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악! 으아아악!”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해변에 처박힌 마검.


이와 함께 충격에 의해 비산한 모래가 떨어지며 검신을 두드린다.


 “젠장, 2개나 이뤄줬으면 적어도 피는 받았어야 했는데.”


여행의 기본인 대기권에 진입하다가 힘 조절에 실패했다, 내가 그렇지 뭐.


자괴감에 혼잣말이나 하다가 부릉! 하고 고막을 때리는 엔진의 시동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에는 작은 배 위에 올라탄 여자. 


“오, 이건 못 참지.”


보디라인을 들어내는 전신 수영복에 유혹당해 일단 올라타자 바로 드넓은 바다로 출발했다. 


“2일 차, B 포인트의 군락을 조사할 거예요, 여기는 아직 상태가 괜찮았으면 좋겠습니다.”


금발의 말총머리를 바닷바람에 흩날리며 카메라에 대고 혼자 말하는 그녀.


“뭐 하는 여자지?”


무심코 소리 내어 말한 것에.


“에?”


여성은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본다.


“거기 누구 있어요?”


허공을 흩는 눈빛,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하나.


“나다.”


바닥에 말하는 마검.


“어디에 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배 위를 걷는 그녀의 발에 밟혔다.


“바닥이라고! 발 좀 치워.”


이 상태에서 괜히 힘으로 움직이다가 사고 칠라. 


“앗, 죄송해요.”


이제야 알아들었는지 뒷걸음질 친다.


“와! 말하는 칼이다!”


바닥에 있는 나를 보고 환호하는 그녀.


“알면 됐어.”


“인X아나 존스에서 봤어요!”


이건 또 뭔...


‘그나저나 인X아나 존스에 그런 내용이 있던가?’


뜬금없는 소재에 화낼 기운조차 사라지는 마검.


“으흠. 난 마검, 혹시 원하는 소원 있나? 딱 하나만 들어주지.”


“뭔 쪽팔리게 소원이에요. ‘하핫, 재밌는 소원 잘 들었어. 그럼 안녕!’ 이러고 도망가려고?”


멍청한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까지 조롱하는 그녀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마검은 바닥에서 서서히 떠올라 그녀의 눈높이까지 날아오른다.


“우와!”


놀라면서도 마검의 상하좌우를 팔로 체크하는 그녀.


“뭐하냐.”


“투명 실 같은 거로 사기치는 건 줄 알고...”


그래도 조금의 두려움은 생겼나? 


“아 늦었다!”


손목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산소탱크를 메고 다이빙용 물품을 챙기는 그녀.


“다이브 시간이 다 돼서 좀 있다가 다시 얘기해요!”


풍덩!


마지막으로 거치해뒀던 카메라를 들고 배에서 뛰어내렸다.


“바다라.”


아까 떨어졌던 섬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망망대해와 이런 하찮은 상황을 마검은 마음에 든다고 느꼈다.


‘그저 파란색투성이의 풍경과 물이랑 물이 서로 뒤섞이는 소리뿐인데 왜일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마검은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수면을 가르며 뛰어들었다.


‘뭐야 저거 어떻게 따라왔어.’


나에게는 나약한 그녀의 속마음이 어느 정도 보인다.


“뭐하러 잠수를 하는데.”


물은 공기보다 소리의 전달이 더 잘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녀는 불가능하지만 나는 가능하다.


‘초능력 부럽다, 근데 나를 따라올 수 있을까.’


오리발을 힘차게 휘저어 더 높은 수심으로 내려가는 여자.


마검은 그녀와 속도를 맞춰 간다.


“야, 너의 피를 주면 내가 소원을 이뤄줄게, 간단하잖아?”


바다인데도 흙먼지로 뿌옇게 가려진 시야에 그녀는 멈춰 섰다.


“시야가 불편해? 내가 지워줄게.”


‘굳이…’


마검은 검붉은 기운을 스스로 두르더니 문자 그대로 물을 베어버렸다.


마검이 휘두른 검압 그대로 갈라지는 흙먼지.


그 너머로 보인 풍경은 하얗게 바닥을 메운 산호초였다.


“뭐 이정도는 간단하지, 어때 내…”


‘안 돼!’


