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을 거다. -마검이 길을 가며 중얼거린 말-



이전의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주인을 찾아 떠나는 마검이었다. 엉겁의 세계, 엉겁의 시간을 해치고 움직인 마검은 우연히 에버딘이라는 도시의 가난한 동네에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 마검은 빠르게 이런 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중세 시대의 도검에서 흔한 식칼의 모습이 되어 지나가던 마약 중독자나 행인, 들개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레 움직였다. 누군가 마검을 발견하기 전까진.


“왠… 식칼? 누가 버린 거야?”


마검은 그가 자신을 잡았으나 고의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소유자가 될 이를 바라보았다. 이 동네의 흔한 화이트 트레시 마약 중독자 소년인 듯했다. 잘 익은 밀밭 같은 금발 머리는 잔뜩 떡이 져 꼬질꼬질하고 옷이라 기에는 거적때기에 가까운 옷을 입었지만 그걸 모두 상쇄시킬 만큼 멋진 푸른 눈동자와 수없이 많은 이들을 본 마검이 순식간에 인정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소년은 마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마검을 대충 꼬나 잡고 더러운 뒷골목으로 들어가서는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를 꺼내 마검으로 잘게 다지기 시작했다.


“코카인이냐… 그건.”


들고 있던 식칼이 말을 하자 소년은 누가 가까이 왔다고 생각해 주변을 살폈다.


“여기다, 네가 들고 있는 식칼.”


소년은 놀란 듯 식칼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것을 멀리 던져버리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검은 스스로 공중에 떠올라 소년의 눈 앞으로 다가왔다.


“놀라지 마라, 소원을 들어주마. 일주일 동안만 말이지.”


소년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마검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진짜 소원을 들어준다면… 너는 나한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게 해 줄 수 있어?”


마검은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소년의 미래도 어렴풋이 보았다. 마검은 소년에게 강렬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계약 성립이다, 꼬마.”


소년은 마검을 들고 자신이 노숙하는 공원으로 돌아왔다. 마검은 소년을 자세히 살펴보며 더 강렬하게 흥미를 느꼈다.


“너는 음악에 재능이 있어. 드럼이든, 기타든, 노래든 말이야. 열심히 해 봐.”


그 말을 들은 소년은 처음에는 드럼에 손을 댔다. 오래지 않아 소년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그마한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마검은 그날 이후 소년이 흥미로웠는지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몸을 숨긴 채 소년의 곁을 떠돌았다. 오래지 않아 199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소년은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밴드를 다시 결성하고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마검 본인이 들어도 괜찮은 노래들이었고, 인디 밴드 치고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지만 소년은 만족하지 못했다. 마검은 자책하며 계속 대마와 헤로인을 들이키는 소년을 보며 중얼거렸다.


“완전히 미친 놈이구만. 저런 노래를 만들고 만족하지도 못하는 미친 마약 중독자.”


얼마 후,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그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낸 앨범은 신화를 썼다. 모두가 그와 그의 밴드의 이름을 열창하고, 남자는 엄청난 돈을 벌었으며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마검은 그가 만든 앨범의 수록곡을 들으며 다시 중얼거렸다.


“미쳤구만, 저렇게 잘생긴 놈이 ‘난 참 못생겼어’라니… 게다가 뭐가 문제이길래 아직도 만족을 못 하는 거냐?”


그는 매일매일이 절망에 싸여 있었다. 그 독한 헤로인을 끝없이 탐닉하고, 자기 혐오에 빠져 있기도 했다. 끝내 약물중독으로 요양소에 가기도 했다. 지켜보던 마검조차 그의 상태에 걱정이라는 감정이 돌 정도가 되었을 때, 그는 요양소에서 탈출해 시애틀의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만히 노래를 틀고 있던 그는 허공에다 대고 대화를 시도했다.


“이봐, 그 식칼. 듣고 있나? 난 정말 힘들어… 아내도 있고 딸도 있지…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도 있고 명예도 생겼어. 그런데… 난 왜 기쁘지 않을까?”


마검은 그가 자신을 찾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마검은 다시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슬픈 일이지, 너는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 거야.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는 마검을 바라보다 갑자기 집 구석에서 산탄총과 무언가 담긴 주사기를 가져왔다.


“이봐 식칼, 혹시 지금 소원을 빌면 들어줄 건가?”


마검은 잠시 생각했다. 어차피 현실의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은 지나지 읺았지만 그동안 소원 2개를 들어주는 건 자신의 힘을 써야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검은 결심했다.


“그래, 들어주지.”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이제 죽을 거야. 그러니 내 유서의 마지막 문장을 써줘.”


마검은 일순간 당황했다.


“뭐, 뭐야?”


“말 그대로야, 앞으로 한 세기는 길이길이 전해질 내 유서의 마지막 문단을 써 달라는 거야.”


“…알았다.”


“고마워.”


그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팔에 주사기에 든 모든 것을 주사하더니 산탄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쏴 버렸다. 그의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자, 마검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의 유서에 마지막 문장을 쓴 뒤, 다시 쓸쓸하게 끝없는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마검을 알지 못했다. 검날에 작은 실금이 가있다는 것을.


“…그리고 기억해주기 바란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번에 불타는 것이 낫다.”


-후기


이 '소년'이 누군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필력이 좋다고는 못한 사람이라 잘 읽힐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 죠죠의 기묘한 모험 2차 창작도 많이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