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하게 말하곤 싶은데 저도 제 글에 자신이 없어서 길게는 못하겠고...

글 쓰실 때 자신이 무엇을 제일 우선시하시는 지 한번 점검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저를 예로 들자면, 제 글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중독성입니다. 심심한 소재든 아니든, 어쨌든 독자들이 제 글의 다음 줄만 읽어주면 전 후회 없걸랑요. 그걸 이루기 위해서 떡밥 배치를 제일 신경쓰고 있고요.

저의 예는 이렇지만, 누군가는 스무스한 가독성을 제일 중시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주제철학을 가장 중요시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 분들은 저와는 다른 요소를 제일 중시하겠죠? 가독성이면 문체 등일테고, 주제철학은 표현법 등일테고. 하는 식으로.

 전체적으로 님 소설에서 아쉬웠던 것은 이 고찰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요. 방법론적인 이야기는 아직 꺼내기 훨씬 전인 것 같습니다.

정 지우시고 싶다면 리세마라 한번 돌리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유입은 대부분 1화로 정주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독자로써 이 소설의 감상을 말하자면 이 소설을 드랍하길 권하고 싶다.

통제하기 어려운 과격한 주인공. 슬레이어즈의 리나 인버스 같은 캐릭터를 다룰 때는 기본적으로 그 캐릭터가 최강이어야한다. 최강인데 통제 안되는 인물이 상황을 개판치는걸 보는게 슬레이어즈의 재미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 폭주하는걸 막기 위해, 작가의 의도대로 주인공을 이끌 파트너가 필요하다. 슬레이어즈에서는 제르가디스가 설명과 정보 제공 등으로 이 역할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에게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오버로드의 주인공인 모몬가는 고독한 남자다. 그는 이세계에 떨어지고 자신처럼 이세계에 떨어진 사람들을 찾기로 결심하지. 자신이 좋아했던 온라인 게임의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필요해서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전생자를 찾기 위해 그는 세계정복을 시작한다.
 오버로드의 근본적인 재미는 모몬가의 목적에서 온다. 모몬가는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한 사람을 찾아 추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 꿈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거란 느낌이 든다. 모몬가는 게이머를 찾기 위해 수백만명을 학살한 미친놈이다. 설령 게이머를 만나더라도 그가 모몬가를 좋아할리가 없다. 모몬가는 진짜 미친놈이라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독자는 모몬가의 어리석음이 또 어떤 비극을 부를지 기대하며 소설을 본다.

그리고 주인공에게는 목숨을 걸고 싸울 가치가 있는 적이 있어야 한다. 리제로의 재미는 목숨을 걸고 쓰러드려야만 하는 적이 있고, 그 적을 쓰러트리면 한순간이나마 행복이 보장되는데서 온다. 주인공인 나츠키 스바루는 그 한순간의 행복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던져 적과 싸우는 주인공이다. 

요약하면 깽판치는 성격을 지닌 주인공은 최강이어야 하고, 그 주인공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하고, 최강이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 있어야한다.

 꼭 이렇게 써야만 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글쓴이의 주인공은 최강도 아니고, 작가가 주인공을 통제할 수단도 없다.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뭔지도 안보이고, 주인공이 쓰러트려야 할 적도 안보인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기가 힘들다. 이 경우에는 재설계해서 새 소설을 쓰는게 훨씬 낫다.

드랍하면 단 둘인 독자는 무슨 죄냐고? 독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그런 말은 무시해라. 그 두명의 독자가 그런 말한거 아니잖아. 

오히려 독자는 드랍해도 이해한다. 작가는 자기만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란걸 잘 아는게 독자다. 자신이 살리기에 버거운 소설이란 판단이 들었으면 빠르게 연중공지 때리는 것도 작가에게 필요한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