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때워볼 겸 지금까지 작품들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머리 속에선 많은 기획이 있었으나, 거의 드러내지는 않았던 것 같아

차근차근 되짚어보며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대충 의미 없음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백색 개벽'이 거의 첫 작품이었죠.

글을 쓰더라도 소설이나 논설문, 수필 쪽에 관심이 있었지 시는 정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주워듣고 지나가다 본 요소들을 조합해서 시 몇 편을 써보았습니다

지우개, 오래된 이야기, 화산, 악몽이 해당하겠네요

딱히 자전적인 성격을 띠는 것도 아니어서 넘어가겠습니다


2. 연작-도시

대자연, 가로등, 보석함, 도로, 야산, 맨홀로 이어지는 첫 연작입니다

제가 도시를 참 좋아합니다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연작을 만들어보기는 했는데

조금 산으로 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보석함 같은 경우는 밤길 걸어가면서 아파트를 보고 쓴 시입니다

아마 제가 쓴 시 중 가장 현실 비판적인 시가 아닐까 싶네요ㅎㅎ

야산은 사실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있는 야산을 배경으로

도시와 자연의 유사함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쓰다가 산으로 가는 바람에 제대로 표현이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3. 대충 넘어가도 됨

, 우주를 맴도는 소녀, 카네이션, 결국에는, 시간, 존재

첫 연작을 마치고 쓴 작품 중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쓰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지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작품들입니다


4. 애정하는 편

박제, 로즈마리, 나른한 오후, y=sinx, 솜사탕, 곰인형, 엄지 손톱, 전쟁, 눈의 천국

골목길, 차창 밖 풍경, 아담과 하와, 아수라, 채우고 비우고, 나를 버린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적당히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표현되었고

적당한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입니다

나른한 오후는 딱 잠이 올 무렵의 몽롱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줄 간격을 넓게 잡아봤습니다

곰인형은 오마이걸의 '나의 인형 (안녕, 꿈에서 놀아)'를 듣고 써봤습니다

흔히 말하는 침대 밑 괴물 같은 공포와 사라진 동심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전쟁은 악동뮤지션의 '전쟁터'를 듣고 써봤고

눈의 천국은 악동뮤지션의 'EVEREST'를 듣고 써봤습니다

이때 악동뮤지션 앨범을 끊임없이 반복재생 했었죠


5. 연작-봄

간지러움, 이름표,

개인적으로 봄은 처참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 연작은 오글거려서 잘 안읽습니다


6. 연작-우울증

마지막 용기, 푸른 새벽, 푸른 나무, 자유-낙하

제가 우울증에 걸렸던 건 아니지만

우울할 만한 일들이 계속 있었어서

감정 해소를 위해 연달아서 써봤습니다

자유-낙하는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악동뮤지션의 '낙하'를 듣고 썼습니다


7. 연작-자아

페르소나, 자아

원래는 '그림자'까지 해서 3부작으로 기획하였는데

그림자는 아직 미완성인채로 처박혀있습니다

때를 놓치니까 다시 그 느낌을 살리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8. 연작-사랑

1, 10, 31, -349, 61, 83-317, 100

부제는 귀찮아서 생략했습니다

-가 붙지 않은 작품은 행복한 추억

-가 붙은 작품은 부정적인 추억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합쳐보면 총 연애 기간이 400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하고 있지도 않은 연애 감정을 짜내는게 쉽지가 않아서

한동안 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61과 100입니다

100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하굣길'을 듣고 썼습니다

뭔가 푸른색의 아련함과 풍경이 그려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9. 상당하다고 생각하는 편

대자연, 플로지스톤, 젠가, 시인, 소녀, 레토르트 사랑, 지층

다크초콜릿, 100(서리 하늘), 톱날(미공개), 일그러진 아픔(미공개)

이중에서도 3개만 뽑으라고 한다면 플로지스톤, 지층, 다크초콜릿을 뽑고 싶습니다

레토르트 사랑은 조금 냉소적인 문체로 소비적이고 양산적인 사랑의 면모를 비꼬고 싶었습니다

'힘들때마다 볼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 보다는 지층이 따뜻하고 위로를 건내는 작품에 속합니다


저는 항상 충분한 세이브 원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것마저 쫓기는 느낌으로 쓰고 싶지는 않아서

글 쓰는 속도에 맞추어 업로드 일수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톱날과 일그러진 아픔입니다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