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기마좌. 성이 기씨고 이름이 마좌다. 그리고 우리 동네 최고의 경마 기수다.


나는 내 경주마랑 극한의 훈련을 하며 경창(경마+창)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가 어떤 소식을 듣고 마두로 가게 되었다. 그 소식은 마두에서 승마 경기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바로 경주마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말이 고속도로 위에서 달리는데 차에 안 치이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우리가 합쳐지면 세계 최강이다. 아무리 자동차가 잘났다 한들 나와 내 경주마라는 무적의 조합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자, 봐라. 경부고속도로의 자동차들을. 소나타고 아반떼고 뭐고 모두 놀라서 경적을 울리고 있다. 아아, 그렇지. 그렇게 질투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이 소리는 뭐지? 사이렌? 그래, 사이렌. 그렇지. 바로 그거야. 이 아름다운 축하음악을 들어봐라. 이 얼마나 감미로운 멜로디인가?


...

그렇게 경찰한테 도로에서 말 타지 말라고 범칙금을 떼였다.


그치만 아무튼 이건 다 나랑 내 말이 잘나서 그런 거 아닌가? 바로 마두역으로 갔다. 마두, 마두... 굉장히 훌륭한 작명센스였다. 말의 머리라니, 이 얼마나 야망에 가득찬 이름인가! 내가 이 이름을 지은 사람을 만난다면 바로 그의 발을 핥을 수 있을 것이었다.


아무튼 여기가 마두역인가? 마두라... 좋군. 역시 서울 물은 달라.


오, 벌써 경쟁자가 보이는군. 어라, 여기로 오네? 그렇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군.


"안녕하세요? 경주 오신 거에요?"

"그렇다. 너도 경마를 사랑한다니, 가슴이 웅장해지는군."

"근데 그 차림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요즘 경마 대회는 만만하게 봐선 안 되는데."

"괜찮다. 자, 내 경주마의 튼튼한 허벅지를 봐라. 이 얼마나 감미로운가?"

"에이, 그게 아니고요. 어디 시골에서 오셨나? 왜 모르지?"

"내가 시골에서 온 건 어떻게 알았지?"

"아, 시골에서 오셨구나. 그럼 알려드릴까요? 그니까 이게..."

"필요 없다. 과정이 어떻든간에 나랑 내 경주마의 조합은 세계 최강이다."

"아, 그럼 이만."


경마를 좋아한다면서 서울물을 너무 먹었나보군. 말씨부터 부드러워졌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경마가 시작하는 것 같군. 시작 지점이... 지하철역 입구???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는 것 같군. 우와, 사람 되게 많은 거 보소. 이렇게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니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군.


"준비하시고, 시작!"


시작과 동시에 말들이 마두역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건 설마... 계단을 내려갈 줄 아는 지 시험해보겠다는 건가?


그러나 이깟 간단한 시험에서 질 수는 없는 법. 나의 섬세한 컨트롤과 경주마의 뛰어난 실력만 있다면 여길 지나가는 건 식은죽 먹기다.


바로 계단을 내려간다. 그래, 이 스무스한 착륙감. 오랜만이다.


뒤에서 경주마들이 이건 좀 아니라며 주인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것도 못 버티다니, 경주마로서 실격이구만 그래.


그때 옆으로 뭔가가 쌩하고 지나갔다. 아니, 이건 설마? 에스컬레이터?


그래,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지. 서울 놈들이 좋아한다는. 그럼 설마 이 구간은 에스컬레이터 사수전이었던 건가?


그 일대를 두리번거리니 에스컬레이터를 사수하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이는 신선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쩌지? 에스컬레이터로 다시 가야하나?


아니다. 나는 경주마를 믿는다. 에스컬레이터 따위가 내 경주마를 이길 순 없다. 봐라, 에스컬레이터보다 드넓은 공간! 덜컹거리거나 끼이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착륙감!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땐 이미 에스컬레이터 종족들은 뒤쳐진 상태였다. 그래, 아무도 우리를 이기지 못해. 에스컬레이터? 까라 그래.


그럼 다음 코스는, 올커니. 저 이상한 출입문이로군. 바로 출입문으로 달려가 점프해버리ㄱ...



"삐빅 무임승차입니다. 교통카드를 발급해주세요."


 교통카드? 고작 그런 걸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바로 교통카드를 발급... 아 맞다 나 시골 사람이지. 교통카드가 어떻게 생겼더라.


그렇게 다른사람이 교통카드를 발급하는 걸 보고 따라했다.


자, 이제 다 발급했다. 그나저나 이건 뭐지? 막대기 3개로 이루어진 이상한 문은? 모르겠고 일단 돌격이다!


그리고 끼였다.


이건 설마 함정인가? 도대체 왜 서울 놈들은 이딴 이상한 걸 만들어 놓은 거지?


그러나 나와 내 경주마의 두뇌가 합쳐지면 무적. 바로 섬세한 컨트롤로 회피해버리기! 오케이 성공!


생각보다 많이 뒤쳐졌다.이제 다음은 어디지? 승강장? 오케이.


바로 승강장으로 갔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시험대가 많았으나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승강장으로 가니 지시사항이 뭔가 이상했다. 반대편 승강장으로 나가라고? 아, 기억난다. 이게 한쪽 지하철역 입구에서 반대쪽 지하철역 입구로 나가는 거였지.


