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향해 높게 치켜든 내 팔 아래엔 그림자가 있다
꿈빛이 하늘 중간에 뜨는 정오에
이윽고 그것은 가장 짙어지고
꿈이 시든 자정에는
마침내 그것은 어둠에 먹히고 만다

촛불 들어 그림자를 비추어라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밤마저 비추는 촛불을 들고서
모든 것이 선명한 낮마저 치켜든 팔 아래를 비추어라

몰아치는 돌풍에 부러진 팔뚝
내려치는 벼락에 다시금 불 붙은,
나만을 비추는 촛불 하나 들고
나는 이 세상과 마주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