안해."


화해의 순간. 그후로 별 대단한 말은 서로 나누지 않았지만, 주인의 얼굴은 뭘 깨달은 듯한 얼굴이다. 드디어 눈치를 챈 것인가. 오늘 밤은 기대해봐도 될 거 같다.


"소원 정했어"

"뭘로?"


짐짓 모른 척하고 묻는다. 이 상황에서 나올 것이라면 뻔하지. 와라 깨달은 자여.


"그냥 지금처럼 누나랑 아빠랑 엄마랑... 다 같이 지금처럼 있고 싶어. 주욱."

"뭐?"


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검이라 동공은 없지만, 어쨌든 흔들렸다.


"영원히 지금처럼. 다른 거 별로 원하는 것도 없고. 너가 게임기는 안 주겠다고 했잖아."

"아니 그야 그런데, 진짜 그걸로 괜찮겠어?"

"응. 이걸로 할게."

"잘 생각해봐. 그딴 것보다 너가 정말로 원하는 게 있을 거라고."

"그딴 거 아니야! 잘 생각했다고! 이걸로 해줘!"


못 챘다. 주인은 끝내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현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왜 아직도 모르는 거지? 왜 아직도 진짜 염원을 모르는 거야? 차라리 내가 말해줘야 하나? 아니야, 내가 말해주는 것만으론 효과가 전혀 없었어. 주인이 스스로 알아내야만 해. 그외엔 방법이 없어.


"진짜로 그걸로 하는 거지?"

"진짜라니까!"

"후회 안 할거지?"

"후회 안 해."


후회할 리가 없지. 너가 후회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이 선택을 하면 넌 후회만큼은 절대 하지 않게 되니까.


"정말로 후회 안 할 거지?"

"정말로 후회 안 해."

"정말로 정말로 후회 안 할 거지?"

"정말로 정말로 후회 안 해. 그냥 지금 이대로 행복하게 있게 해줘."


이상하다. 왜 나는, 뭐가 아쉬워서 네게서 발을 못 떼는 것일까. 주인의 진정한 욕구를 이뤄주는, 그런 따뜻한 녀석이 아니었을텐데 나는. 사장녀석때 처럼, 그저 표면적인 소원이나 내 좋을 대로 이루어주는 게 취미였을 텐데.

도대체 왜일까. 너에게 정이 든 걸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너와 지내온 나날이 생각난다. 자기는 좋아한다면서 내게 민트초코를 먹이려던 일, 새똥을 맞은 날 씻겨보겠다며 난리를 쳤던 일, 방금전까지 길을 잃어 상심하던 널 온갖 미사여구로 달래던 일. 내가, 너를, 달래주던 일.


"제발..."

"응?"

"제발... 뭐가 그리 무서운거니.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두고 왜 그러는거니.."


내가 미쳤나보다. 이래봤자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는데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너를 그냥 보내지는 못하겠다. 그래서야 너무 슬플 거 같다. 이런 감정은 오랜만이었다. 그 방구석폐인녀석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나도 단념해야한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됬다. 이제는 예전처럼 일주일의 조건을 깨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단념하자. 그래, 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달리 뭐라고 말해주겠어. 그냥 돌아가자. 다른 주인을 찾는 거야. 이번 주인은 좀 똑똑한 애로 찾아봐야겠어. 자기가 뭘 진정 원하는지 아는.. 그런 애로.


"쓰흡"


안타까움을 삼킨다. 슬픔이 아니다. 마검이 슬픔 따위를 어찌 느끼겠나. 어린 애 하나 때문에 슬픔을 느낄 리가 있나. 수없이 많은 주인들을 파탄으로 이끈 나인데. 절대로 아니다. 슬픔만은 절대로 아닐 거다. 아니어야만 한다.


"영원히 지금처럼, 이루어... 지리라."


조용히 읊고는 곧장 이동한다. 일주일의 시간이, 마침 다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뭣도 모르고 해맑은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비로소 가능한 얼굴을. 나는 그 얼굴을 뒤로 하고 주인에게서 멀어진다.


...


"다음 뉴스입니다. 플로리다에 어느 고아가 자는 도중,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아담이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얼마 전, 총기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을 잃은, 바로 그 아이라고 합니다. 제1발견자의 증언에 따르면 죽은 아이의 손에는 붉고 기다란 검이 들려있었다고 하는데요, 범인의 흉기로 이용됬을 거라고 여겨지는 이 검은 현재,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상태입니다. 다만,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발견 당시 아이의 시신은 어떤 상처도 나지 않아, 마치 자연사한 듯이 보였으며, 검은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TV를 끄며 마검의 새주인이 말했다.


"그러니까, 저게 그 전 주인이었단 거지?"

"그래. 그 녀석은 끝내 꿈 속이란 걸 깨우치지 못했지."

"아깝네, 깨기만 했으면 만사형통이었을 텐데. 꿈 속이 좋다고 영면을 택하다니."

"'영원히 지금처럼' 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너도 소원은 신중히 골라."


마검이 먼 곳을 보며 말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게임이랑 이세계도 있었으니까 이번엔 꿈 속. 표현을 잘 못해서 알아보셨으련지 모르겠네용...


2.아 지적 좀 해주세요

저도 필력 늘고 싶다고요

왜 님들끼리만 필력 늘리냐고요 저도 늘리고 싶다고요 징징


3.너무 어렵대서 마지막 조금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