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우레같은 소낙비가 내리면

벼락같은 천둥이라도 몰아치면


뿌연 물 안개 사이로 숨어

천둥이 무섭다는 핑계를 애써 대어


남들 모르게 이슬비를 내릴 수 있으리라


진한 물냄새가 이으는 사랑은

차갑고 또 습기 찬 느낌이라

모두 햇볕에 말리고 싶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련한 여름 장마를 처연한 바람에 맡겨

세상 어느 곳에나 놓아두리라


가버린 먹구름에

하늘이 어느새 너를 품은 듯 맑게 살아나고

세상이 다시 모두 자기의 색깔을 되찾으면


나는 개운한 그 마음을 가지고

도로 위 물웅덩이로 잠수하리라


세상에 진동하는 진흙 냄새에서

명백히 너가 풍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