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SG ~쉽게 쓰여진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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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푸른 옷을 입었던 산이
이제는 벌거숭이가 된 채 쫓겨난 거지가 되었다
이 산은 무슨 죄를 지었나


산의 입에는 치아가 뽑힌 구멍과
한 모금의 침도 없어 말라버린 혓바닥
그리고
날개죽지 떨어진 나비가 날아와
바람을 타고 입으로 걸어 올라간다


나는 왜 이리 시린가
떨어진 날개죽지 때문인가
아니면 그저 바라만 보았기 때문인가
나는 무슨 죄를 지었나


그 때 나는 메마른 살색 땅에서
자그마하게 올라온
한 줌의 초록 빛을 보았다


나는 돌연듯 그 위로 날아가
가만히 날개로 덮어주었다
세찬 죄의 비가 오더라도
 이 애깃니가 다치기 않기를


아멘 


-ㄴㅁㅇㄹ ~청산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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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우리 곁을 떠난 이여.
지금쯤 평안한 곳에 도착했기를...

먼 훗날 이곳을 떠나 당신 곁으로 갈 우리가
헤매지 않고 나아가도록 지켜보소서.

당신이 곁에 있었을 때 무심했음을 용서하오.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금년 초에 조부상이 있었습니다

다들 잠든 장례식장에서 혼자 깨어 이 편지를 썼어요

발인이 끝나고 납골당에 봉안할 때

몰래 납골함 안에 편지도 함께 넣어두었습니다


아쉽게도 이제는 서로 다른 세상으로 떨어지게 되어서

많은 말을 할 수는 없게 되어 이 짤막한 시 한 편으로 대신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 줄로 믿습니다


-식인종 ~부모님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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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새싹 피어나는 봄 바람 불어오니

분홍 벚꽃 눈처럼 하늘에서 떨어진다.

봄 햇볕, 분홍 눈 아래 벚꽃 향기 느낀다.


무덥고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 햇볕

매미 노래 들리는 시내로 뛰어든다.

무더위, 뜨거운 여름 차갑게 이겨낸다.


더운 여름 지나가고 시원한 가을 바람

물감 칠한 길거리 따라서 걸어간다.

바스락, 단풍 밟는 소리 온 동네에 울린다.


시내 어는 추위 속에 겨울 눈 내려오니

마을은 하얀 카펫 깔아 두고 기다린다.

사르르, 나를 위한 듯 하얀 카펫 걸어간다.


-시트르산_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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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는 물이라는데

정작 사람은 고체라 물처럼 쉬이 흘러가지 못하네

생생히 느껴지지만 잡히지 않는 꿈처럼,

기억날 듯 하지만 곧 끊어지던 노래처럼

억세게 땅에 박히지만 이내 날아가는 민들레처럼 

날카롭지만 햇살만 비치면 녹는 겨울처럼,

그렇게 흘러가면 되는 것인데


떠나가는 그대여

나는 당신을 떠나기가 이렇게나 어렵소


-투지 ~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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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 심어두고

모른척 잊어두고

아닌척 묻어두고


어느새 그씨앗은

내맘속 정원에서

어여쁜 몽우리를

피워내 사라진다


아아아 꿈이어라

꿈이길 빌었지만

쓰라린 현실이니

사라진 몽우리를

어디에 묻어두오


-Chronostasis ~몽환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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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이 죽었다. 


활자로 애도하는 익명의 문상객들이 속속히 방문한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녹색 테두리에 박제된 고인의 과거를 읽는다. 자신의 친지인 것처럼 감정을 이입한다.


미안 혹은 안녕으로 운을 떼는 문자는 마치 가족을 잃은 듯, 서로는 슬픔을 경쟁하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슬픈 자신의 도덕적 우월함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카타르시스.


눈물 묻힌 채 코를 닦고서 관으로 버려지는 휴지조각들.


활자로 빚어낸 감정의 쓰레기통.


-ㅇㅇ (61.82) ~유명인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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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Филипп(필립)과 София(소피아)라는 이름으로

짓고 싶다고 했어요.

사라지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이름이라는 영원한 것에 담고 싶다고.

필립과 소피아를 합치면

Философия(필로소피아; 철학)이거든요

어차피 100년 뒤 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미래의 나처럼 굶어죽어 사라질 것 같아서요

저열한 물질주의 사회에서

돈이 안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지겠죠


건너편에 있던 예쁜 선배는 이마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반쯤 풀린 눈으로

라고 말했어요.


