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폐사 되어가는 삶이었다.


너에게 비롯된 우울은 오롯이 너의 것이었건만, 행복만을 강요한 무지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너는 긍정은 아닌 수긍을 하며 뒷모습으로 등줄기를 축 늘어뜨렸다. 어쩌면 그것을 보고 너의 불행이 아무것도 아니라며 속으로는 내심 한심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어쩌면 나는 너의 행복을 바란게 아니라 자기만족에 취하기 위한 위선만을 내뱉었는지도 모른다.


상념에 잠기며 얄팍한 자기 반성을 하는 동안 너의 이름이 적힌 사망진단서가 내려왔다. 


너의 죽음은 훨씬 더 오래전 일이었음에도 이제서야 너의 죽음이 공인된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있었던 너의 시간을 실감하자 이루 말할수 없는 자기혐오가 밀려 들어왔다.


꿀을 바른 듯한 달콤한 한마디 한마디가 구역질이 되어 폐부를 빠져나간다.


언제부터 욕조에 가득 담은 차가운 우울에 몸을 내던졌던거니.


시리고 시린 우울감에 숨이 막혀 얼굴을 내밀었음에도 너의 머리를 지긋이 눌렀던건 내가 지껄여댄 역겨운 위선이었나보다.


너를 밀어넣은 내 손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래토록 혼자서 떨고 있다가 기어이 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구나.


행복만을 바라라던 나의 말을 들으며, 결코 그렇게 되지못하는 자신에 대한 절망은 얼마나 컸던걸까.


감히 가늠하지도 못한 채, 가증스럽게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내가 차갑게 식어버린 너를 바라본다.


그러자 나의 삶도 서서히 폐사 되어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