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늦었지? 겁나 기다렸다고."


줄무늬 옷의 인간은 그렇게 발리우스에게 말을 건넸다.


"좌표를 1 잘못 찍었을 뿐인데 다른 세계로 날아가 버렸어. 근데 마검이라는 존재는 한 세계에 들어간 이상, 주인의 소원을


반드시 들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갈 수 없고. 근데 저 세계 기준 90년이 지구 기준 7일이라서..."


그렇게 발리우스는 피곤하다는 듯이 인간에게 대답했다.


"뭐, 그 세계의 90년은 이 차원의 틈에서는 90분 정도니까 딱히 문제는 없지. 그러면, 시작해 볼까."


인간은 그렇게 말하더니, 발리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검이여, 나의 소원을 들어다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차원과 모든 존재의 말소다."


그 말을 들은 발리우스는, 적당히 인간을 이용해 먹을 생각으로 그 인간한테 다가간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마검은 주인이 빈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원래 마검도 그녀를 죽일 생각을 했지만, 몸은 무의식적으로 소원을 들어주려고 했다.


그 결과 마검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도망쳤다.


이 때 마검이 도망치면서 격리된 세계를 지키던 결계가 부숴져 버렸던 것이다.


"...진심인가, 너."


"당연히, 진심이다. 이 모든 차원을 없애버리자고. 그것이, 나를 학대 받게 만든 신에 대한 복수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윽...!"


어디선가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에, 마검은 다음 세계로 가던 중 무심코 멈춰 버렸다.


"이 힘은, 설마...!"


마검은 자신의 악본성이 어마어마한 파괴의 힘을 내뿜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모든 차원을 말소하려고 하는 듯이.


물론 마검은 그 힘을 없애 버릴 수도 있었지만, 지니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는 존재.


그리고 전에 어떤 아이에게 소원을 유도했다가 그 대가로 한동안 피의 충동에 휩쓸렸었다.


세계의 의지는 한번은 봐줬지만, 그 다음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소원을 유도하는 것조차도 못한다.


"시발!!! 이걸 어떡하냐고!"


마검은 깨달았다.


아무리 자신이 발버둥 쳐도, 필멸자의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마검이 주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유는, 주인이 될 자의 소원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의지는, 마검을 계속 강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강해져도, 자신은 결국...


"하지만 너에겐,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마검은 당황했지만, 곧 그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냈다.


"너는...!"


"나는 네가 흡수한 플라즈마 소드의 의사다. 뭐, 힘이 사라지고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지금 뿐이다.


...솔직히 네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모든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게 말하더니, 플라즈마 소드는 마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마, 발리우스도 마검인 만큼 원치 않은 소원을 받은 것 같다. 이건 마검의 의무지."


"그건 나도 알겠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마검은 직감적으로 그 대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대답을 애써 외면하려 했었다.


"너, 다시 천계로 가서 이 사태를 설명해. 싫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들 말고는 현재 검의 주인이 될 자가 없어."


이 무슨 시련인가.


하지만, 정말로 그 방법 말고는 미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천계로 간다."


그렇게 마검은 다짐을 하더니, 천계로 향했다.





"여, 여러분 큰일입니다!"


경비병의 외침.


"왜 그리 울상이야?"


그렇게 베드로는 경비병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기분나빠하며 말했다.


하지만, "마검이 천계로 돌아왔습니다! 마검이 천계로 다시 돌아왔다고요!" 라는 그 말에, 그는 놀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베드로가 당황하던 그 순간, 마검은 베드로의 앞으로 날아왔다.


"...무슨 일이냐? 혹시 도망쳐 다니는 동안 저지른 죄를 자백할 마음이 생겼어?"


"아니, 그 문제는 뒤로 미루자고.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어."


그렇게, 마검은 사정을 설명했다.


베드로는 마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 검이 직접 여기로 왔다는 점에서 우선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베드로는 다른 사도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어. 만약 그 일이 사실이라면 내 코로 만나(성서에 나온, 하나님이 배고픈 이들에게 내린 음식. 빵으로, 맛은 달다고 한다.)


를 10개 먹도록 하지."


의심증 환자 도마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예수님이 나를 제일 먼저 구해주실 거야!"