바로 돌격이... 뭐야 이건? 스크린도어? 이딴 걸 대체 왜 설치해 놓은 거야? 망치라도 찾아야 하나? 그래, 서울 놈들은 버스에 비상용 망치 하나씩 구비해놨다지. 그럼 찾으러 간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도착했다. 아까 시작할 때 이야기했던 그 서울놈이었다.


"여기서 뵙네요. 여기까지 오신 분은 처음 봐요."

"흥, 경쟁자끼리 이러고 노가리까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빨리 망치나 찾으라고!"

"망치요? 아, 설마 이걸 망치로 깨부수시려고요?"

서울놈이 뭔가 비웃는 듯 했다. 불쾌해져거 가만히 경주마를 노려봤다.


그때 난 보았다. 경주마의 목에 달린 교통카드를.

"이건 설마?"

"네, 교통카드에요. 요즘 경주마에 이 정도는 필수품이죠. 그럼 시골에서 오신 분에게 최신 문물을 소개해드리죠."


서울놈이 버튼을 누르자 말의 머리에 기갑이 씌워졌다. 또 마치 드릴 같은 게 빙글빙글 돌며 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럼 결승선에서 봐요. 대신에 우승은 제 겁니다."


서울놈의 경주마가 스크린도어를 뚫고 돌격했다. 그리고는 반대편 스크린도어도 금새 뚫어버렸다.


이대로 지고있을 수만은 없는 법. 바로 뚫린 스크린도어를 통해 돌격했다. 경주마에게 깨진 유리로 생채기가 났다. 미안하다, 경주마여. 그치만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끝나면 맛있는 당근파티나 하자꾸나.


그럼 다음은... 아, 다시 올라가는 거군. 그 삼발이도 통과하고. 오케이, 간다!


바로 계단을 올랐다. 아무리 급격한 경사라지만 결국에는 길. 우리가 합쳐져서 뚫지 못하는 길은 없다.


바로 삼발이까지 통과하고 계단을 올라가버리기! 그런데 저건 아까 그 서울놈 아닌가? 대체 왜 멈춰있는 거지?


"어이, 서울놈. 뭐하나?"

"이건 뚫을 수 없어요. 이건 마(馬의 구간). 여기에 들어간 말은 빠져나올 수 없죠.

"이게 뭔데 그런가?"

"페로몬..."


페로몬? 아, 설마 발정제인가? 그런 건 상관 없다. 바로 달려가버리기!


"이런!"

서울놈도 뒤쳐지기 싫다며 똑같이 따라왔다. 그래, 여기서 역전이다. 페로몬이니 뭐니 하는 건 다 소용 없...


"히히힝!"

아니, 이건? 왜 말을 안 들어?


"시작이네요."

그랬다. 바로 내 말과 그 서울놈의 말이 교배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그나저나 네 말이 암놈이었나?"

"네. 저도 당신 말이 수놈일 줄은 몰랐네요. 최악의 경우군요."


그렇게 우리 둘은 경주마에서 떨어졌다. 주인을 이렇게 내팽개치다니 이런 천륜을 망각한 짐승같으니라고!


아니지, 나는 내 경주마를 믿는다. 바로 경주마에게 힘내라고 사인을 보내주었다.


"아잉 뀨잉뀨잉"

나의 필살 애교 공격에 경주마가 성욕이 떨어졌다. 서서히 서울놈의 말에서 떨어져갔다.


그런데 아뿔싸, 이제 암놈이 더 원하게 되었는가? 암놈이 수놈을 덮쳐 위로 올라탄다니 이거 한방 당했구만.


"거지같군."

"이래서 가지 말자고 했던 건데 말이에요."


그 때 밑에서 말이 한 마리 올라왔다. 굉장히 잘생긴 수놈이었다. 저 놈도 틀림없이 이 구간에서 막히겠지. 잘가라.


그런데 잠깐만 이건 무슨 일인가? 서울놈의 암놈이 내 말을 버리고 저 말에게 달려든다? 아무리 내 말이 덜 잘생겼다고는 하지만 너무한 거 아닌가.


자존심이 상했지만 승부는 승부. 바로 결승점을 통과해버렸다.


그래, 너라면 잘 이겨낼 줄 알았어. 오늘 집에 가면 상처 다 채료해주고 당근 파티다!



그리고 그 서울놈은 우여곡절 끝에 2등, 그 잘생긴 수놈은 3등을 기록하며 끝이 났다.


그 서울놈이 말했다.

"명승부였습니다."

"나도 좋은 승부였네. 배울 점이 많군. 내 이름은 기마좌네. 자네 이름은 뭔가?"

"서울놈입니다. 성이 서, 이름은 울놈."

"진짜 서울놈이라니, 우리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보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이렇게 만난 거, 다음에도 볼 수 있길 바라네. 그럼 난 당근 조지러가야해서 이만!"



기마좌의 경마 데뷔전. 마두역에서 그 잘난 수도 놈들의 코를 꺾어주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을 완전히 제패하고 세계를 넘어 우주 최강의 기수와 경주마가 될 것이다!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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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제목: 광기의 레이스

주제: 광기의 경마

설정

기마좌(주인공) - 경주마(이름은 후발주자가 맘대로 정하셈)


이외 자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