-Mordovia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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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는 

스멀스멀 기어오는 혼돈과 같으니

터억 숨이 막힌다.


-부탁 좀 하자 (121.190) ~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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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끼잉 꽝꽝

퀑퀑 꿔어어엉

삡삡 취이이익

따당따당 웅웅


-SGSG ~공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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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덩이의 환각을 보았소 감자같은 살덩이오

살덩이에서 척추가 길게 자라고 그 끝에 손가락이 자라났소

손가락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더니 그 살덩이를 덮었소

머리카락은 살덩이를 감싸다 피를 뿌리며 말랐소

피 속에서 작은 알갱이들이 굴러나오고 시간이 흐르자 알갱이 모퉁이에 손톱이 자랐소

손톱은 땅을 움켜잡으며 뿌리박았소 땅은 비명을 질렀소

그 작은 알갱이는 다시 살덩이가 되었소 살덩이는 또 척추가 자라고

살덩이가 땅을 채우자 땅은 피색이 되어 죽어버렸소 슬픈 일이오

머리카락 자란 손가락을 단 살덩이는 뿌리박았던 손톱을 뜯어냈소

살덩이들은 서로의 손톱을 움켜잡으며 뭉쳤소 마치 거대한 공처럼

공은 피를 빨이들이며 거대한 방울을 만들었소 마치 물이 담긴 풍선같은

방울은 살덩이들을 들어올리며 하늘로 날아갔소 어디론가로

그들이 도착한곳은 또 다른 땅이오 땅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소 


-쿠키스토리 ~환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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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살집이 뜯겨나가다

존재와 의의를 맞교환 하다

자신마저 산산조각 나다


위대한 쌍소멸을 이루어내다

모든 것을 특이점으로 되돌려내다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본질적 이데아를 매개하다

필연적 시간성을 지워내다

모든 것은 영원히 존재하리라


-뮮랾쇍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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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세렝게티 초원이 재현된다


너그러이 하늘로 손짓하는 빌딩 또한

언젠가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였을 것이다


경이로 가득 타오르는 태양의 일주운동을 따라

가로등은 매일같이 꽃피우고 진다


도시의 야경 속 빽빽하게 박힌 찬란한 보석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증거, 사랑이 존재한다는 증거


빼곡한 숲을 지나 마주한 또 다른 초록빛 세상은

그저 빛나지 않는 도시일 뿐이다


-뮮랾쇍 ~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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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도 없고

우표도 없고

받는 주소도 없는

이상한 편지


우체통에 넣지 않고

품속에만 고이 넣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답장 돌아오지 못 할 편지


볼펜이 토해내는 검은 눈물은

새하얀 편지지를 한 자 한 자

적셔나간다


설령


불에 타고

물에 젖고

흙에 썩고

바람에 날려


보낸 이의 이름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게 되더라도


남은 마음을 전부 털어

이 이상한 편지에

잘라내 오려붙인다


-kusakusa ~이상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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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뮮랾쇍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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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땐 강아지인줄 알았다
그 고양이
어딘가 아파 보였다

마을에 나타났을 땐
그저 하나의 길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길러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고양이는 좋은 대우를 받고 자랐다
검은 고양이는 좋은 계시라고
촌장도 좋아했다

마을에 오는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 일 없는 듯했다

어느날 마을에 작은 소동이 생겼다
아주 작은 소동이었다
단지 어떤 사람이 큰소리하던 것이었다
누군가가 짜증났는지 그 사람을 욕했다

싸움이 나고 주먹이 오갈줄 알았다
그러나 퍽하는 소리는 안나고
어디선가 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얼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갑자기 그 고양이가 그 사람의 얼굴을 찢었다
무슨 일인지 이해하기 전에
이미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맞고 있었다
그래 그 고양이는 사람 다친것에 관심이 없었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고양이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갔다
의견이 통합되지 않자 사람들은 싸웠다

근데 또 고양이의 발놀림이 날아왔고
어김없이 한 사람이 맞았다
그 사람은 이미 동네에서 질 나쁘다고
악명 높았고 옹호할 게 없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사람의 집으로 쳐들어가 마구 난리를 피웠다
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피가 튀는데도
촌장이 올때까지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후에 그 고양이는 무덤덤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다시 나타났고
지난번보다 더 심하게 아파보였다

