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평행 세계의 나를 때려잡으라는 퀘스트니까 당연히 그 정도 보수는 나오는 게 맞다.

이렇게 말 하기에는 뭐하지만, 사기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으니까.


"자랑하실 때가 아니잖아요."

"나도 알고 있어!"

"...^^"

타테냐의 꾸짖음에 무심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곧 타테냐가 우락부락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말을 돌렸다.


"흑! 가짜 옷 가게 주인은 아마 내가 최면을 걸어서 저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 자신의 목소리와 아주 많이 비슷한 사람에게 매우 강한 최면을 걸어서.

하지만 거짓을 진실처럼 믿으면 그것을 진실로 판정 내리는 거짓말 탐지기와는 달리 포스기는 진짜 진실/거짓을 판단하는 도구라서 다행이 안 통했다는 게 되려나."

"그래서요?"

"아무튼 퀘스트는 둘 다 수락할게. 근데, 내가 저 사기꾼을 잡으면 저절로 사기 피해 구제도 되는 셈이니까 총 800만원이 되는 게 맞지?"

"네, 그렇죠."

타테냐는 포스기를 손에서 아직 내려놓지 않았다.


"근데 "이 정도 규모의 사기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나라도 치기 힘들다. 보통 이런 경우는 사기꾼이 일종의 조직 같은 걸 만들어서 조직 사기를 치거나 아니면 이 하인리히라는 인간이 엄청나게 멍청하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치기 '힘들다'고 했지 불가능 하다고는 말 안 했어! 다만 평행세계의 내가 그렇게 대범하게 사기를 저지를 줄은 몰랐지!"


나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저 포스기에 공포를 느끼며 타테냐에게 급하게 소리를 쳤다.

"있잖아! 그 포스기 좀 집어 넣어줘! 그거 엄청 아파서 맞으면 할 의욕이 떨어질 것 같아!"

"그럼 할 때까지 계속 고문하면 되는데요?"

"고문 당하는 동안 내가 사기를 생각해서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겠냐고! 우선 퀘스트 먼저 끝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퀘스트고 나발이고 저는 당신에게 계속 고문해도 상관 없어요."


악마인가, 진짜로.

"천사라는 게 그런 거였어? 인간 구하는 게 천사 아니야?"

"천사는 원래 인간들 섬멸하려고 하늘이 보낸 사자를 의미해요."

점점 포스기가 가까워진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소리치지 않겠습니ㄷ아아아아아아아앍?!"


꺄바바바밧.

몸에 포스기가 닿았다.

"당신이 74억원 벌 동안 쫓아다녀야 하는 제 심정은 알고 그러시는 건가요?"

그렇게 한동안 타테냐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가짜 옷가게 주인은 타테냐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아아아아....."

10분 동안 쉬지 않고 포스기에 지져졌다.

그것도 육체에는 문제가 없도록 영혼에만 지졌다. 타테냐 저 악마 자식.


"뭐, 네 덕분에 하나 퀘스트를 달성했어. 맘에 들지는 않지만."

"에?"

타테냐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기꾼의 살인을 처벌하라.] 이 사기꾼은 평행세계의 존재지만 결국에는 나를 의미하는 말이지? 그리고 나는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어."

"말도 안 돼! 포스기에 걸리지 않았다고요?"

"그래. 방금까지 네게 포스기로 지져졌는데 지금 거짓말을 하겠냐고! 난 그때 아주 고급스러운 사기를 쳤어. 자, 이걸로 퀘스트는 달성 된 거지?"

"크윽...."

타테냐는 분하다는 듯이 퀘스트의 성공을 알렸다.

"<사기꾼의 살인 처벌 완료. 보수 400만원이 벌금에서 공제됨>..."

그런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들려왔다.


"하하, 천사도 별 게 아니구만!"

"... 한 번 더 지지겠습니다^^"

"이크. 니게룽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튀었다. 계획대로.




"아아. 이번에도 완전 범죄 성공인가? 꽤나 큰 돈을 벌었는데 아무도 내가 진범이라고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군."

인적이 없는 어딘가에서 평행세계의 사기훈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크큭, 기분이 좋아서 혼잣말이 저절로 새어나오는군!"

그는 매우 기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뭐, 괴담으로 흉흉한 이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겠지. 그럼 이 돈을 어디에다가 쓸까..."

그렇게 사기훈이 중얼거린 순간,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그런 소리를 외치며 한 남성이 전력질주로 지나갔다.

무심코 몸을 부딪힌 평행세계의 사기훈은 속으로 욕을 했다.

'아니 똑바로 보고 다녀야지. 그나저나 이 골목에 나 말고 누가 올 리가 없는데, 도대체 누구지?'

그런 의문을 품은 그 순간,


"찾.았.다❤"

윽?!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기, 기분 탓이겠지?!"

