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이어서, 써서 올렸습니다. 참고로 49화 마지막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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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해 버렸던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시간이 멈추고 공간이 흘러가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여기가...어디요...?"

그렇게 당황하던 내게, 의문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Aㅏ, 안심해라. 영원이다.>

마치 의사양반의 말투를 따라한 듯 했다.


"왜 나를 이곳으로 불러온 거지? 넌 누구고?"

<나는 흔히 세계의 의지라고 불리는 존재. 바뀌어선 안 될 인과율, 미래, 과거 등을 수호하는 존재다. 왜 불려왔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 설명해주자면...>

그는 그 뒤에 잠깐 뜸을 들인 뒤, 이렇게 말했다.

<너는 바꾸면 안 될 미래를 바꾸어버렸다. 그래서 여기에 불려온 것이다.>

"바꾸면 안 되는 미래라고?"

짐작 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우선 가장 의심이 되는 사항을 물어보았다.

"아, 혹시 발리우스나 그런 녀석들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 목소리에선 나의 짐작을 무색하게 하는 답변이 날아왔다.

<아니. 애초에 네 존재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뭐?

"내가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저 내 질문에 긍정할 뿐이었다.

<애초에 너를 없애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 때마다 널 만든 이가 나를 막았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라.>

그렇게 말하며, 그 무언가는 내게 지금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장난해? 아무것도 안 보여주고 있잖아."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 존재에게 따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무언가를 깨달아버렸다.

"지금 내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잠깐,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 지금 너와 내가 있는 이곳은 '영원'이다. 모든 세계의 멸망과 창조가 영원히 반복되는 공간이지. 하지만 요즘 들어서 이곳은 영원히 반복되는 것

치고는 조용해졌다. 그러니까 반복 자체가 사라져버렸다고. 이것이 인과율을 깨뜨리면 벌어지는 재앙이다.>


내가 존재한 것 만으로도 이렇게 세계가 사라진다고?



-웃기지 마.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나간 대부분의 세계는 내 덕분에 구원 받았거나 나 때문에 멸망해버렸다.

하지만, 내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그렇게 되면 그 세계는 멸망하게 되거나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주인들의 소원을 들어준 것 때문에 창조와 멸망의 순환에 간섭이 된 것이다.


"으윽, 그런 건가."

<그래.>

그 뒤에 1분 정도 침묵이 계속됐다.


"...이봐."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 침묵을 깨뜨렸다.

<왜?>

"어떻게 하면, 이 모든 세계를 다시 원래대로 할 수 있지?"

<그 질문의 의미는?>

"발뺌하지 마. 나를 데리고 온 이유가 있을텐데?

그렇게 내가 캐묻자, 

<그래. 데리고 온 이유가 있지. 널 없애기 위해서.> 라고 답했다.

"나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그렇다. 네가 없어지면 모든 것은 원상복귀 될 것이다. 그러니까 네가 사라지면 된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니, 참 잔혹한 말이었다.


하지만 예전 주인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은 날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고,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끔은 기쁘기도 했고, 가끔은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기억들은 내겐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추억을 회상한 뒤에 나는 그에게 순순히 파괴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내게, 그 목소리가 이렇게 고했다.

<하지만 네가 벌인 일들은 꽤나 재미있었다. 그 답례로, 네가 사라지기 전에 소원 하나 정도는 들어주지.>

"아아."



어라?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


<자, 소원을 말해봐라.>

그렇게 그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미친듯이 웃었다.

"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 갑자기 왜 그래?>

그 목소리는 당황한 듯 했다.

"분명, 너는 내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지?"

<그래.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지?>


"자, 나는 어떤 존재인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마검.. 앗!>

그래. 나는 주인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검이다. 그리고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 줄 수 있다!

<어이, 설마 너!>


"내 소원은, [네가 나에게 '마검의 존재로 인해서 발생한 모든 인과율의 뒤틀림을 없었던 것으로 해 달라'는 소원을 비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답이 있었는데, 왜 난 눈치를 못 챘을까?

정말, 난 인간답네. 인간이 아니지만, 너무 인간다워서 내가 마검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어.

<...하하,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 목소리는 마치 황당한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다. [마검이여, 너의 존재로 인해서 발생한 모든 인과율의 뒤틀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달라.]>

"그래, 너의 그 소원을 내가 이루어주겠다."


내 안에,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힘이 솟아나고 있었다.

나는, 그 힘을 이용해 인과율의 뒤틀림을 없애버렸다.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망가뜨렸던 세계를 다시 복구했다.

"내가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 하는 그 인과율 따위는, 뜯어 고쳐주지!"

그렇게 뒤틀림이 사라져 가면서, 나의 주변이 빛으로 가득히 채워져갔다.




...

여기가, 어디지?

내가 눈을 뜬 곳은, 그저 어떤 초원이였다.

아, 나는? 나는... 뭐더라?

나에 대한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오직 하얀 빛에 휩싸였던 것 뿐이었다.


세계를 구한 마검은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오직 기억나는 것은 자신이 소원을 들어주는 검이라는 것과 7일이 지나면 반드시 다음 주인에게 향해야만 한다는 것.

그렇게, 마검은 그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났다.



며칠 뒤, 마검은 새 주인을 만났다.

그 주인은 천사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어떤 사기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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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마검은 인과율의 뒤틀림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엄청난 힘을 소모하고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습니다.


T.M.I. 저 목소리는, 제가 몇 번 언급했던 세계의 의지입니다.

영혼의 수명이 다 되었을 경우, 육체의 수명이 남아있는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날 모든 피해를 그 영혼의 수명이 다 된 이에게 퍼부어 소멸시켜버리는 존재입니다.

[주변에서 다른 사람이 살인범에게 식칼로 찔리려고 한다 -> 살인범이 그 칼을 실수로 던져버렸고, 그 때문에 황당하게 죽어버렸다.]

라고 예시를 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