그 고양이는 뇌에 종양이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을때는
그 고양이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마을의 주인 행세를 할 때였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듯이 모두 튀어나왔고
고양이와 고양이를 사랑한 사람들을 팼다
고양이가 더욱 시끄럽게 굴자
아예 일어나지 못하도록 뼈를 부숴뜨렸다

그 검은 고양이는 죄를 지었다
집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오줌을 갈기고
물건을 찢고 울어댔었다

그러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해자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욕했던 것
나는 그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는 이제 없다
고양이를 사랑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렇게 고양이는 촌장에게도 버려진
한 구의 시체가 되어 어딘가에 묻혔다 


-쿠키스토리 ~검은 고양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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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서 있다.

내리는 비 속에서.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가설소 ~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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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슬픔과

약간의 행복

많은 쾌락과

약간의 절제

많은 자금과

약간의 학문

많은 사람과

약간의 친구


그 모든 것들.


-가설소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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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넘치는 우울감을

물 흐르듯 써내려갈 수만 있었다면

그대는 이미 등단했을 것이다.

10여년전 사색했던

그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만 있었다면

그 감정을 표현할 수만 있었다면

그대는 이미 등단했을 것이다.

문예지 한쪽에 적힌 그대의 이름을 보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등단하지 못한 그대는,

매일매일 쓰레기통에 감정을 던져넣는 그대는

우리는 시인이 아닌가?


그대로 하여금 확신을 갖게 했던 감정들,

그것을 가슴에 담고 있는 

그대는 이미 시인이다.

끝내 폭포를 넘지 못한 연어가

끝내 죽음을 피하지 못한 길가메쉬가

연어이며, 또 영웅이듯이

그대는 이미 시인이다.

아직 써내려갈 이야기가 남아있는

우리들은 시인이다.


-Dot ~시인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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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 병신아


-Dot ~자살의 반댓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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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빨간색이야.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던 일요일의 색.

오랜만에 만난 네가 내게 줬던 장미의 색.

장미 가시에 찔렸던 내 손가락에서 나왔던 혈액의 색.

그걸 보고 당황하던 네 얼굴의 색.

함께 점심을 먹고 들린 카페에서 마셨던 딸기 스무디의 색.

영화관으로 가는 길 도로 신호등의 불빛의 색.

나보고 느리다며 놀리며 앞서 나가던 너의 신발의 색.

여름의 한 가운데 떠올랐던 눈부신 햇님의 색.

너를 못 보고 달려오던 트럭의 색.

바닥에 쓰러져 의식이 없던 너의 색.

빠르게 달려오던 엠뷸런스 불빛의 색.

삐- 소리와 함께 심장 박동기에 표시된 직선의 색.

네 시체를 태우던 불길의 색.

나의 기억의 색.

모두, 빨간색이었어. 


-가설소 ~빨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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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음 당하는게 가장 무서웠던 내가

어느샌가 누군가를 비웃고 있었다.


-MonDirioC8~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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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입니다. 


-Dot ~가슴에 먹구름이 낀것처럼 답답해요... 이런게 사랑인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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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일어선 인민들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탱크의 무한궤도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텐안문광장에서 탱크의 궤도자국이 남았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인민들의 시체가 널려있었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6월 4일이후 인민들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아무일도 없었다.


-따악노무노무데시타 ~1989년 6월 4일,아무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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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못한다

영어도 못읽고

국어도 못하고

수학도 못풀고


그래서 나는

영문도 모른채

주제도 모르며

분수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싶다


-나는 A가 좋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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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문재인이 아닌 삶

민주당이 180석이 아닌 삶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언제

나라 망하게 할지 

걱정 안해도 되는 삶

아! 이 얼마나 기쁜가!

아! 이 얼마나 행복한가!

아! 이 얼마나 얼마나...

아...아...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이여 망상이여 공상이여...








어? 어? 바뀐다! 바뀌고 있다! 바꾸고 있어!

20대! 남성들이!


-국가정보원 ~20대 남성들이 바뀌다 20대 남성들이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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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나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나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사랑했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힘들었었습니다.


저를 키우느라

매일 고생했습니다.


어머니.

편히 쉬십시오.

어머니하면 슬픈게 국룰이지


-ㅇㅇ(14.44)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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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나던 할아버지 냄새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이제 아버지에게 옮았다.