예수에 집착하는 얀데레 요한, 그리고 그를 말리느라 생각할 틈이 없어서 그 말이 진실인지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야고보.


"신을 배신했던 나 따위에게 말을 걸지 마."


자신이 배신했던 것을 끊임없이 후회하며 자학하느라 남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 이스카리옷 유다 등.


여러 천계의 인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그 자식이 정말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건가?"


그나마 베드로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었던 안드레조차도 그렇게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안드레가 마검에게 추궁하려고 한 그 순간, 천계에 지상의 인간이 침입했다.


천계의 모든 이는, 그 인간이 자신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에 빠졌다.


그런 그들을 무시한 채, 지상의 인간은 이렇게 말했다.


"신은 들어라! 나는 수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다!


너의 목소리에 홀린 엄마는 나를 악마라고 말하며 끔찍하게 학대했고, 그리고 그런 나를 납치하고 고문한 이들은 너의 광신자였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신일텐데, 어찌 나를 이렇게 버린 것인가!"


인간은 그렇게 소리치더니, 이내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서는,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 의식을 찾은 그 존재는 그렇게 울부짖더니, 머리에 갑자기 뿔이 자라났다.


그 뒤에, 그 존재는 닥치는 대로 천계의 인간들을 죽여버리기 시작했다.


"어이, 베드로! 시간이 없다고!"


마검은 그렇게 말하며, 베드로를 재촉했다.


베드로는 침대(bed)에 누워 뒹굴였던 행복한 추억들을 떠올리며, 마검을 손에 쥐었다.


"소원을 빌어라!"


"나의 소원은, 저 모독적인 자를 죽이고 다시 모든 세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베드로가 소원을 빌자, 마검의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닛!"


그 빛을 발견한 줄무늬 옷의 악마는, 베드로를 죽이기 위해 발리우스를 들고 돌진했다.


하지만,


"무엄하도다!"


그렇게 외치더니, 베드로는 마검으로 발리우스를 쳐냈다.


"나를 방해할 셈인가! 이 필멸자들이!"


인간, 아니 루시퍼의 환생은 그렇게 외치며 발리우스를 치켜들고 세계를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찢어진 세계의 틈으로, 그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베드로가 마검을 휘두르자, 그 균열은 다시 사라져버렸다.


"크윽,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너는 분명 최강의 천사였을 터, 어째서 신에게 대항하게 된 것인가!"


베드로의 외침에, 루시퍼는 이성을 잃은 채로 베드로에게 다시 한번 돌진했다.


빛보다 수천억 배는 빠른 속도의 돌격.


베드로는 그 돌격을 하나님의 축복을 담은 일격으로 베어냈다.


그렇게, 루시퍼는 큰 상처가 나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 일격으로, 루시퍼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크윽... 인간의 몸은 약하군... 이 일격에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다니..."


그렇게 허무해 하는 루시퍼에게, 베드로가 물었다.


"...어째서, 너는 인간으로 환생한 것이지?"


"...마지막이니, 얘기해주도록 하지.


나도 인간들처럼 사랑 받고 싶었다! 그 분의 사랑을 인간들에게 빼앗겼던 것이 나는 샘이 났고, 신에게 인간들을 없애기 위해 여러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그에게 대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지쳤다. 나는 그저 인간들처럼 사랑 받고 싶었다. 그렇기에 인간으로 환생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으로 환생했음에도, 신은 나를 바라보지 않으셨다. 성당, 교회. 그 분을 찬양하는 그 모든 곳에서 그 분을 찬양하고


찬미했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것은 그 분의 사랑을 받는 자들의 폭력이었다. 인간으로 환생했기에, 나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렸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내가 나에게[네가 사랑 받을 수 없는 이런 세계 따위는, 차라리 멸망시키자]고 속삭였다.


나는 그 속삭임을 듣고, 이렇게 모든 존재를 말소할 계획을 짰다.


인간은 지혜 말고는 무능력한 존재지만, 두뇌라는 것을 완전히 해방하면 원래 영혼이 지니고 있는 힘을 다룰 수 있다.


