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시끄러운 하루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인지는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선물 요구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열심히 선물 주문을 하고 있지만, 나와 이주혜 사원은 버벅거리고 있다.

 컴퓨터에는 '소원 접수부'에서 보내온 메일이 가득했다.

 저 메일에 있는 소원 내용들을 죄다 읽고 정리해서 주문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그 때, 부장님께서 문을 열고 나오시면서 말씀하셨다.

 "지금 신입사원 교육을 해야하는데, 할 수 있는 사람?"

 신입사원 교육이라.. 나에게는 행운이였다. 몇주째 반복되는 일을 하지 않고, 오늘 하루 동안 교육만 한다니..

 "저요!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말하자, 부장님은 깜짝 놀란듯 싶더니, 나에게 빨리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나는 기쁜 마음에 표정관리도 하지 못하고 웃는 얼굴로 부장님을 따라갔다.

 부장님은 엘리베어터 안에서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원래 따로 교육을 진행하실 분이 있으셨는데.. 지금 그 분께서 일이 생기셔서, 부득이하게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부탁이라뇨.. 오히려 제가 훨씬 좋죠.. 라고 말을 할 뻔했지만, 감정을 숨긴 채로 감사 인사를 보냈다.

 "아, 참. 그리고 저번 징계에 대해선.."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잊고 있었던 그 추석사태의 징계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부장을 바라봤다.

 "2개월 감봉으로 끝났습니다. 원래는 사규에 따라 해고지만, 가족들이 믿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딱히 문제가 될만한 일은 하지 않으셨으니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 세상의 모든 신들의 이름을 외치며 속으로 환호했다. 부장도 나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1층에서 신입사원들이 보였다. 4명정도였고, 신입사원답게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부장님은 웃는 낯으로 신입사원들에게 다가가며 나를 소개했고, 몇마디 이야기가 오고갔다.

 이후 부장님은 시간관계상 가봐야한다며 엘리베이터로 가셨고, 나도 신입사원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여기는.. '소원 접수부'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아이들이 비는 소원들이 이 접수부로 전달됩니다. 그럼 여기서 그 소원들을 정리해서 제가 근무하는 '선물 주문부'에서 주문을 하는거죠."

 그 때, 안경을 쓴 신입사원 한 명이 손을 들며 말했다.

 "아이들이 무슨 소원을 비는지는 어떻게 아나요?"

 "저희 기업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셨겠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입니다. 따라서 전세계의 정부와 비밀리에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 조건으로 저흰 세계 각국의 정부에게 회사 지분을 판매했고요."

 신입사원들은 놀랐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흰 대한민국 내에 설치된 모든 CCTV를 확인해서 아이가 무슨 선물을 원하는지 파악합니다. 그 역할을 '소원 정보부'에서 하는거고요. CCTV 뿐만 아니라, 정보원을 투입해서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이가 원하는 선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합니다."

 그러자 또 한 사원이 질문을 꺼냈다.

 "만일 아이가 비싼 자동차나 건물, 돈 같은 터무니 없는걸 원하면 어떻게 하나요?"

 나는 그 질문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일은 전혀 없습니다. '소원 정보부'에서 만일 그런 소원을 감지하면, 그 외에 아이가 원하는 선물로 기록하거나, 아니면 아이의 순수함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선물 지급 목록에서 제외합니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기준에는 순수함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모두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한 사원이 이상하다는 듯 질문했다.

 "그럼.. '소원 정보부'에서 소원을 파악하면, '소원 접수부'에서 정리해서 '선물 주문부'에 넘기고, 거기에선 물건을 주문한 뒤 '선물 포장부'로 넘겨서 선물 포장을 끝낸 뒤 '선물 배송부'가 크리스마스날 아이들에게 보내주는거잖아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원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돈으로요? 대한민국에 사는 어린아이도 많을테고.. 그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사서 무료로 나눠주면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원은 내가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때도 있었다. 그 사원이 내 동기였던 이주혜 사원이였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또 캐릭터나 인형 같은거 많이 아시죠? 그 모든게 다 저희에겐 돈이 됩니다. 저작권료도 나오고, 비밀이지만 일정금액을 우리 회사에 지급합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로 저희가 돈을 쏠쏠히 벌었죠. 그 외에도 프렌차이즈의 크리스마스 세트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광고 등, 모두가 저희에겐 돈이 됩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아이들 선물을 사는거고요. 또 기업들 입장에서도 좋죠.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는 이벤트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늘릴 수 있으니 우리 산타 주식회사에 돈을 내는걸 아까워하지 않는거죠."

 

 어느덧 해가 저물었고, 메일은 이제 겨우 반을 읽은 상황이였다.

 이주혜는 벌써 메일을 다 읽고 퇴근할 준비를 끝마친 상황이였다.

 그녀는 아직도 메일을 읽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직 많이 남으셨네요.. 도와드릴까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내 인생의 철칙 중 하나가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이다.

 그 때, 그녀가 내 컴퓨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저 메일 있잖아요? 저거 뭐에요..?"

 나도 컴퓨터를 바라봤고, 이내 우리 둘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2편을 써보네요.. 부족하지만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