스마트폰에 입력된 달력

조금씩 뒤로 넘기다보면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사라질 시간들이 보인다.

2030년 2040년 2050년 2060년...

조금 더 뒤로 넘기면

사라질 시간들이 보인다.

2070년 2080년 2090년 2100년.

생일로부터 정확히 100년 뒤,

22세기의 시작에 알람을 맞추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누군가는 탄생할 시간들에

재야의 종소리 대신

시끄럽게 떠들어줄 알림을


-Dot ~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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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가는 세상사람들과 불타는 태양으로 돌진하는 열차를 탄 지구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역겨움이 드러납니다.


어린 아이가 다쳤다는 걱정보다 치료비를 생각하는 어른들과


부모의 죽음에 슬퍼하기보다는 보석이라도 하나 찾을려는 자식들을 보면


요즘은 슬픔의 위치가 급격히 낮아진 듯 합니다.


나는 이런 세상에서 가끔씩


아무도 나의 죽음을 몰라줬으면 합니다.


나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분노하지도, 탐욕의 마음을 드러내지도 않는


외롭지만 편안한 죽음, 고독사를 하고 싶습니다.


-OXYN (61.84)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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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akusa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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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100세 시대.

살면서 겪는 기념일도 100번씩.

100번의 생일

100번의 새해

100번의 추석


100년의 할로윈

100번의 크리스마스

1번의 장례식


당신이 100번 동안 만든 기억은 무엇이었나.

누군가와 따듯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었나.

혼자서 고독하게 소주를 안주로 눈물을 마시며 괴로운 기억들을 만들었나.

마지막 기념일인 장례식에 가져갈 선물로는 만족스러운 내용물인가.

만족스러웠으면 한다. 한 번 뿐인 기념일에는 밝게 웃었으면 한다.

한 번의 기념일이 나머지 99번의 기념일을 모두 덮어버릴 정도로

환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가설소 ~평균 수명과 기념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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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끝자락을
지키고 있었던 적이 있다

시를 읽지 않는 것은
여유가 없는 이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벼랑 끝에서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머니처럼
항상 거기에 있었다

거렁뱅이가 되어도 괜찮았다
이곳으로 돌아만 와준다면
썩 괜찮은 삶일 테니까

아무리 때려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것이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기다릴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다들 가사가 시적이라고 칭찬한 그 노래

거기서 추락했다

낭송하는 이들이 사라진 순간
죽은 것이었다

시인들이 품고 있던 것은
저들이 가져간지 오래였고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우리들이 비어있기 때문이었다

다 같이 가사 흥얼거릴 때
돈만 밝히고
영어를 섞어 쓴다고 욕하는 동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운율을 들먹이머
알아먹기도 힘든 철 지난 글자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텅텅

벙어리의 외침은
요란하고 짜증나기만 한다

텅텅

이런 곳에 낭만이 어디 있는가 


-발랑크스 ~죽은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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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인간이여 나를 기억해다오

내 혈육과 자손은 모두

인간의 손에 잡혀 죽었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홀로 황야를 거닐때면

잔디에 스며든 핏물이

내 다리를 베어 스며든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하나 남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차디찬 겨울의 조소 앞에

무력하게 얼어붙어 사그러든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발목이 탈구되어 떨어지고

정강이뼈가 닳아 없어진 채

수척한 두 팔로 언덕을 오른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인간들은 나를 쫓아

벼랑 끝에 몰아세웠다

나는 마지막 숨을 내쉰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인간이여 나를 기억해다오

네 뺨에 스며든 내 피를 지우지 말아다오

네 영혼에 닿은 내 단말마를 잊지 말아다오

나는 마지막 실장석이다.


-ㅇㅇ ~(자작시)마지막 실장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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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언덕을 올라 학교에 간다

소년소녀의 출구이자 어른의 입구에 서 있는 삼학년

삼학년은 자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지적을 받는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도 어딜 가고 싶지도 않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게 나의 크면서 작은 소망인데



아이나 어른이나 웃을 줄 알고 떠들 줄 아는데

왜들 그리 울상이고 침묵하는가



만약 내가 아이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거라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조용히 아이의 계단에 머물러 있을테다


-서련 ~멈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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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국어를 싫어한지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동생이 중2가 된 지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 가니깐 말이죠.


시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던 동생은


어느새 자습서에만 눈을 가져다 대요.