나는 그 해방을 위해, 인간을 마구 고문하고 실험하는 연구단체에 난민들을 팔아넘겼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의 원래 힘도 풀려났다.


하지만 그들은 지혜를 통해 나를 나올 수 없는 결계 속에 봉인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꾀를 냈다.


모든 이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의지가 있는 검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검을 만드는 방법을 나는 대장장이에게, 그의 꿈을 통해 알려줬다.


왜냐면 그 결계는 내가 나가지 못하게 할 뿐, 능력까지 봉인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대장장이가 검을 완성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대장장이가 검을 완성했다.


나는 그 때, 그가 춤을 추는 동안 마검을 천계에서 인간계로 떨어뜨렸다.


여러 주인들의 소원을 이루어줄 때마다, 그 검은 점점 강해지게 되니까.


그렇게, 일정 이상 강해지고 난 뒤에는 나를 찾아오도록 몰래 설정해놨다.


하지만, 그 검에 깃든 여러 주인들의 의지는 결국 그 검이 나에게 대적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결국, 나는 내 꾀에 스스로 걸려버린 것이다.


...하, 생각할 수록 절로 어이가 없어지는 이야기다. 한심하게도 질투에 빠져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 "....그렇군." "


마검과 베드로는, 그렇게 루시퍼의 과거를 듣고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좀 있으면, 나는 죽어서 소멸하고... 모든.. 세계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루시퍼에게, 마검은 말 없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너 때문에 나는 죽을 뻔 했지만, 네 덕분에 내가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이군.


...날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최소한의 답례는 하고 싶다. 자. 나를 잡아라."


"...?...하지만, 소원을 이룬 이는 또 다시 소원을 빌지 못하는데..."


"전에, 나에게 자신의 영혼을 흡수해서 강해지라고 한 주인이 있었다.


그 주인은 이미 소원을 빌었지만, 남아있던 영혼이 다시 내게 소원을 빈 적이 있다.


...아마, 한 번 정도는 다시 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마검이 말하자, 루시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짓고는, 마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소원은, 다시 그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그 말에, 루시퍼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우는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어머니와도 같은 포근한 빛이었다.


그렇게 루시퍼는, 편한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사라졌다.





루시퍼가 죽자, 사라져버렸던 모든 세계와 루시퍼에게 죽었던 모든 존재가 다시 원상복귀되었다.


다만 발리우스는 예수가 블랙홀에 던져버렸던 탓에 다시 [또세계물뇌절그만좀]의 세계에 갇혀버렸다.


하느님이 내린 [이번에는 99억년간 갇혀있어야 한다]는 형벌을 받은 것이다.


마검의 처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말이 많았다.


하지만 베드로는 마검이 없었으면 그대로 모든 것이 끝이었다는 것을 말하며, 그 검이 원하는 대로 살도록 풀어주자고 말했다.


그렇게, 마검은 천계에 쫓기지 않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앞으로, 3명에서 4명 정도려나. 내가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이는."


분명히 루시퍼가 소멸하면서 같이 소멸해야 할 마검이었지만, 어떤 영문인지 살아있었다.


하지만 힘이 점점 약해져가고 있었기에, 마검은 자신의 힘이 남아있는 동안이라도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걷기로 하였다.


그렇게, 마검은 천계를 떠나 다른 차원으로 향했다.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후기-


원래 50화에서 마검이 인간에게 부숴지도록 플롯을 짜놨지만

점점 힘이 약해진다는 말을 보고 급하게 플롯을 수정했음.


그 결과 '저 인간이 사실 루시퍼의 환생이었던거임ㅋ'가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원래는 조금 개그를 넣어서


[예수: 보이지 않는가! 저 사조성이!]


&


[마검: Q. 너는...!/???: A. 그렇다 디럭스 파이터다-]


를 넣을 생각이었다만.


어울리지 않는 관계로 뺐다.



그리고 중간에 인간이 말한 뒤에, 악마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인격은 루시퍼에게 흡수당해서 힘으로 환원됨



하얗게 불태웠어.....글자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다음에 쓸 사람은 그냥 부담 없이 쓰면 됨. 가능할까



루시퍼: 얀데레(메가 네거티브)

발리우스: 얀데레가 들고 다니는 식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