그녀는 산호초를 보더니 산소호흡기에서 입을 뗄 만큼 놀라 그쪽으로 간다.


하지만 마검은 알았을까, 자연에 강한 힘을 휘두르면 그만큼 자연도 강한 힘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으윽, 살려줘!’


마검이 일으킨 강한 파동에 해류가 흔들려 내부에 강한 소용돌이가 생긴다.


그 후폭풍에 휘말린 여자.


나는 그 혼란 속에서 여자를 살리기 위해 그녀의 곁으로 날아갔다.


‘큭, 버티는 데에 정신을 쏟고 있어 마법을 쓸 수가 없는데.’


대기권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컨디션, 여기서 멀티캐스팅을 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려지면 칼날 폭풍이 되어 그녀조차 베어버릴 수도.


“내 몸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부위가 없어, 손잡이를 잡아!”


그저 정신없이 팔을 휘젓는 그녀.


“내 손잡이를 잡으라고!”


어쩔 수 없이 휘젓는 그녀의 손에 손잡이를 걸고 수면 위로 날아올랐다.


“푸하!”


겨우 숨을 쉬는 여자.


“내가 실수를…”


“카메라를 놓쳤어요!”


내 말을 끊고 산소호흡기를 제대로 쓴 다음 다시 잠수한다. 


“나를 붙잡고 가.”


지지대 정도는 가능하다.


‘부탁해요.’


마검은 여자와 함께 다시 한번 바다로 나선다.


둘이서 하나가 되니 수면부터 바닥까지 금방 내려왔고.


‘바닥은 그나마 잔잔하네요.’


드디어 산호초의 군락지가 그들의 눈 앞에 펼쳐졌다.


‘이런… 이럴 수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구나.’


산호초들은 죽고 남은 백골처럼 하얗게 바닥을 메우고 있다.


“문제 있어?”


마검은 드디어 자신이 필요해졌다고 생각했다.


‘산호초가… 전부 죽었어요. 이산화탄소를 산소 바꿔줘 바다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필수적인 존재인데.’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이 군락지를 되살려주세요.’


“정말 그걸로 되겠어?”


‘네?’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해서, 그 돈으로 환경에 투자한다는 식으로 가도 되잖아.”


마검이 보기엔 그녀는 멍청하다.


“더군다나 7일이나 시간이 남았다고, 좀 더 생각해보던가.”


‘혹시 쫄았어?’


“뭐?”


그녀의 도발에 마검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생각했다.


‘소원을 들어준다면서, 이것도 못 해?’


참 골때리는 처자다.


“알았어, 일단 피부터 뽑아가지.”


최근 따라 피에 대한 갈망에 자극당하는 나..


그녀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서 그 구멍으로 피를 끌어당긴다.


“좋아, 이제 해볼까.”


이 산호초, 아직 죽지 않았다.


하얗게 뼈대가 드어난 산호초를 잘라보았다.


‘살려준다면서!’


“잠시만 기다려 봐.”


기겁하는 그녀를 뒤로 하고 샘플을 조사한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능력으로 생태계를 지탱했군. 이건 바다의 수온이 높아져서 생긴 결과, 그럼 바다의 수온을 낮추면?”


마검은 땅에 지옥의 냉기를 뿜어내는 차원문을 설치했다.


지구의 냉장고라고 할까.


“일단 넌 위험하니.”


그녀에게 보호막을 걸었다.


하얗게 되었던 산호초들이 화사한 색상을 갖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우와! 진짜 가능했네요, 마검님 감사합니다.”


붉고, 노랗고, 신비한 색상의 산호 군락이 다시 빛난다.


“...응?”


아까 내가 흙먼지 때문에 날린 검압에 생긴 상처에서 초록빛 에너지가 샘솟아 나를 감싼다.


“아… 이건.”


‘자연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마검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소원을 이뤄주었으니, 난 간다.”


이미 피라는 대가를 받았는데 또 뭔가 받아 부끄러운 느낌에 재빨리 자리를 떴다.


‘다음은 어떤 주인을 찾을까.’


머나먼 미래, 강제로 자연을 되살리는 냉기에 빙하기가 찾아올지도 모른 체 마검은 다른 세계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