시인의 마음을 읽던 동생이


이젠 집필진 전문 심리학자가 다되어 가네요.


동생은 국어를 할 때면 한숨을 푸욱푸욱 내쉽니다.


나에게 이런 말도 했답니다.


아름다움은 음미하는 것이 아닌


암기해야 하는 거라고요.


나는 조용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밖으로 나와


담배나 하나 베어뭅니다.


언젠가는 이 글도 누군가에 의해 분석을 당하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세상 참 좆같다는 걸 길게 늘린 거거든요.


오늘도 별은 보이지 않네요?


그냥...그렇다구요.


-OXYN (61.84) ~동생의 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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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별들은

 어릴 적 그림 속에 그려가던 오각별은 아니지만

 그려 피우던 반짝임이 다른 것은 아니라

 밤하늘을 수놓음에

 목이 아프게 올려다보았다


 세상은

 어릴 적 별과 함께 그려갔지만

 그려 피우던 희망과는 달라서

 세상을 채워 넣는 혼탁함에

 목이 아프게 고개를 숙인다


 눈이 붓도록 바닥을 물들인다


-Coole ~오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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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122.47) ~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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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사주셨던 어린이용 공룡 시계


학교 음악 시간 준비물이었던 멜로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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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3년 약정의 스마트폰


큰맘 먹고 산 200만원짜리 노트북


두달 치 알바비가 들어있는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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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했던 애완동물


중학교 때부터 만났었던 여자친구


사시사철 아침에 나가셔서 저녁에 돌아오시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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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친구


아내


기억


목숨


-가설소 ~잃어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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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가지엔 겨울지나
어느새 새 순이 돋아오는데

어찌하여 나를 지켜주던
당신의 하이얀 등줄기에는
새 살이 돌아오지 않는가

하얗던 들판은 봄에 물들어
이렇게도 초록색으로 물드는데

어찌하여 나를 길러주던
비료같이 검던 정수리에는
지나간 겨울이 다시 찾아왔는가

산전초목엔 따쓰한 바람불어
봄빛 노랫소리가 울리는데

내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
당신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어찌하여 들을수 없는가

이제는 커버린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많아졌는데

어찌하여 조그맣고 옹알거리는
내말을 주의깊게 들어주던
그대는 이젠 원통한 곡소리도
구슬픈 상여소리도 들을수 없는가 


-손이미끄러졌다 ~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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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반수 ~기브  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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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보는 이 벽돌집에는

매일 밤 꾼 무의미한 꿈이 잔뜩 서려있다

유능한 발걸음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만나게 될 새로워진 나


한 때 빚어내었던 소중한 풍경들

바다와 나무와 벽돌집, 그 모든 것들은

비가역적으로 희미해져 흩어지고

결국에는 이 세계를 빠져나간다


2g정도 가벼워진 발걸음을 쫓아

가끔씩 이미 죽어버린 그 집을 찾아가서는

꿈마저 빠져나간 꿈들을 덕지덕지 묻히고

바쁘게 재촉하는 발걸음을 따라나간다


-뮮랾쇍 ~플로지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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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반수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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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반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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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빅─ 삐빅─

 불쾌한 이명 속에서 눈을 뜬 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침대 위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몸단장을 마친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관문을 나섭니다

 

 그렇게 문을 닫고 돌아보면

 저의 하루를 시작하는 알람 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잘못됨을 알리는 비프음과 닮아있습니다