"그렇게 또 나를 속이려고요? 망할 자식이?!! 그렇게 분장해도 나는 영혼을 볼 수 있어서 소용 없다고!!!!"

또 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마치 철천지원수를 바라보며 말하는 듯이 서늘한 목소리였고, 그 목소리에선 광기마저 느껴졌다.

"잠깐, 나는 아무것도 몰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당연히 평행세계의 사기훈은 타테냐를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시 평행세계의 존재지만 '사기훈'이였고, 그 결과 타테냐와 어느 정도 연결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평행세계의 사기훈을 사기훈으로 인식하고 오해하고 있는 타테냐는 지금 포스기를 들고 그를 마구 조졌다.

"죽어! 죽는다고!"

"그런 말 해도 소용 없다고! 안 죽고 고통만 느껴질 거다! 아까 계속 지져져서 잘 알고 있을텐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무것도 모른다고! 나는!"

"[삐빅. 진실.]"

"그거 거짓말 탐지기지?! 그럼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된 거잖아!!!!"


"아까 당신은 포스기를 속일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 믿을 수 없지!"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로 계속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후후후, 흐흐흐흑, 크아하하!"

아까 전력질주로 달려가던 한 남성이 다시 다가오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윽! 너는 하인리히...?!"



비록 도박이었지만 성공했다.

"이봐, 타테냐. 그 녀석은 내가 아니다."

"! 뭐, 뭐야! 그럼 지금 내가 족치고 있는 사람은..."

"그 녀석은 평행세계의 '나'다. 그 녀석 역시 영혼은 나랑 똑같이 생겼으니까 당연히 속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거 고마운 걸, 천사씨."

"...지금 이게 무슨 대화인 거지?"

평행세계의 '나' 만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평행세계의 나를 쇠사슬로 묶으며 타테냐에게 어떤 사기를 쳤는지 설명해주었다.

"낚였구나. 아주 간단한 속임수에."

"윽?! 속임수라니, 설마!"

"그래. 난 그때 네게 아무런 속임수도 취하지 않았어. 포스기가 말한 대로 나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 포스기는 항상 옳아."

"하지만, 사기꾼의 살인을 처벌하라는 퀘스트가 달성 될 리가..."

"내가 죽인 게 아니라 살인 청부업자에게 시켰지. 그러니 내가 직접 죽이지 않았다는 그 말 자체는 거짓말은 아니야. 하지만 내가 죽이게 해 달라고 부탁했으니 간접적으로는 내가 죽인 것이기도 하지."


"하지만 여기에 그가 있을 거라고는 어떻게 생각한 거죠?"

"운이 좋았어. 그냥 도망 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잡힐 것 같았거든. 나는 내 성격 상 사기를 친 뒤에 그 현장 부근에서 상황이 수습될 때 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있거든. 그래야 내가 경찰에게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으니까."

"그랬던 거군요.....잠깐, 나는 의뢰 수행 과정에서 아무런 간섭도 하면 안 되는데?!"

타테냐는 납득을 하다가 갑자기 룰을 떠올렸다.


"크, 큰일 났다! 나는 이제 죽을 거야...."

하급 천사는 천사 중 최하위 천사들을 의미한다. 이 하급 천사들이 하위 등급으로 낮아지면, 그 천사들은 죽거나 인간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뭐 그 점은 괜찮을 거야. 도와준 대가로 나도 어느 정도 손은 써 두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타테냐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너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나에게 고문을 했다. 이 사실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죠?"

"으음, 평행세계의 나도 '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아!"


그녀는 그 말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사기가 아닌가요? 천사가 그런 짓을 해도 될 리가 없잖아요."

"사기가 아니야. 룰에 어긋나는 사항은 없잖아. 룰에 어긋나지 않으면 그만이지."

"으윽, 그렇군요.."


"그런 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묶어놓았던 또 다른 나를 가리키며 말 했다.

"옷 가게 주인에 관한 모든 사항을 털어놓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줘. 이건 그저 (평행세계의) 나를 고문하는 것일 뿐이잖아."


"아, 시발."

그 말을 내뱉은 뒤에, 평행세계의 나는 엄청나게 고문을 받고는 여러가지에 대해서 자백했다. 중간에 사기를 몇 번 치려고 했지만, '내' 생각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있었기에 통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술집 주인이 가지고 있던 보물이 있어. 근데 그게 5억 정도는 되는 보물이라서 말이지."

"그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건가?"

"그게 가장 확실하니까."


확실히 평행세계의 나와 '나'는 성격이 조금씩 달랐다. 사기꾼이라는 본질은 같아도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옷 가게 주인은 아직 무사하다. 다만 장기 매매꾼들에게 팔려갈 예정이야."

"그는 어딨지?"

"네 집... 아니 하인리히의 집 지하실이다. 네 이름으로 거래를 넣었거든. 장기 매매꾼들이 약속대로 그를 데리러 왔다고 하는 순간, 내가 돈으로 고용한 다른 이가 그걸 목격하고는 신고했겠지."


그렇게 된 건가.

"하지만 너는 결국 사기에 실패했다. 사기꾼. 곧 치안대가 너를 붙잡으러 오겠지."

"제기랄! 완벽한 사기였는데, 왜 들킨 것인가!!"

"그야, '사기가 완벽하다고 해도 그 사기를 아는 다른 이가 있으면 그건 더 이상 완벽해 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랄까나."

그렇게 곧 치안대가 도착하고, 나는 그를 증거들과 함꼐 넘긴 뒤에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 저택의 지하에 진짜 옷 가게 주인이 있단 말이지."

그렇게 나는 지하실 문을 열고는, 그 안에 있던 사람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장기 매매꾼들에 대해서도 미리 치안대에 말 했으니 이젠 다 괜찮을 것이다.


"<사기 피해 구제 완료. 보상 400만원이 벌금에서 공제 됨.> <옷 가게 주인 구출 완료. 보상 600만원이 벌금에서 공제 됨.>"

타테냐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잃은 나를 누군가가 깨웠다. 그 누군가는 진짜 하인리히였다.

"고맙다. 진범을 잡아주어서..."

"뭐, 의뢰였으니까."

"앞으로 네가 살아갈 삶에 축복이 있기를 빌겠네. 잘 가게."

그 말과 함께, 나는 영혼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천계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나는 다시 의뢰를 받으려 했다.

"그럼 다음 퀘스트를 받아볼까.....뭐야, 이게."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퀘스트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평야에 떠다니는 검의 소문이 있다네. 그 소문의 진위성을 판단해주게. (★★★★★/의뢰금 ???원)


"왜 갑자기 이거 말고 퀘스트가 없지? 뭐 아는 거 있어?"

"제가 듣기로는 그 검이 천계에서 대장장이의 실수로 떨어뜨린 검이라고 하는데, 한 번이지만 그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해요."


타테냐의 대답에 나는 생각했다.

'그거면 이런 생활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위 따옴표 사이 독백을 빌려고 하면 제가 먼저 소원을 빌어서 님 소멸시켜 드릴게요."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을 읽은 타테냐에 의해 그 계획은 제지당했다. 이 녀석 독심술은 언제 배운거야.

"누구나 당신 같이 생각하겠죠. 자, 빨리 갑시다."

그렇게 난 타테냐에게 이끌려서 강제로 의뢰주를 만나러 갔다.



"어서 오게. 네가 그 소문의 사기꾼인가."

"베, 베, 베드로 님?!"

베드로라고 불린 이번 의뢰주가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나를 맞아주었다. 아마 타테냐의 반응을 보아, 상당히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겠지.


"네 표정, 썩어있구만. 뭐, 바로 의뢰에 대해 설명해주지.

마검에 대하서는 이미 설명을 들었겠지? 하지만 그 설명은 살짝 부족하다. 원래 타테냐를 포함한 천계 대부분의 존재는 루시퍼라는 자와 마검의 다른 반 쪽에게 죽었다. 그래서 마검이 자신의 남은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서 그자를 죽이고 죽었던 모든 이들을 부활시켰기에 이렇게 우리가 살아있는 거지. 하지만 최근 마검의 소멸을 확인했는데, 평야에서 마검을 보았다고 하는 자가 여럿 등장했다. 그 마검의 위험성은 잘 알겠지? 그러니 그 소문의 진실을 파악해다오."

"...네가 하면 되잖아."

"그게 만약 거짓이라면 나는 소문에 놀아난 게 되겠지. 12사도로써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면 그 분에게 바쳐지는 신앙심이 떨어진다고."


으음.

"대략 알겠어.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할 경우에는?"

그 말에, 갑자기 방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쓸 생각은 마라. 확인하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만약 네가 쓴다면 넌 영원히 지옥보다 더한 곳에서 썩게 될 거야."

그가 말할 때마다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아, 알겠어. 근데 그 지옥보다 더한 공간이 어디지?"

"오성전자라고 들어는 봤나? 그 조직이 세계를 장악한 세계다."

"그게 뭔데."

"거기에 잡히면 영원히 해부&고문 풀코스를 받을 거야. 그것도 엄청난 기술력으로 세포 하나하나가 다시 재생된 채라서 죽지도 못하지. 뭐, 의뢰를 들어주면 네 형벌 기간을 반으로 줄여줄게. 영원히 고통 받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 말에 나는 깨달았다. 그냥 의뢰나 들어주자고. 그래서 나는 그 소문의 진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떠났다.


-작가의 말 빼면 6463자 입니다. 분량 오지게 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