-Coole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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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않는것이생각할수없으므로나는존재한다또한내가생각한다는것을인지하는존재이다나는생각하는존재이며생각하는것을인지하는존재외에또다른존재일수있는가나는나에게주어진속성을탐구한다나는나외에다른존재일수없는가내가둘이상존재한다고가정한다면나는나외에다른나의존재를알아차리고나도나외의다른나의존재를알아차리고지금나에게는내가유일한지알수있는능력이없다나는무수히많은존재일수있으며동시에유일한존재일수있다그러면나외에다른존재가있을수있는가어딘가에서새소리가들려온다그러나이역시새가지저귄다고생각하는내감각의허상일뿐실제로새라는존재가어딘가에존재하는지는알수없다내가나의사고능력을사용하여네가존재함을알수있을까세상어딘가에너라는존재가실존한다면너는너자신이존재한다는것을증명할수있다그러나이모든것은내입장에서네가존재함을내가알게되면서부터이다그러므로너의존재조차모르는나에게이것은헛된망상또는인형놀이일뿐실재하는것에대해다루는것이아니다그러나너는나를죽임으로서내가사고능력을잃게해스스로의존재도모르는사람으로나의속성을바꾸어놓을수있다그러나이미존재하여내가나스스로의존재를인식할수없는대상으로바뀔수있음을인지하는순간너의암살계획은실패하게된다반대로돌아가보자내가언제나존재하였는가내가최초로사고하기시작한순간이전의나는존재하였는가어떤존재가내가생각하게만들었는가드디어다른존재가존재함을알았다세상에는나외에나를생각하게만든존재가있구나그존재는나를만듦으로서나와상호작용이가능한존재였구나그러나내가일단그존재의탯줄로부터떨어진이상그존재와나는이제완전히별개의존재가되어버린셈과다름이없다결국지금의나는다시혼자가되었다그러나세상에는나를존재하게한존재가최소한하나이상있으며그존재를존재하게한존재가하나이상있을것이므로결국세상은존재로가득찬다무한한공간에무수한존재가외로이떠다니며들어찬것이다내가다른존재의창조주가될수있는가창조한직후그존재가나의탯줄에서즉시끊어져나간다는사실을알고있다그러나이러한창조의과정은외로운존재를하나더만들뿐어떠한상호작용의기쁨도일어나게하지않는다


-문크예거 ~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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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뮮랾쇍 ~나른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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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사막의 한가운데 사람을 홀로 떨어트려

어디던 갈 수 있는 너는 자유인이라고 선언한다고 하자.

글자 그대로 그 사람은 자유롭지만

오아시스인지 신기루인지 알 수도 없는 것을 향해서만 뛰어갈 것이 분명하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내 허리춤에도 안 오는 아이들이

완전한 자유인으로서 자유를 만끽하는 날이지만

이 아이들 역시 10년 뒤, 20년 뒤

어린 날 왜 학원에 가지 않았는지, 과외를 받지 않았는지 후회할 때가 올 것이다.


오아시스의 노예를 부러워하는구나 사막의 자유인들이

나는 솔직히 너희가 부럽지만 동시에 또 측은하구나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사막의 자유인들.


-시쓰는계정 ~사막의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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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듯 말듯

아슬아슬한 그대를 향해

손을 뻗어본다.


제목 : 남의 집 와이파이


-Flaymore ~하상욱 서울시 컨셉으로 지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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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시작한 인생

1주일(2π)을 주기로

쉴 틈 없이 반복되는


그렇게 기쁘지도 않은

그렇게 슬프지도 않은

감흥없는 인생의 울림


나는 끊임없이 전진한다

결코 성공과 실패 사이를

벗어날 길은 찾을 수 없다


1주일 후 내가 있을 곳은

한 바퀴를 돌아 또 제자리

내 뒤에 남아있는 무성과


갈 곳 잃은 용이 지나간 곳은

그저 이무기가 지나간 흔적

그 뒤로 쌓일 뿐인 뱀의 허물


-뮮랾쇍 ~y=si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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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깨 위에 젠가를 쌓는다

                          내 어깨 위에 성과를 쌓는다

            인생 위를 빨리 질주할 수록

                            질량은 애석하게 늘어난다

         복잡하게 쌓인 어깨 위 젠가

                     공들여 쌓은 탑 무너질까봐

                                 어느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위태롭게 곡예를 이어나간다

        쌓여가는 젠가 높아지는 존경

            짓눌리는 일상 바닥나는 열정

                               인생을, 미래를 명분으로 하여

              제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히

                  젠가를 빼서 높이 쌓아올린다

                  내 일상은               구멍난 채

                  더 높아보이는 성과를 이루고

                  내 건강은               구멍난 채

                  더 중요해보이는 것들을 하고

                                  구멍에는

                   자본주의적 사랑만이 가득히

                   그러므로

                   나는 이 모든 젠가를 이고가서

                                                  마지막의

                   가장 눈부신 그 조각을 빼내고

                   제일 꼭대기에 쌓아올린 후에

                   머지않아 

            무너질밖에


-뮮랾쇍 ~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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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들은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모든 먼지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게 바람을 일으킬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근근1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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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져서 용량 제한이 걸림. 그래서 쪼갰습니다. 원래는 4만 글자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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